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퀼트를 처음 만난 것은 20몇년 전이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예쁜 원단들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퀼트에 대해서라면 1인자가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quilt’는 그 어원에서 보듯 라틴어의 ‘cultita’가 ‘quilt’로 변화된 것이지요. 그 당시엔 메워진 자루, 쿠션이란 뜻이었다고 합니다.
최초의 퀼트는 이집트에서 발견됐다고 하는데 주로 방한용품으로, 실용성이 강조된 생활용품 이었답니다. 그 후 17세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퀼트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예술성까지 겸비한 퀼트 문화의 꽃을 피웁니다.
퀼트는 미국이 식민지시대였을 때도 산업혁명시대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퀼트의 배경과 발전의 이면에는 미국의 역사가 있고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미국인의 애국심이 있습니다.
미국인이라면 개인당 평균 5∼6개의 퀼트작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뉴욕에서는 요즘도 10세 아이들을 위한 퀼트 콘테스트가 있고 수상자에겐 장학금까지 준다고 하니 미국인들의 퀼트사랑을 짐작하겠지요?
무작정 꿰매고 만들기보다 이런 배경을 알게 되면 내가 만든 작품에 의미가 생기면서 더욱 애정이 가게 되지요.
오늘날 손으로 만든 퀼트는 예술품으로 인정받으며 투자대상으로 수집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원래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퀼트가 오랜 세월 집안 대대로 중요하게 물려져왔다는 뜻이지요.
요즘 미국은 퀼트제작이 매우 활발해져서 빅토리아시대의 전성기와 별다르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유명인의 집과 사무실은 물론 대기업과 호텔에도 퀼트작품이 많이 전시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큐레이터를 고용할 정도라고 하네요.
바쁘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바느질을 하게하는 퀼트는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요? 마음속 깊이 자리한 스트레스를 요란스레 풀어내기보다 차분히 나를 돌아보며 뭉친 응어리를 풀어내는, 묵묵히 세월과 마주하는 것이 퀼트의 매력은 아닐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에는 퀼트가 최고”라고.
퀼트는 기다림과 인내의 예술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투자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투자 기다림. 이 기다림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이 과정이 우리의 오감을 깨우고 그래서 더욱 행복해지는 힐링의 시간입니다.
유리의 퀼트 & 꽃차
우상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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