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나이는 물론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고 허리춤에 찬 숟가락 하나만이 전 재산인 거지 아이. 배를 굶지 않기 위해 사당패에 들어가 여자임이 탄로 나지 않게 얼굴은 늘 더럽게 하고 거리를 떠돌던 아이. 어느 날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 그 물을 다 마시면 몰골이 없어질까 코를 박다 흙탕물에 목이 걸려 마셨던 물을 모조리 토해내고 자신의 의미를 돌아본다. ''난 어디서 왔을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제법 큰 동네서 맛난 음식냄새를 따라가 눈이 휘둥그레진 잔치를 보고 발걸음이 멈춰진 곳은 옥패 기생을 가리는 기생들의 잔치기방. 아이의 운명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기방의 부엌데기로 흘러 들어온 아이는 짝꿍인 밥할매에게 딱밤과 욕설을 듣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비록 행색은 재를 덮어쓴 부엌데기이지만, 밥을 푸는 주걱으로 빙 빙돌며 모든 것을 잃고 살던 아이는 궁기를 돕는 채옹준사 윤재민에게 난 향기를 선사하며 그에게 점 찍힌다.부엌에서 기생으로 탈바꿈을 하며 나비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아이. 채옹준사 윤재민은 난 향기를 풍기며 자신에게 다가온 아이에게 ‘기란’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3년간의 기생수업 후 한번 본 것은 뭐든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과 기패시험에서 받은 옥패를 거저 쥔 기란은 궁으로 들어가 궁기가 된다.한 번도 왕이 될 거라 생각지 않았던 왕 ''이훈''. 믿고 따르던 형님의 자살. 그리고 구역질 나는 궁중암투까지 이훈은 모든 게 귀찮았다. 4년의 세월을 허송세월하며 술과 여자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마음을 한 여인에게 들키게 되고 무기력하게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가란의 춤사위와, 섬세히 마음을 묘사해 놓아서 읽는 내내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요즘 논픽션이긴 하지만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 바탕으로 구성된 드라마이지만 그 속엔 허구가 존재한다.요즘같이 힘든 사회 생활 속에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소설은 소설로, 역사서는 역사서대로 인식한다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이민정
558-3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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