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메일을 삭제하다가 ‘신년운세’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주춤 하게 된다. 올해는 갑오년 청말 띠 해라는데, 내 운세는 어떨까? 용하다는 점집은 많지만 혹시나 좋지 않은 미래를 듣게 될까 두려운 맘에 선 듯 점집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궁금한 건 사실! 호기심 발동한 리포터. 콩닥콩닥 설레는 맘으로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는 타로점집을 찾아가봤다.
오현희 이은경 리포터
믿거나 말거나 신년 타로&사주
2014년은 나무와 불이 상생하며 그 기운을 강하게 떨치는 해여서 할 일도 많고 새롭게 일어나는 일도 많은 해라는데 나의 1년은? 궁금한 맘에 신년 운을 한번 보고 싶긴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동생을 설득해 함께 타로 카페를 찾아가봤다.
젊은이의 거리라는 신천역 부근에 위치한 타로 카페 ‘타로하는 남자들’. 어색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다소 컴컴한 실내 인테리어가 영화 사랑과 영혼의 점성술사 오다매(우피 골드버그)가 앉아 있을 것 만 같은 분위기다. 타로를 보는 사람이 여러 명이 있어 신년이라 그런가 했더니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가 궁금한 것은 리포터만은 아니구나 하는 맘에 부담이 좀 가시는 듯 했다. 벽에 걸린 타로 메뉴판에는 금액별로 보고 싶은 타로의 분야가 적혀있는데 연애운, 자녀운, 이사운, 직장운 등 기본가격은 5000원이다. 인생총운이나 사주, 궁합은 2만원~3만원에 볼 수 있다. 메뉴에 있는 성형운, 다이어트운 등은 최근 트랜드를 반영한 듯하다. 일반 점집에 비해 비용부담도 적지만 무엇보다 상담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만하다.
타로 외에도 관상이나 손금을 봐주기도 하지만 전문으로 봐주는 타로마스터가 따로 있어서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자녀운에 대해 묻자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7장의 카드를 고르라며 영화에서 본 것처럼 여러 장의 카드를 펼쳐놓는다. 타로는 그냥 재미로 한번 보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아 봐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이의 성향이나 학교생활, 사회성 등을 두루 말해주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사주는 어떨까? 신년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보기로 맘먹은 참에 사주카페까지 관심을 확장한 리포터. 내친김에 ‘힐링 타로&사주’ 카페로 이동해 봤다. 사주는 보는 사람의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干支), 또는 이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본다는 점에서 타로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그러나 타로 카페에서 보는 사주는 생년월일로 전체적인 운세를 설명하고 그 다음은 타로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된다. 거의 타로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일반 타로와 비교하기 위해 이번에도 자녀운에 대해 물었더니 초등, 중등, 고등으로 제법 세분화해서 설명해준다. 타로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성향이나 행동 등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맞추는듯하지만 역시 미래에 대한 예견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내용이라 자녀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상담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새해 들어 재미로 본 타로점. ‘이곳은 신점을 보는 곳이 아니라 학문과 지식의 전달로 중요한 선택에 도움을 드릴뿐입니다“라고 타로카페 벽에 써놓은 주의문구처럼 신년 운은 새해를 시작하며 마음을 한번 다잡아 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없어야 할 듯.
외로운 현대인의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
“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가 타로라고 생각해요.”
양승민 씨는 천호동 나비쇼핑몰 4층에 위치한 타로 점을 전문으로 보는 타로 홀릭 운영자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을 안고 왔다가 타로 카드가 펼쳐지면 마법처럼 말문이 트이면서 그 동안의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리포터도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타로 홀릭의 문을 두드렸다. 예약을 통해서만 상담을 받는다는 타로 홀릭과의 첫 통화부터 두근대던 마음은 ‘어떤 얘기를 듣게 될까?’ 하는 기대 반,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 날짜가 되어 장소로 향하면서는 그 묘한 마음에 두려움까지 얹어졌다. ‘무슨 나쁜 이야기라도 듣게 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타로 초보인 리포터에게는 커다란 짐이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타로 홀릭의 양씨는 반드시 상담을 하기 전에 ‘예약은 필수’를 지킨다고 한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1층에 자리 잡지 않고 4층에 자리 잡은 것도 타로를 보러 오기 전에 사람들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양씨는 타로 점을 보고 좋은 방향으로 작은 변화를 보이는 고객들의 반응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20.30대 젊은이들만 찾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부터 자식걱정이 주로인 60~70대 어르신까지 타로 홀릭을 찾는 연령층은 생각보다 넓었다. 78장의 타로 카드에 인간사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하니 그냥 눈으로 봐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타로 카드의 그림들이 신비하게도 느껴졌다. 걱정과는 달리 나쁜 얘기도 듣지 않고 함께 갔던 지인도 타로 카드를 통해 들은 조언이 꽤 유용했다고 하니, 타로 홀릭을 향하던 무거운 발걸음과는 다르게 나올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내친 김에 근처에 있는 사주카페 ‘포춘 페이지’로 향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지인과 얘기를 나누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흘렀다. 앞서 타로를 볼 때도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었는데 사주카페에서는 태어난 시각까지 덧붙였다. 휘봉 선생이라는 분이 날깃날깃 표지가 찢겨진 두꺼운 책을 가지고 와서 사주를 풀어주었다. 타로 점을 보면서 들었던 얘기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 신기했다. 여기서도 다행스럽게 좋은 얘기를 듣게 되어 마음이 놓였다.
누구나 말 못할 고민거리가 한 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소통이 모두의 화두가 된 지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타로 점이 되었건 사주카페가 되었건 누군가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자신의 속마음을 다 열어 보이지 못하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타로 점과 사주카페는 닫힌 마음을 여는 또 다른 비밀번호가 되어 주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보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