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이다. 절대평가방식이긴 하지만 그동안 선택과목으로 홀대받던 역사교육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대학입시나 역사교육에 변화가 예상된다.
1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역사교육의 변화를 지켜봤던 감돌역사교실 안선희 교육실장은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교육을 하고 있을까.
“우리 교육이 여태껏 역사교육을 배제한 상태로 수년간 걸어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이 말하는 동북공정이나 일본이 말하는 독도문제가 이슈화 되고 표면화 될 때만 미디어를 통해 유행처럼 역사의식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그런 이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이어진 한 면이다. 과거를 바로 알기 때문에 지금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역사교육은 올바른 판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교육에 관한 최근의 변화는 당연하다.” 안 실장의 말이다.
한국사 초급, 중급과정 개설
감돌역사교실은 2010년 5월 개원했다. 그보다 7년 전쯤 역사탐방에 관심을 갖고 탐방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감돌역사교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특별한 역사관에 치우치지 않고 편집된 교재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단다. 교재는 초등학년부터 고등학년, 일반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에 맞춰 역사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꼼꼼하게 구성됐다.
3개의 과정이 개설되어 운영 중인데 한국사 초급과정 10개월, 한국사 중급과정 9개월, 세계사과정 9개월의 커리큘럼이 그것이다.
초급과정은 초등교과와 연계된 것으로 교과와 관련된 동영상 등을 보고 강사가 발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학생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최대한 발산적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창의적 발문을 지향한다. 경험 많은 교사의 노련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적응에 힘들어하던 학생들도 4주차쯤 되면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초급과정에서 훈련이 잘된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역사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거듭나기도 한다. 역사공부에 대해 심한 거부감 때문에 “역사책만 펼치면 구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던 학생은 그런 문제적 상황이 해결되기도 했다.
중급과정은 초급과정에 정치, 경제, 사회 부분을 더한 것으로 중등교과와 연계된다. 초등학년 때 역사에 대한 흐름을 잡지 못한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쏟아지는 정치, 경제, 사회 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해의 단계를 포기하고 암기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암기로만 받아들인 역사공부는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다. 잘 외워 만점을 받는 아이들이나 외우지 못해서 40~50점을 맞는 하위권 아이들이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성적만 잘 받도록 외웠을 뿐 조금만 다른 각도로 물어도 대답하지 못한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학생이라도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서 중급과정으로 갈 것을 권한다고 한다. 기초를 튼튼히 해서 더디게 가는 것이 길게 봤을 때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많은 학생들을 통해 경험했다. 그래서 감돌역사교실에는 여름방학 특강이라는 것이 없다. 2~3개월 안에 역사를 훑을 수도 없고, 또 속성으로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역사 공부는 결국 암기해야 하는 과제로만 남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는 것이 제대로 가는 길이다.
역사교육,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 찾을 열쇠
2006년 11월부터 시행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벌써 21회를 넘기고 있다. 한해에 4번, 1월 5월 8월 10월 시행되는 시험에 특별한 비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안선희 실장은 “수업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업을 충실히 들은 학생들은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시험에 합격한다. 시험보다는 역사를 바로 알게 하고 바로 교육하는 것이 더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박물관 수업 같은 역사체험학습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안선희 실장은, “백제의 문화를 확인하기 위해 공주나 부여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두 장소를 한 번에 답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제대로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그렇게 속성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충분히 설명하고 묻고 대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박물관도 가고 체험학습도 하는 것 아닌가. 겉핥기식의 체험학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은 약하지 않았다. 지정학적 위치 등의 이유로 빈번한 침략 속에 있었지만 늘 견뎌내고 대항했던 놀라운 민족성을 가진 민족이었다.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그런 민족성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세계화 시대에 대응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일 것이다.”
문의 343-6409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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