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잔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이 진행된 지난 금요일.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오고갔다. 토론 주제는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신념보다 더 중요한가?’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학생들은 고잔고 영자신문동아리 ‘코잉’의 회원들이다.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의 주제는 바로 영자신문에 실릴 사설의 주제다. 아이들은 토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신문 사설을 작성하는 등 매주 조금씩 신문을 완성해 간다.
진로 탐색 도움되는 영자신문반
고잔고 영자신문반의 이름은 ‘코잉’이다. 고잔고 영자신문반의 영어이름인‘Gojan English News Paper’를 줄여서 ‘코잉’이라고 부른단다. 코잉 회원은 모두 10여명. 학기 초 인터뷰를 통해 선발됐다. 2학년 강루미 학생은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학생만 들어온 건 아니에요. 영어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였다”고 말한다.
영자신문반 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어문학계열로 진학을 꿈꾸고 있다. 영문학과와 신문방송학과를 두고 진로를 고민 중인 김도원(1학년)학생은 “주변에서 일어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로를 고민하는데 영자 신문반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학교 외부에서 진행하는 취재활동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대표적인 활동이 5월에 진행한 안산 거리극 축제를 취재였다. 영자신문반 학생들은 공연과 음식을 주제로 2개 팀으로 나눠 취재를 진행했다.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통해 축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기사에 담아냈다.
안해은 학생은 “거리극 취재에서 본 공연은 못 보고 리허설 장면만 봤지만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 진짜 기자가 된 느낌이었다”며 “안산에서 이렇게 큰 국제거리극 축제를 연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영자신문반 활동으로 영어 실력 쑤욱
일주일에 한번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의 영어실력도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다. 영자신문반 지도교사 유윤희교사는 “처음엔 영어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로 선발하는데 꾸준히 활동하는 아이들은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진다”며 “지금은 대부분 동아리 회원들이 영어 내신 1~2등급을 받고 있다”고 귀뜸했다.
남수현 학생은 “영자신문반 활동은 영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리스닝과 스피킹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며 “영자 신문 활동을 하며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또 강 루미학생도 “수업시간에 배운 관용어구나 표현법을 기억해 뒀다가 영자신문반에서 써먹는다. 배운 대로 즉시 써먹을 수 있어서 영자신문반이 좋다”며 활짝 웃는다.
지역소식, 학교소식 담은 ‘고잔마당’발간
마침 이날은 지난 일 년 동안 동아리 회원들의 땀의 결실인 기사가 완성되어 책자로 발간된 날이었다. 일 년간 모은 기사는 일 년에 한번 ‘고잔마당’에 기사로 실린다. 국문기사는 교지편집위원회 학생들이 담당하고 영자기사는 ‘코잉’이 작성했다.
자신이 직접 적은 글이 사진과 함께 멋지게 편집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의 얼굴엔 뿌듯함이 번져나간다. 눈동자 속엔 수줍었던 취재과정과 막막했던 기사작성의 힘든 순간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코잉 대표를 맡은 남수현 학생은 “이제 2년간 활동했던 영자신문반을 내년엔 수능준비 때문에 그만둬야 한다. 아쉽지만 신입생들이 더 멋진 영자신문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이렇게 어른스러워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도록 인터뷰 내내 멋진 모습을 보여준 코잉 회원들. 역시 기자는 말이 아니라 기사로 말하는 것일까? ‘고잔마당’에 실린 영자신문반 기사에는 명쾌함과 사려 깊음, 재치가 가득하다. 인터뷰에서 다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사에 오롯하게 담겨있어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혜경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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