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공동체’ 힘으로 골목상권 살린다

수원 칠보상인협동조합, 전국 첫 이업종 협업화/ 공동구매·지역화폐 등 구상, 30일 마을축제 개최

지역내일 2013-11-28 (수정 2013-11-28 오전 11:10:03)

수원의 칠보지역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결성,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전국 최초로 업종이 서로 다른 자영업자들이 손잡고 공동마케팅·지역화폐 발행 등의 협업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칠보지역은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호매실동 일원을 일컫는다. 7개의 보물이 있는 곳이란 뜻에서 ''칠보''라고 불린 이곳은 약 20년 전부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 약 300여개의 상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주변지역에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가 늘면서 대형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나로마트, 이마트가 1㎞ 안팎에 들어섰고 지난해 12월 6일 홈플러스 호매실점이 200m 거리에 입점했다. 여기에 수퍼수퍼마켓(SSM) 형태의 유통점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해왔다.
칠보지역 상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칠보상인들은 잇단 대형유통업체들의 진출에 맞서 싸웠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칠보상인회''가 결성됐다. ''뭉쳐야 산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결국 2008년 9월 GS아파트 앞 SSM 입점을 막아냈다. 최근 홈플러스 호매실점과도 상생협약을 맺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진출은 계속됐다. 상인들은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현수 칠보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계속되는 대기업의 입점에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골목상권을 살려보자는데 공감,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칠보상인회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설립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뒤 발기인 모집, 창립총회를 거쳐 올해 2월 15일 ''칠보상인협동조합''이 됐다. 업종이 다른 자영업자들로 협동조합이 탄생한 것은 칠보상인협동조합(이하 조합)이 전국 처음이다.
조합은 곧바로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협업화 공모사업에 응모했고, 현장실사 등을 거쳐 최근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지역상인들이 추진하는 이(異)업종 간 협업사업 역시 전국 첫 사례다. 조합은 협업화 사업을 통해 우선 점포별로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공동광고·온라인광고, 홍보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공동브랜드 및 네이밍 개발, 모바일 플랫폼 구축, 공동구매, 지역화폐 및 공동포인트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조합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화폐나 협동조합 로고 등을 지역주민 대상으로 공모하고, 반찬나눔 등 봉사활동도 추진한다. 김장철을 맞아 천일염 공동판매를 진행하고, 이달 30일 ''함께하는 칠보 한마당''이란 마을축제도 열기로 했다. 조은석 조합 부이사장은 "주변지역의 개발로 고립된 칠보상권의 주요 고객은 지역주민"이라며 "칠보상권 활성화는 재래시장 현대화처럼 하드웨어 개량사업이 아닌 지역주민과의 마을공동체 복원, 마을과 상권의 공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합은 마을공통 과제인 주차문제 해결과 진입로 개선 등에 대한 수원시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건형 수원경실련 사무국장은 "칠보상인들의 노력은 지역공동체의 힘으로 거대자본에 맞서려는 시도"라며 "현재 전국 곳곳에서 대형유통점과 대립하는 상인과 시민단체들이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칠보협동조합 방식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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