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망직종 홈패션 전문가

“진짜 좋아하는 일로 차근차근 50대를 준비해요”

지역내일 2014-01-17

엄정희(43·천안시 쌍용동)씨는 14년 전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재봉틀을 선물 받았다. “제가 어려서부터 엄마가 버리는 헌옷 몰래 감춰두거나 원단 만지는 것을 좋아했어요. 임신하고 움직이기 불편해 하자 남편이 재봉틀을 사주더라구요.” 그때부터 엄정희 씨는 인터넷이나 책자를 통해 재봉틀 사용법을 익혔다. 재미삼아 했던 일이 새로운 직업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50대를 바라보며 시작한 작업실 =


엄정희씨는 아이가 조금 자라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는 퀼트를 배우러 다녔다. 엄씨가 집에서 커튼이나 소품을 만들어 집을 꾸미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씨는 “재봉틀로 작업하면 어깨도 빠질 듯 아프고 눈도 침침하지요. 그래도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몇 시간씩 바느질을 하곤 했어요”라고 말했다. 

퀼트를 하면서 색감과 원단 배치 감각을 익혔고, 오랫동안 재봉틀을 사용하면서 기본적인 기술은 스스로 익혔다. 옷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다가 자신에게는 홈패션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년 전 집 앞에 작은 상가자리가 났다. 작업실을 열기 좋은 크기였다. 동네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작업실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불이나 커튼 등은 집에서 펼쳐 놓고 만들기 어려웠고 ‘직업’으로서의 바느질에 대해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엄씨는 “상가가 집 앞이었고, 보증금이 싸고, 규모가 작아 용기를 내 볼 만 했다”며 “잘 준비한다면 50대를 바라보고 ‘내 가게’를 준비할 수 있겠다 싶은 결심이 섰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아이들 키우며 살림만 하던 주부가 시간을 정해 작업실에 나가고 지인들에게 부탁 받은 작품을 만들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작업실을 열고 4계절을 지내 본 엄씨는 “이 일이 어느 계절에 어떻게 부침이 있는지 시간과 체력을 어떻게 안배해야 하는지 배웠다”며 “1~2년 후에는 내 이름을 건 공방을 하나 차려도 재밌게 꾸려갈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엄씨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새로운 경험과 미래를 향한 준비로 차곡차곡 쌓는 일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 =


재봉틀로 작업하는 일은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이다. 원단을 질감과 색감에 맞추어 배치하고 레이스나 부자재를 배치하는 일이나, 제품을 부탁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어 세상에 하나 뿐인 완성품을 내는 일은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이다. 엄정희씨는 “재밌지 않으면 못 할 일”이라며 “게다가 원단값에 수고비를 붙여 돈을 받는 일이 영 어색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씨에게 재봉틀은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고 관심이 있었던 일이었다. 재봉틀을 시작하고 나서는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삶에 활력을 찾았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아이들이 다 커서 떠나고 났을 때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죠. 원단을 배치하며 어떻게 만들까 궁리하는 과정 내내 행복하고 제가 만들어 준 제품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건 큰 기쁨이에요.”
엄씨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할 준비를 해라”라고 조언한다. 또 일을 찾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에게는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반드시 시작해봐라. 내게 맞는 길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양재와 홈패션을 배울 수 있는 곳
행복사다리 578-3004 쌍용동 동사무소 근처
천안풀잎문화센터 551-5579 버스터미널 근처
천안쌍용지부 한국문화센터 573-1002 쌍용동 라이프타운 아파트 근처
아산한국문화센터 548-6400 온양온천역 근처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행복사다리 구현희 강사 1문 1답

-. 양재나 홈패션, 어떤 사람이 배우면 좋을까?
색감이나 디자인에 감각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실생활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 빨리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 요즘 유행하는 추세는?
젊은 엄마들은 신생아 용품 만들기 아이 옷 만들기 등에 열광한다. 어렵지 않게 침구류나 커튼류를 만들기도 하고 핸드메이드 가방도 인기가 좋다.


-. 배우는 기간은?
하루만 배우면 다음 날부터 바로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 다양한 작품을 만들면 된다.


-. 양재나 홈패션을 배우고 일 할 수 있는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다. 수선이나 홈패션 공방을 열 수도 있고 강사가 되는 길도 있다. 아직 국가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강사증을 발급해 주는 기관에서 배우고 강사가 되는 방법이 있다. 안정적인 기술과 감각이 있다면 취업이나 창업도 여러 길이 있다. 또는 매우 실용적인 취미생활로 아이 옷을 지어 입히거나 집안을 꾸미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 양재와 홈패션의 차이는?
홈패션에 비해 양재, 옷을 만드는 것이 바느질이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게다가 요즘은 싼 옷이 많이 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양재는 좋은 원단을 사용해 개성 있는 아이 옷을 만들 수 있어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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