김지은(39·아산시 탕정면)씨는 새해 들어 주택과 차량 구입에 대해 고민 중이다. 치솟는 전세가와 만료기간에 맞춰 이사 다니는 것도 지겨워 살짝 무리를 하더라도 집을 사는 게 어떨지 궁리한다. 게다가 연초에 받는 보너스로 캠핑용 RV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하는 남편과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김씨는 가정의 재정상태와 남편의 수입 등을 고려할 때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게 좋을지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싶다.
새해도 벌써 1월 중순을 향해 달린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실행하거나 점검하며 달려간다. 그러나 먼저 자신과 가정의 재무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다면 훨씬 효율적인 속도와 방향으로 한 해를 달릴 수 있다.
희망가정경제연구소 조진환 대표에게 빚, 저축, 보험, 노후준비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희망가정경제연구소(http://blog.naver.com/vaneem) 조진환 대표는 머니코치 겸 독립재무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금융지식 9가지’와 ‘경제습관을 상속하라’ 등이 있다. 금융상품 판매 없이 가정경제와 금융지식 등의 경제교육을 하고 있으며 600여 가정과 개인의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북카페 ‘산새’에서 가정경제에 대해 강의하는 조진환 대표
-.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빚을 얻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빚의 규모는?
적절한 빚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자산이나 소득 수준과 연계해 판단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한 총자산의 30% 이내가 적절하다. 소득 기준으로는 세금, 4대 공적보험을 뺀 순수 월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비율이 20% 이내면 양호하다. 당분간 지속될 저성장 경제 시대에 빚을 내 주택이나 자동차 등을 구매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 이미 빚이 있다면 효과적으로 갚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이용 중인 대출의 종류와 대출금리 상환방식 등 대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 중에서 현금서비스, 마이너스통장, 자동차할부 등은 가장 먼저 상환해야 할 악성 빚이다. 먼저 갚을 수 없다면 다른 형태의 빚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중 이자만 상환하는 원금일시상환방식은 원금균등상환이나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원금을 5%의 이율로 20년간 이자만 상환하면 이자금액이 원금과 동일한 1억 원이 된다. 그만큼 이자는 무서운 것이다. 빚의 상환은 구체적인 숫자로 목표를 세워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원금 600만 원 상환’ 등의 계획이 필요하다.
빚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비를 줄이지 않고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면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 못지않은 소비중독, 빚중독 상태라 볼 수 있다. 빚 상환을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경우 용기를 내어 전문가의 상담이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저금리 시대 효과적인 저축 방법을 제시한다면
소득 범위 내에서 소비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지출통제가 되지 않는 삶에서 효과적인 저축이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소득이 적건 많건 “저축할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저축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소득에서 저축을 먼저 하는 삶의 방식을 모른단 얘기다. 한 달에 얼마를 벌든지 소득 범위 내에서 저축을 먼저 하고 소비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저축의 목적이다. 저축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금리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 소득 대비 적절한 저축 비율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미혼일 경우 50%, 자녀가 없는 부부 40%, 자녀가 있는 가정 30% 수준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단번에 위 비율을 목표로 하기보다 저축 금액을 서서히 늘려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 보험은 꼭 필요한가? 요즘 뜨거운 감자인 실손의료비보험을 예로 설명한다면?
경제생활을 하며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보험가입 내용과 소득대비 과도한 보험료는 가정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대비가 필요한 위험은 상해와 질병이다. 가족 모두 실손의료비보험이 필요하다면 자녀는 단독형실손의료보험으로 가까운 우체국에서 1만 원 이내 수준으로 가입할 수 있다. 부부는 주요 질병으로 인한 소득 중단을 대비해 실손보험에 진단비 등을 추가한 손해보험사의 통합보험 형태가 적절하다. 보험사별로 부부합산 15만원 내외면 충분하다.
-. 가장의 사망을 대비하려면 적당한 보험은 무엇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 이른 나이에 사망했을 때를 대비해 사망보험을 준비해야 한다. 사망기준은 막내 자녀나이 30세 전후일 때 가장나이를 고려하면 된다. 제 경우 막내가 30세면 제 나이가 60세이기 때문에 그 기간까지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인 정기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이 보험의 핵심은 사망위험이 아니라 조기사망 위험이다. 정기보험으로 조기사망위험에 대비하면 된다. 40세 기준 20년납 20년 만기 상품에 사망보험금 1억 원일 경우 보험료 4만원 내외면 충분하다. 생명보험회사의 다이렉트보험으로 가입하면 된다.
-. 노후준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어떻게 준비하나
대부분 노후준비는 곧 노후자금준비라고 생각하고, 연금이나 펀드 등의 상품에 가입한다. 이는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미래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갖게 된 생각이다. 앞으로 펼쳐질 고령화 시대에는 노후자금보다 건강이나 인간관계, 직업에서의 능력 등 비재무적인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하다. 건강을 잃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지낼 줄 모른다면 아무리 많은 노후자금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 노후자금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효과적인 방법은?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사적연금 순으로 노년의 필수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내용과 구체적 금액을 예상해보고 공단의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에는 전화 상담만으로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다. 공적연금보다 우수한 연금 상품은 있을 수 없다. 공적연금의 토대 위에 보험회사 연금보험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는 퇴직연금이나 퇴직금도 상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젊은 나이라면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과거에는 퇴직금으로 주택을 구매하거나 빚의 상환 또는 자동차 구매 등의 용도로 중간 정산을 받았는데 세제혜택을 꼼꼼히 따져보고 노후 준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유보해야 한다.
만약 자영업자라면 퇴직연금 대신 ‘노란우산공제’를 알아보고 가입하는 게 좋다. 추가적인 소득공제와 더불어 일정금액 이하는 압류가 금지돼 실질적인 노후 준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적연금은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에 더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월 소득에서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이고 투자를 통한 수익도 불분명한 시대이기 때문에 노후준비 수단으로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은퇴할 때가 되어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주택을 통한 연금 수령 방식인 주택연금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가급적 소비 규모를 줄이거나 주거지의 이동 등을 먼저 고려해 보고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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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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