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두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에는 비정기적이지만 가족회의를 통해 일정도 공유하고 서로에게 쌓인 불만을 나누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가족회의라는 틀은 아니지만 함께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짬을 만들어왔다. 둘째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4년을 맞아 경기도 포천시 산정호수로 ‘가족워크숍’을 떠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떠난 새해 첫 가족여행
가족워크숍은 2014년 목표와 계획을 함께 잡고 서로를 응원하자는 의미를 담은 자리였다. 가족워크숍이라고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대단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준비를 많이 한 여행은 아니었다. 부부의 의견이 달라 장소도 몇 번 바뀌었으며, 여행 전날에서야 숙소를 정할 정도로 허겁지겁 떠난 여행이었다. 산정호수라는 장소도 숙소에 따라 정해질 정도였으니 다른 준비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여행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새해 초라 시무식이며 할 일이 많지만 연차를 낼 테니 가족이 함께 2014년 시작하는 여행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는 겨울방학을 하고서도 보충수업을 다니느라 쉬는 날이 거의 없는데, 마침 1일부터 3일까지 쉰다고 해서 일정을 잡고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남편은 춥고 힘들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위해 등산이나 둘레길 걷기 같은 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아이들은 추운 겨울에 걷기나 등산은 힘들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방학이 며칠뿐인 큰아이는 힘들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족들의 이런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시간이 흘렀다. 거기에 연말의 바쁜 일정이 겹치면서 여행 전날까지도 아무 결정이 나지 않았다. 결국 산정호수에 있는 리조트로 숙소를 정하면서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남편의 바람을 해결하게 됐다. 또 몇 가지 둘러보면 좋을 것들은 여행을 가는 길에 결정했다.
이처럼 형편없는 준비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취지를 잘 살린 여행이자 가족워크숍이 됐다. 그리고 그 공은 오롯이 두 아들 덕이었다.
가족워크숍의 핵심, 2014년 목표와 계획 세우기
두 아들은 계획세우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적극 공감해줬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둘째에게 어느 때보다 남다른 기분이겠지만 입시에 한발 성큼 다가선 큰애나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운 우리 부부에게도 2014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만하다. 계획을 세우기 전에 올해를 맞이하는 소감을 나누면서 2014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전 아이들에게 계획세우기 시간을 갖는다는 얘기를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리조트에서 함께 의논해서 결정했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하듯 영적·사회적·신체적·정신적 영역으로 세분화하고 영역별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영역을 나누니 아이들도 훨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두 아들은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쑥스러워하고 안 하겠다고 할 법도 한데,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족들 앞에서 공표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 따라준 것.
한 사람의 얘기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격려의 박수를 쳐주며 “너의 2014년을 응원한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집에 돌아간 뒤 목표와 계획을 큰 종이에 옮겨 각자의 방에 붙이기로 했다. 또 계획을 실천했을 때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방법도 정했다. 가족의 이름이 적힌 돼지저금통을 만들고 계획을 잘 실행했을 때마다,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동전을 담기로 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의미 있게 사용하기로 했다.
계획한 내용이 대단치 않더라도 가족이 함께 올해를 계획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격려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두 아들이 적극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하면서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처음 해본 가족워크숍이라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내년에는 미리 준비해 올해보다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생겼다.
추운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노는 야외활동이 제격
우리는 몇 년 전에도 포천으로 여행을 온 일이 있다. 그 때 포천아트밸리나 허브아일랜드, 신북온천 등 유명한 곳은 이미 둘러본데다 관광보다는 워크숍에 집중하기로 해 많은 곳을 돌아보진 않았다.
리조트에 들어가기 전 ‘제10회 동장군축제(www.dongjangkun.co.kr/ 031-535-7242)’가 열리는 백운계곡을 들렀다. 얼음으로 만든 나무, 성벽, 미끄럼틀 등은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겠으나 고등학생들에게는 그리 적당한 놀이터가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은 얼음미끄럼틀을 타고 팽이를 돌리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또 모닥불을 피워 군대에서 사용하는 반합으로 라면 끓여먹기도 재미있어 보였지만 아들들은 “이제 곧 진짜 군대를 간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한바퀴 둘러본 뒤 나왔다.
마지막 날은 체크아웃 후 산정호수로 이동했다. 얼음이 언 산정호수에서는 ‘제4회 산정호수 썰매축제(031-532-6135 산정리 마을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스케이트를 비롯해 얼음기차, 얼음바이크, 얼음썰매 등을 탈 수 있다. 1시간 동안 얼음을 지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 산정호수 둘레를 걸었다. 5㎞ 정도인 둘레길은 산책하기 좋았는데 날이 춥지 않아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리조트에서도 산정호수 둘레길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투숙객들은 언제든 산책이 가능했다.
산책을 끝낸 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곳은 포천에서 유명한 이동갈비집. 사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았던 일정이기도 했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TIP 포천에서 들러볼만한 곳
포천아트밸리(www.artvalley.or.kr)는 1960년대 후반 대표적인 화강암 채석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전체 면적은 약 15만㎡, 산 정상의 호수와 기암절벽 등이 눈길을 잡는다. 모노레일이 있어 산을 오르내릴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www.herbisland.co.kr)는 겨울을 맞아 불빛동화축제를 펼치고 있다. 다양한 허브들과 허브관련 상품들을 접할 수 있으며, 테마파크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www.hangaone.com/031-533-8121)은 한과의 역사와 유래 등 한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주말을 이용한 개인체험(한과만들기, 전통공예체험)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신북리조트 스프링폴, 평강식물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전통술갤러리 산사원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에서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겨울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등을 둘러보면 철새에게 모이를 주는 ‘DMZ 철새탐조’, 한탄강 주변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한탄강 얼음 트래킹(약 6㎞)’, 서바이벌 게임을 하거나 산악바이크 등을 타는 ‘레포츠 패키지’ 등이 준비돼 있다. 또 투숙객은 동장군축제, 포천아트밸리 등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자료참조 포천시 문화관광 사이트(http://tour.pcs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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