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행복공감학교 선정된 ‘목천초등학교’

“1등이 뭐가 중요한가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죠”

학부모 교사 지역민 모두 참여해 학교 운영 … 작은도서관은 지역 사랑방 역할

지역내일 2013-11-14

 지난 9일(토) 오전,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학교 안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에 모였다. 운동장이 보이는 다락방과 엄마 품처럼 포근한 책사랑방은 저학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은 책을 읽다가 이내 친구와 재잘거렸다. 고학년 아이들은 제법 의젓하게 책에 집중했다.
다른 한 곳에는 그윽한 커피향이 퍼졌다. 1일(금) 열렸던 음악회를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려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는 막 찌어온 고구마와 쿠키가 가득했다. “학교 문턱이 낮아 선생님과 엄마들이 함께 아이들을 키워요. 그 안에서 모두 큰 만족을 느끼죠. 그것이 목천초등학교가 행복공감학교로 선정된 이유 아닐까요?” 엄마들의 눈빛은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로 향하고 있었다.
목천초등학교(교장 임헌종)가 ''충남 행복공감학교''로 선정됐다. 행복공감학교는 충남교육감 교육정책 슬로건 ‘모두가 공감하는 행복한 충남교육’과 도지사 공약 ‘혁신형 행복학교’를 접목한 것이다. 공교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혁신형 학교로, 초· 중등교육법 기초 ·기본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모든 교육공동체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지원사업이다. 2011년 시작, 해마다 5개교씩 충남에서는 총 20개교가 선정되었다. 아산의 도고중학교는 2011년부터 지원을 받았다.
행복공감학교에 선정된 학교는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20∼35%, 선택중심 교육과정 100%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특히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발굴하고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소그룹 학습, 맞춤형 보충학습, 멘토링제, 참여·토론식 학습 등 학교여건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다. 2014학년도부터 행복공감학교로 운영될 목천초등학교는 4년간 매년 약 1억원의 지원을 받아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5년 전부터 혁신학교를 준비해온 김영웅 교사는 “행복공감학교는 공교육이 제자리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경쟁을 축소시키고, 교사와 아이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지는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든 교육공동체가 행복한 학교 위한 한마음 =


지난 6월 개교 100주년을 맞은 목천초등학교는 작은 학교다. 엄마들의 참여가 활발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2학년 아이를 둔 김정은(36)씨는 천안시내권 학교에서 전학 온 후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는 선생님 한 마디에 경직되는 분위기 아닌가. 그런데 목천초는 달랐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학교가 작아서 학년 구분 없이 다 함께 놀고, 엄마들은 누구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챙겼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려는 교사들의 노력도 컸다. 목천초는 주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체험학습, 함께 나누고 어우러지는 문화감성예술체험활동을 중시했다. 배움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의 열정에 임헌종 교장과 우종수 교감은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함께함을 익혔다. 우지원(39)씨는 “아이가 발달이 좀 늦은 편이라 어떻게 학교에 다닐까 걱정이 컸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비석치기 구슬치기처럼 활동량 많은 전통놀이를 하다 보니 딱히 재활치료가 필요 없게 되었다”며 “친구들도 스스럼없이 함께 놀아주고 배려해 주니 학교 다니며 아이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방학 중 학부모회와 느티나무작은도서관이 주관해 운영한 독서캠프



*지난 11월 1일(금) 있은 목천느티나무작은음악회. 목천초등학교가 주최하고 느티나무작은도서관이 주관한 행사다.



*지난 7월 열린 간담회. 6월 학생 학부모 지역민이 함께한 홍종의 작가와의 만남이 있은 후 학부모 대상 ‘독서지도방법’에 대한 간담회도 이어졌다. 


“미술에 재능 없으면 물통이라도 닦을 수 있잖아요” =


교사들은 진정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며 학교 문턱을 낮추었다. 엄마들은 그 문턱을 기꺼이 밟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방과 후나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 체험활동에서 엄마들은 당당한 선생님이 된다. 미술 노래 독서 등 엄마들이 자발적 재능기부로 진행한다. 재능이 있는 엄마는 수업을 진행하고, 그렇지 못한 엄마들은 수업 도우미를 자처하는 등 꺼리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모두 힘을 합한다. 2학년 자녀를 둔 신미영(38)씨는 “학교에 걸린 삽화나 전시물들은 엄마선생님과 함께한 체험활동의 결과물로 대부분 엄마들 아이디어다.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하며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수업을 하는 동시에 배울 수도 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도예과정 같은 방과후수업에 학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합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살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아이들은 훌쩍 커나갔다. 선행학습 등 경쟁을 유발시키는 학습이 아닌, 장점을 찾아 키우는 배움중심수업에 아이들은 흠뻑 빠져있다.


지역과 하나 된 작은도서관으로 이제 지역공동체까지 =


올 3월 충청남도와 천안시, 중앙도서관 지원으로 목천느티나무작은도서관을 개관하면서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인근 주민들도 학교에 오가게 되어 지역공동체 문화공간으로 거듭 나고 있다.
도서관 운영을 담당하는 강하영(36)씨는 “목천초등학교 도서관은 마을회관처럼 편안한 곳으로 운영한다”며 “토요일에는 아빠들 기타 모임 등 지역화 된 공간으로 기획, 문화 사랑방이 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이라고 하면 ‘성적’을 먼저 떠올리는 때다. 어우러지고 함께 가는 모습보다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성공한 것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목천초등학교는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 가고 있다.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살아간다면 1등이 무슨 소용이냐고 자신 있게 말한다. 초등학교 시기는 성적순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바탕을 쌓아주는 시간이기에,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며 언젠가 활짝 펼칠 날갯짓을 기다리고 있다.
목천초등학교 김상회 교무부장은 “목천초등학교는 지금까지 다양하게 열린 교육을 해왔는데, 행복공감학교로 선정되면서 교육활동을 더 구체화시키고 확대시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배움의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공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지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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