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감성마을, 전유성의 철가방극장, 이장희의 울릉천국. 이 마을의 공통점은 예술가가 사는 마을이다. 예술가들은 자연 속에서 예술적 감성을 꽃 피우고, 이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까지 활기를 되찾았다.
아름다운 경관과 맛있는 먹거리. 이와 더불어 예술적 감성까지 채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멋진 힐링 여행이 될 것이다. 이런 예술적 감성까지 채워줄 힐링 여행을 위해 굳이 먼 길을 나설 필요는 없다. 명절 뒤 몸과 마음이 지친 안산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물할 대부도 정문규 미술관을 소개한다.
목욕탕 건물 미술관으로 재탄생
시화방조제 건너 ‘큰 언덕 섬’ 대부도.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대부도에는 은근히 많은 볼거리가 숨어있다. 그 중 가장 독특한 공간이 바로 정문규 미술관이다. 노 화백의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이 숨어있는 정문규 미술관이 문을 연 건 2009년 6월이었다.
이 미술관은 ‘해수탕’건물을 구입해 미술관으로 개조한 독특한 내력이 숨어있다.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안산에서 터를 잡은 정문규 화백이 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찾다가 ‘첫눈에 반해’ 구입한 건물이 바로 옛날 ‘대부 해수탕’이었다.
“목욕탕은 천정이 높고 창이 좁아서 전시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기본 뼈대만 살리고 전체를 다 리모델링했다. 미술전시관으로 설계한 건물은 아니지만 미술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며 흡족한 미소를 띄우는 정문규 화백.
1층은 향 좋은 커피를 즐기는 카페 아르페지오네가 자리 잡았고 2층은 제 1 전시관으로 연중 2회 이상 기획전이 열리는 공간이다. 3층은 정화백의 개인작품을 전시한 제 2 전시관과 화백의 작업실이 있다.
원로작가부터 신인작가 만나는 기획전
천장 높은 공간에 클래식 음악이 웅장하게 울리는 카페를 지나 전시실로 향했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이재효 이재삼 2인전 ‘The Wood of Trees, from Trees''가 진행 중이다. 나무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이재효의 작품과 하얀 광목천에 목탄으로 단색화를 그리는 이재삼 화가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 눈에 들어온 전시실 공간은 달빛에 맨몸을 드러낸 소나무 작품과 금방이라도 소소소 바람이 불 것 같은 대나무 밭 풍경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나무의 나이테를 살린 작품과 잔나무가지를 엮어 만든 조각품이 눈길을 당긴다.
정문규 미술관은 개인 미술관이지만 해마다 기획전을 마련 중이다. 개관 이듬해에는 70세 이상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아직도 우리는 현역이다’를 전시했고 지난해에는 80년대 화단에 잔잔한 화제를 일으킨 ‘인간전’을 다시 열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개인이 만든 공간이라고 해서 내 작품만을 전시한다면 옳지 않은 일이다. 우리 미술사에서 기억해야 하는 작품과 의미 있는 작품을 전시해야 미술관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는 정문규 화백.
그는 관람객이 청하면 언제든 작품해설가로 나선다. 노 화백이 들려주는 그림이야기도 재밌다.
죽음 이겨내니 자연이 아름다워
3층 전시실은 오롯이 정문규 화백의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문규 화백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55년 진주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프랑스와 일본 등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3층 공간은 마치 공원을 옮겨 놓은 듯 아름다운 꽃과 나무그림이 가득하다. 추상화와 인간 본연에 대한 탐색으로 어두웠던 박 화백의 그림이 이렇게 밝아진 것은 어떤 계기 때문이었다.
“1992년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위를 다 들어내는 수술을 했는데 그때 나를 수술한 의사들은 먼저 저세상으로 갔지만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그 후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지난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안산으로 자리를 옮긴 정 화백. 고잔 신도시가 들어서고 대림아파트에 살았던 그에게 앞마당과 같았던 호수공원은 작가적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싹이 돋아 녹음이 우거지는 공원,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호수공원의 풍광은 그대로 캔버스로 옮겨져 작품이 되었다.
문화공간이 부족한 대부도에서 정문규 미술관은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피아노가 놓인 2층 전시실은 매달 한 차례 음악회 공간으로 변신한다. 하반기 음악회는 28일 바리톤 정용만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10월 26일 부천 온새미로 합창단 등 클래식 음악회가 연이어 진행된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은 전시실도 무료로 운영된다. 미술과 음악과 커피를 한 자리에서 즐기고 싶다면 대부도 정문규 미술관을 찾아가 보자. 예술의 향기에 듬뿍 취해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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