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르텐 기획관리본부 교육담당 과장, 경영지원팀 과장, 외식지원협동조합 센터장. 요즘 정은영 과장의 명함에 인쇄된 직책들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여느 여성들처럼 그녀는 두 유치원생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다. 더구나 그 남자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힘들겠다 싶다. 그런데도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 에너지의 근원을 캐고 싶은 마음으로 그녀와 마주했다.
주)가르텐-영세소상공인들과 상생하고자 하는 기업
그녀는 (주)가르텐에서 일하고 있다. (주)가르텐은 많은 사람에게 가르텐비어라는 상호를 환기시킨다. (주)가르텐은 가르텐비어를 비롯해 3~4개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탄생시킨 프랜차이즈 업체다. 정 과장은 이 회사에서 업체나 직원들의 교육, 그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주업무로 맡고 있다. 얼마 전 ‘요리마싯따’라는 외식협동조합을 런칭하면서 그와 관련한 교육 전반의 일을 맡으며 센터장이라는 직책이 하나 더 생겼다.
어느 도시나 그렇지만 대전에도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많다. 부부가 함께 점포 하나에 인생을 걸고 생계를 걸어 일하고 있는 곳. 비교적 창업률은 놓은 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폐업률이 높아 실제로 성공적인 창업에 이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정 과장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트랜드 변화, 소비심리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마케팅 노하우를 소상공인들에게 교육한다. 특히 이전의 프랜차이즈 개념이 아닌 ‘요리마싯따’ 같은 외식협동조합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소상공인들을 살리는데 힘을 싣고 있다. 상생경제 마인드에 기술혁신, 신뢰경영으로 무장해 망하지 않는 사업을 추구한다.
여섯 번째 아이를 첫째 아이로 낳으면서 개인적 절망 떨쳐내
워커홀릭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을 좋아한다는 정은영 과장. 그녀는 1년 전만 하더라도 경력단절여성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사회생활을 했는데 그 시기에는 잠자면서도 일과 관련된 꿈을 꿨을 정도다. 그만큼 일에 대한 애정이 컸다. 비영리단체인 YMCA에서 12년을 한결 같이 일하면서 늘 긍정적으로 생활했다. 자신의 기획에 의해 하나의 사업이 성과를 내는 것, 그 짜릿한 기쁨에 늘 만족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불행이 거듭됐다. 뱃속아이의 유산. 다섯 번의 유산을 경험하면서 사람의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마음은 삶의 절망으로 이어졌다. 죽고 싶다는 밑바닥의 마음까지 경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데 놀랐었단다. 그런 절망 끝에 종교적 위로를 경험하고 그녀의 여섯번째 아이를 첫째 아이로 순산하면서 절망과도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
그녀가 추구하는 업무방식에는 몇 가지 틀이 있다. 일주일 안에 대부분의 업무를 끝내려고 노력하고 되도록 데드라인까지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도움 받을 일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해결할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것도 업무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맡겨진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실제로 성과를 내는 기간보다 준비기간이 더 긴 게 사실인데 그 준비기간을 줄이고 신속하게 업무해결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효과적인 시간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확인한 그녀의 수첩은 시간단위, 분단위로 나뉘어 빼곡하게 할 일을 담고 있었다.
또 가끔 젊은 사람들을 보면 받는 만큼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연봉의 10배의 일을 하겠다는 각오로 일에 매달리면서 성과를 내고자 할 때 비로소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주)가르텐은 최근 평생교육기관으로 등록을 마치고 외식사업 뿐 아니라 경력단절여성등 사회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과장도 소상공인 컨설턴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폭넓은 의미의 경제교육에 동참할 준비를 끝냈다. 그녀가 존경한다는 한윤교 대표의 말처럼 그녀도 (주)가르텐을 통해 대전이라는 지역사회에 상생의 가치를 실천했던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김치가 절여지고 익어가며 풍미를 더하듯 겸손하게 낮아져서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과 더불어 가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느끼며 살고 싶어요.”
출근하는 정 과장을 붙잡고 아이들은 투정을 한다.
“엄마는 회사에 놀러가? 엄마는 놀러가는 사람 같아. 매일 엄마만 신나구… 난 어린이집 가기 싫은데!”
어렵게 선물 받은 아이들, 보듬어 주며 가슴에 품고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마음을 꾹 누른다. 집에서 아이만 바라보는 엄마로서의 삶도 의미 있겠지만 아직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는데 많은 보람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늘 새로운 정보, 생각을 배워가는 즐거움도 크다.
“엄만 회사에 가면 할 일이 있어. 엄마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는 게 엄만 행복해. 오늘도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올 거지? 엄마도 열심히 일하고 또 배우고 올게.”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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