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현(가명, 고1)이는 지금 만세를 부르고 있다. 친구들은 함께 기뻐하며 박수를 쳐주고 있다. 준현이는 왜 이렇게 기뻐할까? 그것은 준현이의 로봇자동차가 앞차와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며 시속 8㎞의 속도로 달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준현이가 제작한 로봇자동차는 울트라 소닉 센서를 결합한 본체와 인텔리전트 브릭의 자율 제어 프로그램으로 운행되고 있다.
작년 10월, 구글에서 제작중인 ‘스마트 자동차’에 관한 기사를 접한 준현이는 거기에 완전 빠져버렸다. 관련 기사를 모두 검색해 보고 구글 사이트에서 영문으로 된 많은 글들을 번역해가며 탐독하였다. 그리고는 구글의 스마트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의 R&E(Rearch and Education)를 시작하였다.
물론 준현이는 진짜 자동차나 그것을 제어할만한 소프트웨어 기술, 전문적인 공학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준현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레고 마인드스톰 세트만으로도 얼마든지 구글의 기술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준현이가 수행하고 있는 R&E의 주제는 ‘스마트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저비용의 임베디드 자동운전 시스템’이다.
준현이는 학교에서 그닥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다. 내신은 3등급 정도, 과학을 좋아하지만 수학?과학 성적이 썩 잘 나오는 편은 아니다. 다만 준현이는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준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최근 구글의 스마트 자동차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찾게 되었다. 준현이는 바로 ‘자신에게 맞는 R&E’를 하고 있는 것이다.
R&E는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을 주제로 삼고 그 분야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공부 형태이다. 지금까지 R&E는 과학고나 과학중점고, 자사고, 일반고의 영재반등 소위 상위 1%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준현이처럼 ‘자신에게 맞는 R&E’를 수행하는 중고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나 기업의 선발 전형에서 이런 R&E를 요구하기 때문일까? 물론 대학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R&E의 결과물 및 관련 포트폴리오는 좋은 인재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그 분야에 대한 고민과 연구, 대회 참여 등의 다양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라면 그 열정과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R&E의 진정한 가치는 ‘교육적’인 과정에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 R&E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중고교 시절에 R&E를 직접 수행한 학생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전공 적합성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고, 협업과 참여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은 일련의 교육활동이고 그 자체로 교육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준현이가 선택한 레고 로봇 활용 R&E는 미션 수행을 위해 매일매일 연구하고 도전하며 실패를 거듭해야만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재미(fun)있고 창의적(creativity)이며 실질적인(hands-on)인 교육이 동반되는 몰입 과정으로, 미션해결을 위한 즐거운 탐험의 세계로 학생들을 안내한다.
그러나 R&E는 성공보다 실패 사례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R&E의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R&E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1)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연구 주제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의 지속성이 보장된다. 또한 좋아하는 주제를 연구해보면 자신이 그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지를 판단할 수 있다. 즉, 전공에 대한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다.
(2) 자신에게 맞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이것은 연구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실험과 연구의 변인을 통제할 수 없거나, 턱없이 고비용이 들거나, 대학 연구소 수준의 실험 환경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과연 가능한 연구 주제이겠는가?
(3)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자! 연구의 전문성과 완결성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배우는 연구자의 자세이다.
(4) 전문가 또는 멘토를 설정하자.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친구 등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또는 멘토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주저하지 말고 적극 도움을 요청하자.
이런 관점에서 R&E를 잘 설계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