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고 싶다 - 해품터직지도서관

‘작은’ 공간, ‘큰’ 소통 추구하는 아파트도서관

주민 요구로 설립, 주민들이 관리·운영…아이들 쉼터,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

지역내일 2013-11-10



20년 이상 방치됐던 공간이 도서관으로 변신,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곳이 있다. 상당구 금천동 현대아파트의 ‘해품터직지도서관’. 회색 톤의 딱딱한 콘크리트 벽면, 음침한 느낌마저 드는 관리사무소 건물에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도서관이 생겨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해를 품은 터전’이라는 뜻의 해품터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생긴 곳인 만큼 주민들 스스로 관리하고 운영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서관 전무한 금천동,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찾아
금천동 지역에는 사실 도서관이 많지 않다. 인근 용암동 지역엔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초롱이네도서관 등 다수의 작은도서관이 있지만 10여 단지의 아파트가 모여있는 금천동 지역엔 도서관이 전무한 상태다. 금천동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지난 4월 해품터를 개관했다. 





박한택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오래전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며 “마침 관리사무소 지하에 적당한 공간도 있었고 충청북도와 청주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줘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과 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부, 다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현재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이 300여명에 이른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70여평 규모, 7000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해품터직지도서관. 작은도서관치고는 꽤 규모가 큰 이곳은 아파트 주민이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서관 이름도 공모에 의해 주민이 지은 것이라고. 아파트 주민이자 전담사서인 김기년, 황자남이 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또 일요일에는 도서관 운영위원 5명이 교대로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다.
김기년 사서는 “주민이 직접 관리하다 보니 주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 수 있고 애착이 강하다”고 말했다.




도서관, 사람들 사이 이어주는 끈 같은 곳
해품터는 금천동 주민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주는 공간만이 아니다. 주민 누구라도 편하게 와서 책과 함께 놀고 일상생활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딱히 갈 곳이 없어 놀이터 주변을 배회하던 청소년들도 이제는 삼삼오오 도서관에 들러 책도 보고 편하게 앉아 이야기도 한다고. 또 방과 후 빈집에 혼자 있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에게 해품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가 된다. 

김 사서는 “때로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출입을 자제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른, 아이 모두에게 작은도서관은 그야말로 맘 편한 공간,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는 초등학교 4학년 김영수 군은 “예전에는 학교를 마치고 학원가는 시간까지 집에서 혼자 있거나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이제는 도서관에 들러 책도 보고 쉬었다 간다”고 말했다.

사실 도서관은 역사적으로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근대 공공도서관이 시작된 건 18세기 미국에 와서다. 물론 당시 도서관의 기능은 전적으로 정보서비스에 한정됐다. 그러나 요즘 도서관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는 도서관 기능도 변화시켰다. 단순히 책만 보기 보다는 이웃들간의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김수동 운영위원은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이웃들간의 공동체 의식도 많이 약해지고 개별화되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 서울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휴먼라이브러리’의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소통의 장으로서 도서관이 자리잡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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