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아산21실천협의회 교육분과위원회가 주관해 아산시 다문화 학교 이해교육에 대해 지난 22일 오전 10시 이주여성들이 느낀 점 등을 토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는 아산이주여성연대, 푸른아산21실천협의회, 전교조 아산지회가 주최했다.
천경석 온양고 교사가 진행한 가운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우삼열 소장과 이진숙 나누미지역아동센터장, 김지철 도교육의원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주여성들은 그동안 가슴에 품고 미처 내놓지 못했던 한국사회 다문화 학교 이해교육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며 희망사항을 밝혔다.
교사 관심 밖인 다문화교육 현실 =
참석한 6명 이주여성들은 그동안 한국에 살면서 느낀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이 처음 입을 뗐다.
“초등 3학년 딸이 물었어요. ‘나는 왜 다문화가정이냐’고.” “한국서 태어나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엄마가 인니사람이니까 다문화가정 손들라 했다”면서 한국인임을 인정받고 싶은 딸의 질문을 떠올리며 그는 북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한국어로 된 가정통신문 어려워요.”
그는 “숙제를 못하겠다고 지레 포기하는 딸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다문화가정을 위한 숙제지도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잘하는 것이 있으면 다문화가정이라서 봐줘서 그렇다는 말도 들어요. 정말 싫어요.”
중국 출신 한국어가 유창한 여성도 “큰 딸 대학 보낼 때 대입제도 너무 몰라 코칭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엄마가 다문화인거 친구들이 알까봐 아이들이 걱정해요. 엄마가 중국인인 거 알면 친구들 눈빛이 달라진대요.”
또한 그는 “본국에선 교육받을 만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자원을 살려주길 바란다”며 “결혼해도 며느리로 대접받기 힘들다는 이주여성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천경석 교사는 “오랫동안 교사인 나도 이 나라 공부만 따지는 거 힘들다”며 “다문화이해교육이 치밀하지 않고 정교하지 않다. 상세한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여성들은 대체로 다문화란 단어도 불편해 했다. 한국인과 괴리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면 국적이 한국이어도 한국인 아니라고 거부당하고 끝까지 다문화 가정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온 여성은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이라도 똑같은 사람이고 문화만 다를 뿐이라고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서 온 또 다른 여성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다문화가정이 10명 이상 있었고 이전 교사는 신경을 많이 써줬다. 그런데 새로 전근 온 교사는 자기 편한 대로 하더라”며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 다문화 학생지원 예산으로 자기 반 아이들 동아리 활동에 썼다. 교육청 홈피에 마치 우리가 간 것처럼 올라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다문화가정이 혜택 많이 받는다고 말하지만 실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는 것”이라며 “다문화 학생들에게 지원유무를 설문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은 사람이 담당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다양하고 많은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충남 교육청 다문화 지원 예산 3분의 1로 대폭 줄어 =
김지선 전교조아산지회장은 “다문화 교육 학교예산이 인구비례에도 못 미친다”며 “지난해는 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예산문제로 일체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13억 원이던 다문화예산이 올해는 4억6000만원으로 3분의 2나 줄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만 봐도 학교현장은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또한 김 지회장은 “연간 1만2971건의 공문 중에서 다문화 학생에 대한 프로그램 공문은 채 30건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진숙 나누미지역아동센터장은 “우리가 먼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인식전환교육이 필요하다”며 “서울시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다문화가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강원도는 다문화교육 진흥 조례를 준비 중이다. 아직 충남은 없다”고 말했다.
우삼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소장도 “다문화에 대한 문화교육 뿐 아니라 차별예방교육, 인권교육도 같이 병행해야만 한다”며 “교육의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철 도교육의원은 “2006년부터 보자면 많이 나아진 것이긴 하나 교육예산 집행에 있어 돈이 아까운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 나온 제안 중에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동료의원들과 같이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산시는 7월 23일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아산시 여성가족과 다문회지원팀 유양순 팀장은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 단순히 협의체 구성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인권 고용 이주정착지원 등 전체를 아우르며 포괄적 체계적 틀을 가지고 지자체 실정에 맞는 역할 기능 등을 상당히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석자 제안 사항>
▲ 다문화 아동 대상 한국어 교육 ▲ 다문화 이해 교육 ▲ 다문화 아동 대상 학습 및 숙제지도 프로그램 ▲ 다문화 가정을 위한 가정통신문 설명 지원 ▲ 다문화 가정을 위한 진로 및 대학입시 상담 ▲ 전체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 ▲ 다문화 이해 교육 사업에 대한 사전 욕구 조사 ▲ 다문화 이해에 대한 설문조사 ▲ 다문화 가정 학부모 만족도 설문 조사 ▲ 외국어 교육 등 이주민 자원 활용 ▲ 다문화 교육 예산 확보 ▲ 다문화 교육 진흥 조례 제정, 네트워크 형성 ▲ 학교별 1인 이상 다문화 담당교사 배치 ▲ 다문화 담당 교사 교육(연수) ▲인권교육, 차별 예방 교육 관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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