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꿈나무를 찾아서> 춘천여고 2년 반수인, 강원사대부고 2년 최은수
“우리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2명의 여고생이 3년 째 국사교과서 번역작업 진행해
지구촌 시대, 세계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왜, 영어로 번역된 제대로 된 우리의 역사책은 없는 걸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두 여중생들의 국사교과서 영어 번역 작업. 한 걸음 한 걸음의 작은 도전이 고3을 눈앞에 둔 시점까지 이어져 이제는 출판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렸지만, 3년 전의 열정은 그대로 간직한 채 활동을 이어온 반수인(춘천여고 2학년), 최은수(강원사대부고 2학년) 학생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미숙(前 역사교사) 씨를 함께 만났다.
우리 역사를 영어로 옮기는 첫 도전
2011년, 당시 춘천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은수 학생과 4~5명의 아이들은 자생적인 모임을 만들고 역사교사 이미숙 씨와 함께 국사책 영어번역을 시작하게 된다. 외국 여행 중에 큰 서점에 들러도 한국사가 그 나라 말이나 영어로 출간된 게 없던 현실에 실망하곤 했던 이씨는, 이를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한두 번 언급했을 뿐인데, 어느 날 몇 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한번 해보겠다며 달려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린 여중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 매주 모임을 갖는 것도 빠듯하고 흐지부지 되던 차에 최은수 학생은 소속된 중학교는 다르지만 초등학교 단짝친구였던 반수인 학생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해 동참하게 되었고, 결국 둘만 남아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이렇게 덤벼든 것도 고맙지만 3년이란 시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정말 대견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먼저 선생님이 주중에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교과서 요약본을 각자가 1차 번역을 진행하고, 토요일 오후에 만나서 서로 진행한 번역에 대해 단어나 표현, 문장구조 등 부족한 부분을 맞춰서 정리하며 하나로 합친다. 이후 애매한 부분이나 궁금한 점을 따로 표시해 미국에 있는 대학원생 지인에게 보내 수정과 첨삭을 받는다. 이전에는 춘천여중 원어민 교사와 매주 만나 도움을 얻기도 했으나, 그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미국에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3년간의 열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랐다
일주일을 마무리하고 주말의 여유가 생길 법도 한 금요일 밤. 하지만 이 두 여고생에겐 예외였다. 토요일 만남을 위해 준비하자면 새벽 2~3시는 기본이기 때문.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업과 같이 병행하다보니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고 있을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면 압박감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작업이 고등학생들이 흔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부심이 더 컸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확신이다. 짧은 단락이지만 매주 한 챕터씩 스스로 번역을 진행했으니 실력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 “영어 공부를 위해 시작한 건 아니지만,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언어적으로 영어를 많이 활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게다가 한국사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 “국사과목은 단지 학교시험을 준비하는 정도까지였죠. 시험 전에 달달 외우고, 끝나면 바로 잊어버리는 암기과목 중 하나였는데 이 작업을 통해 사건의 순서가 재정립되거나 사건 하나하나에 더 깊게 주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더 큰 디딤돌
두 학생은 작업을 시작했던 당시의 전국 공통의 중학교 국정교과서를 번역 중이다. 개략적인 한국의 역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에서 큰 변형 없이 자신들만의 색깔로 번역하는 것이 목표. 현재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는 구석기부터 근현대사까지 통사적인 개념으로 한권의 영어 역사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이번 겨울이 끝나고 고3이 되기 전에 반수인, 최수인 번역의 역사책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레는 이들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 출판하고, 여러 곳에 책을 보내볼 생각입니다. 학문적으로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우리가 이루어낸 작은 도전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물론 우리 역사가 세계에 알려지는데 자그마한 기여를 한다면 그 보다 멋진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한결같은 열정으로 이어온 노력의 결실은 앞으로 두 학생의 성장에 더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였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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