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동아리 ‘베리타스’
“생각 나누며 다름 인정하니 자유로워져요!”
인문학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 … 올해 주제 ‘영화’ 공부하며 천안여성영화제도 참여
소곤소곤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모인 사람들은 영화를 본 후 자신의 느낌과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또 들었다. 그 과정에서 영화를 더 깊이, 혹은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인문학 동아리 ‘베리타스’ 회원들은 모여서 함께 서로의 시각을 나누며 스스로를 조금씩 키워갔다.
나를 더 깊이, 타인을 더 가까이 바라보는 시간 =
인문학 동아리 ‘베리타스’는 3년 전 시작했다. 계기는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천안여성의전화’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로부터였다. 처음에는 여성학을 공부하다가 점점 회원이 늘며 ‘주제를 갖고 인문학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오갔다. 회원들은 첫 주제를 ‘철학’으로 잡고 모임을 시작했다.
*토론에 열중하는 베리타스 회원들
회원들이 모임에 참여한 계기는 저마다 다양하다. 인문학 모임에 갈증을 느끼다 참여하기도, 처음 모임을 기획한 이호금(51?천안시 성황동)씨의 권유로 참여하거나 알음알음으로 소개받고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언제 시작했든 그 안에서 얻고 느낀 것은 거의 엇비슷하다. 허인희(48?천안시 쌍용동)씨는 “이호금씨 추천으로 초창기부터 모임을 같이 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살면서 순간순간 많은 판단을 해야 하지 않나. 모임에서의 시간이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나를 다듬어준다. 또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다 보니 사람들과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수영(42?천안시 청수동)씨는 “작년부터 모임에 나왔는데, 하나의 사물에 대해 정말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걸 항상 느낀다. 내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서 빠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이호금씨는 “모임을 3년 정도 해왔는데, 삶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걸 느낀다”며 “살면서 불안감 등 나의 문제로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철학공부를 하다 보면 정제되고 어느새 내 문제를 벗어나 객관화된다. 그 과정을 겪으며 위축되었던 스스로가 자유로워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 통해 세상에 한 발자국 가까이 =
첫해는 철학을, 2년째는 니체를 함께 공부한 베리타스의 올해 주제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토론으로 1년을 운영해 보기로 한 것. 그를 위한 커리큘럼을 짜던 중에 때마침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이하 비채)와 교류, 비채에서 운영하는 영화상영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었다.
수요일에는 비채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그 다음 주에 영화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식으로 모임을 운영했다. 그 과정에 영화를 좋아하는 회원들의 참여도 늘었다. 올해 모임에 참여한 김화수(43?천안시 원성동)씨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며 “혼자 영화를 보는 것보다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생각이나 관점이 드러나서 영화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베리타스가 시민기획단으로 참여한 2013천안여성영화제. 이호금씨가 폐막식 작품 상영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회원들은 10월 31일(목)~11월 3일(일) 있은 ‘2013천안여성영화제’에 시민기획단으로 참여했다. 영화 상영 전 간략한 영화 해설을 하는 시민해설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이호금씨의 경우 영화제 트레일러(예고편)에 직접 출연하고, 폐막식에 작품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씨는 “여성영화제를 앞두고 여성들을 위한 영화교육 ‘우리아이 성장 앨범’ 3주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업하면서 핸드폰으로 찍었던 다큐가 폐막작으로 상영됐다”며 “여성영화제 참여는 우리끼리 모임에서 조금 더 사회로 나아간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의 소중함 =
*회원들이 떠난 여행. 안면도 길걷기를 함께했다.
베리타스는 올 한해 영화 공부를 마무리하며 내년을 이어갈 새로운 주제를 찾는다. 그렇더라도 월 1회 영화 모임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로 접근하면 큰 거부감 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제를 찾는 속에서 여러 이야기도 섞인다. 지식협동조합에 대한 의견도, 동네마다 여성들의 동아리를 지원해보자는 이야기도 오간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면 이루어질 일. 회원들은 일단 꾸준히, 지금의 공부모임을 운영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생각이다. “누군가와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를 함께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다. 또한 동아리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3년간 만들어온 커리큘럼을 언제든 공개하려고 한다. 베리타스는 ‘나누는 소중함과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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