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설립조건이 대폭 완화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업종과 분야에 상관없이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설립이 수월해진 만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본법 시행 후 양천구에는 열다섯 개의 협동조합이 새로 생겨났다. 교육 예술 농산물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 중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뿌리내리기를 하고 있는 신월동‘양천팜’을 찾았다.
유광은 리포터(lamina2@naver.com)
모두가 사장이고, 모두가 직원인‘발아현미’협동조합
양천 03 마을버스를 타고 ‘우리동네빵집’정거장에 내렸다. 신월동 양천팜을 찾아가는 길은 정거장 이름만큼이나 정겹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언덕길이 낯선 이의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소박하지만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은 가게들 사이로 협동조합 양천팜이 눈에 띈다. 오후 4시에 들른 양천팜은 현미를 씻고 발아된 현미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현미 싹튼 것 좀 보세요. 이렇게 싹이 텄네요. 너무 예쁘죠?” 양손 가득 담은 발아현미를 보여주는 한 조합원이 아이마냥 신나게 이야기를 전한다. 양천팜은 도시에서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덕에 발기인 다섯 명만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난 6월 말에 협동조합신고, 7월에 설립등기까지 마치면서‘양천팜’협동조합이 탄생했다.
발아현미를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이정애 조합원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전한다. “발아현미는 현미 쌀눈을 싹 틔운 거예요. 살아있는 쌀이지요. 백미를 먹을 때 보다 포만감도 있고 변도 잘 나와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좋지요. 발아현미와 발아현미찹쌀을 섞어 먹으면 더 맛있어요.”
유일한 남성 조합원인 이박희씨는 양천팜의 발아현미 생산과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모든 현미가 다 발효되는 것은 아니에요. 쌀눈 보존 가능한 수분함유량이 높은 현미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잘 세척한 현미를 6시간 불려 발아기계에 넣고 24시간 발아시켜요. 발아된 현미는 한 번 더 세척한 후 8시간 건조과정을 거쳐 2kg씩 소량으로 포장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발아현미는 만원, 현미찹쌀은 만이천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제각기 분주히 움직이는 조합원들 사이엔 사장과 직원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사장이고 모두가 직원인 듯 물품을 홍보하고 힘든 일도 적극적이다.
건강한 먹거리 공급하고 일자리도 창출, 어려운 이웃도 도와요
“아이들 초등학교 친구 엄마들 모임이 시작이지요. 이십년 지기들이에요. 처음에는 육아나 살림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어 지역 복지관에서 봉사도 했지요. 모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협동조합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지역사회에 건강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그 과정에 일자리까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었죠. 혼자라면 어려웠겠지만 여럿이 함께하니 가능했어요.”
양천팜 발기인 중 한사람인 홍성순 이사장이 말하는 설립 동기는 소박했다. 1구좌에 오만원씩, 사십 여명이 출자금을 모아 사천 여만 원을 종자돈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출자자들이 조합원이 돼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어 활동에 직접 나선다.
배순정 조합원은 “양천팜 조합원은 서로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지요. 여러 세대가 함께 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아요”라고 말한다.
양천팜이 협동조합으로 세워지기까지 많은 준비가 있었다. 협동조합 교육도 열심히 참여했고,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센터인 아이쿱 서울생활협동조합의 도움도 받았다. 덕분에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양천팜이 지역사회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신월동의 사회단체인 사단법인 ‘나눔과 동행’문요셉 팀장이 실무를 챙겨주고 있다.
문팀장은 “양천팜은 여럿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협동조합 정신에 충실하다”며 “건강한 먹거리 제공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신월동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한다. 깔끔하게 포장된 현미, 현미찹쌀 세트는 선물용으로 딱인 듯하다. 크게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져 주문량이 만만치 않다고 전하는 조합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미니인터뷰 : 협동조합 설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김대훈 팀장 <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센터 iCOOP 협동조합 대외협력팀 >
Q. 협동조합을 쉽게 설명하면 무엇인가요?
협동조합이란 혼자하기 힘든 일을 서로 각자 가지고 있는 출자금, 역량을 모아서 공동의 협력으로 해내는 것이지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협동조합을 잘 표현해 줍니다.
Q. 협동조합의 특징은 무엇이죠?
협동조합의 중요한 원칙은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이지요. 조합원 모두가 주인으로 1인 1표의 동등한 권리를 갖습니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을 통해 조합원들의 필요에 따른 욕구를 실현하는 것이죠.
Q. 공동 소유라는 면에서 주식회사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주식회사의 주주는 소유와 지배가 목적이지만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참여와 이용이 목적이에요.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자와 이용자가 달라 초과이윤 발생 시 주주에게 배당하지요. 따라서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반면에 협동조합은 소유자와 이용자가 동일하지요. 많은 이윤을 내는 것보다 사업자체를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사업을 통해 이익이 나는 경우 협동조합에서는 잉여라고 부르는데 이 잉여금도 지분이 아니라 이용실적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배분됩니다.
Q. 공동소유하고 조합원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동업과 같아 보이는데요.
협동조합은 안전성이 높은 동업이지요. 개인들 간의 동업은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불안정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협동조합은 법인격을 갖춘 동업이라 안정적입니다. 정규, 규약 등과 조직관리, 성과의 배분 등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지요. 체계적이고 권한과 책임 등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Q.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돼 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특별한 지원이 있나요?
직접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 설립, 운영에 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별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요. 서남권상담센터는 저희 아이쿱생활협동조합에서 맡고 있는데 협동조합에 관한 기본 교육과 설립희망자들에게 구체적인 실무심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문의 02-2181-7919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센터 iCOOP 협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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