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도청, 철도관사촌에서 만나는 대전의 역사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터, 아이들과 함께 거닐어 보는 기쁨

지켜야 할 역사의 현장,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관심 가져야

지역내일 2013-12-08 (수정 2013-12-08 오후 4:25:42)



방학동안 돈 들이지 않고 대전의 역사를 만나볼만한 곳이 있다. 노은동 선사박물관도 가봤고 도안동 역사박물관도 이미 섭렵했다면 이곳을 권한다. 삶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 있는 곳, 우리 근대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닮고 있는 역사의 현장, 옛 충남도청 건물과 소제동 철도관사촌이 그곳이다. 소유권을 놓고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전 근현대사 80년을 함께 한, 대전 시민이 지켜야 할 옛 충남도청사, 일제강점의 편의를 위해 사용된 전통단절의 현장인 대전 소재동 철도관사촌, 이 모든 공간이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고 만져보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이 땅의 역사가 더 이상 아픈 반복을 하지 않는 것, 역사의 현장을 거니는 내 아이의 손에 달렸다.



옛 충남도청사, 대전의 근현대사 전시 한창
대전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낡고 낮은 지붕,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돌벽, 높고 투박한 계단, 돌아서면 나타나는 자그만 정원들.
위압적 기세를 자랑하며 높이 올라간 현대의 빌딩들에선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그곳에 있다. 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건물의 보존적 가치도 훌륭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응답하라 1994’ 같은 드라마에서나 느낄 수 있는 향수와 정감이 걸음 닫는 곳곳마다 느껴진다.  

그렇게 그냥 걷기만 해도 좋으련만 본관 건물로 들어서면 근대사 관련 전시가 한창이다. 1층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2층은 충남도지사 역사관으로 상설전시관이 마련됐다. 전시와 관련한 학예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인원이 된다면 도청사 투어를 진행하기도 한다. 11월 30일까지 1차 투어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에 진행했는데 내년부터 다시 2차 도청사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안준호 학예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에서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이기도 하고 도청사 투어를 통해 이 건물이 꼭 지켜져야 하는 대전역사의 일부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은 수능을 끝낸 고3 수험생들이나 건물 내 시민대학을 이용하는 50~60대 성인들이 주 관람객들이다. 좀더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전시가 되게 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는 도슨트를 선발해서 전시관을 좀더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가 진행 중인 옛 충남도청 건물은 대전시가 유상, 무상으로 충남도청에서 한시적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대전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이곳에 시민대학을 개강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대전시가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전시가 막대한 비용을 충남도청에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소중한 대전의 문화유산이 민간에 넘겨지고 혹은 경제성의 논리 앞에 무너질 수 있다. 일부 시민단체나 지역사회에서는 이전하는 시도청에만 해당하는 도청이전 특별법을 남겨진 시도청에도 추가로 적용해서 나라가 비용을 부담해 대전시와 역사를 함께 한 옛 충남도청 건물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어떤 때보다 시민들의 호응과 관심이 필요하다. 




소제동 철도관사촌,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그도 또한 우리의 역사
대전시 동구 소제동 일원 철도관사촌.
대전역에서 계룡공업고등학교 방향으로 걷다보면 학교 도착을 얼마 안 남기고 솔랑시울길이라는 푯말을 볼 수 있는데 이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곳이 바로 철도 관사촌이다. 요즘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대전역에서 소제동쪽으로 터널도 생기는 중이지만 소제동은 그야말로 옛 동네다.  금방 쓰러져버릴 것 같이 비어있는 낡은 건물, 좁은 골목, 낮은 담벼락이 소제동이 옛날부터 형성된 동네임을 말해준다. 지붕과 지붕이 거의 맞닿아 있고 내집 나뭇가지가 건넛집 마당으로 뻗어내릴 수 있을 만큼 집 간격이 가깝다.

소제관사 42호 소제사진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곳 주민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부를 들여다보고 일일이 도면을 그리면서 일제강점기 우리의 근대건축을 학생들과 연구했다는 이희준 대전대 교수는 “철도관사촌은 우리역사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서 “그러나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다. 일본의 목적에 의해 아름다운 소제호가 사라지고 땅으로 메워졌다. 우리 전통이 단절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관리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을 보존하고 공부하면서 학생들은 또 다른 의미의 역사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역사만이 역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제동을 지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준 교수는 네이버에서 ‘대전 근대 아카이브드 포럼’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근대건축이나 근대역사를 전공했거나 혹은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꾸리고 있다. 이 모임이 주체가 되어 올해만 12번 정도 신청자를 받아 소제동 답사를 안내했다. 뿐만 아니라 대전문화유산 울림과도 기회가 되는대로 소제동을 방문하고 있다. 12월 잠깐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2014년 신청자를 모아 소제동 답사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든 카페를 통해서든 10명 이상이 모이면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도청사 투어 문의 270-4513(대전시청 종무문화재과)
소제동 투어 문의
http://cafe.naver.com/cmand (대전 근대 아카이브드포럼))
                
http://cafe.daum.net/djchwoollim(대전문화유산 울림)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사진제공 : 시민대학 포토에세이 이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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