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읍 비중리에 자리한 ‘홍산지질과학박물관’
돌에게 지구의 역사를 물어보다
지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박물관 …학자의 고향 ‘내수’에 문 열어
사진1] 야외전시장의 한반도 지도는 각 지역의 암석으로 채울 예정이다.
내수읍 비중리 비홍마을,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양을 한 마을이다. 기러기가 날아가다 쉬어갈 듯한 그 곳에 2009년 홍산지질과학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대학에서 정년 퇴직한 나기창 명예교수가 지질학을 알리고 그동안 수집한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마을 뒷산의 이름인 ‘홍산(鴻山)’을 따서 지질과학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서 만난 돌, 수억년 거치며 지구 역사 담고 있어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제1전시실 도암관이 보인다. 도암관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아폴로 11호에서 나온 월진(月塵)이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인 월진은 운석충돌에 의한 파편이다. 우주인들이 가져 온 이 월진이 우주선이 착륙한 지점의 암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중생대에 번성했던 공룡. 공룡의 발자국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화석과 아직도 공룡 알을 품고 있는 듯 선명하게 알을 담고 있는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옆으로 가면 한 폭의 수묵화를 붓으로 그려 넣은 듯한 수석들을 만날 수 있다. 나기창 교수는 “수석은 오랫동안 지표에서 깎이고 닦여져 단단해진 암석이고, 화석은 생물이 살던 흔적을 담은 암석으로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규화목이다. 규화목은 나무가 물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다가 단단한 암석이 됐다고 한다. 어떤 것은 영락없이 암석과 같은 모양인 것도 있지만 아직도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한때는 나무였음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규화목도 있다. 최소 몇 백만년이 지나야 규화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홍산지질과학박물관에 들어오면 머릿속 시간의 단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암석 주변으로 굵은 테가 주기적으로 둘러져있다. 4~6억년을 거치며 생긴 것이란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차가운 무생물인 돌이 아니라 수 억 년을 거치며 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인다.
눈에 띄는 암석 중에 암모나이트와 직각석이 같이 붙어 있는 암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나 교수는 “직각석은 암모나이트보다 최소 1억년 전에 있었던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아 이렇게 같은 암석에 붙어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시중에 이렇게 팔고 있는 것이 있어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쓰려고 견본으로 사다 전시했다”고 말했다.
사진2] 스트로마톨라이트에 대해 설명하는 나기창 교수
"돌에 스며든 이야기 읽어내는 게 내 일"
지하로 내려가는 제2전시실에는 암석 속에 광물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국화꽃 모양이 생긴 국화석, 자수정, 수정, 현무암, 화강암, 흰물결무늬 편마암, 불국사 화강암, 구갑석, 황철석 등 다양한 암석들이 있다. 한 손으로 들어도 번쩍 들리는 가벼운 부석도 있다. 그 외 300여점의 암석들이 전시되어 있고 야외전시장에도 약 30여점의 전시물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야외전시장에는 거인의 어금니를 닮은 큰 규화목과 한반도 지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잔디위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 지도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암석들을 채취해 한반도 암석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제주도, 독도, 울릉도까지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걱정은 북한지역이다. 남한의 암석지도는 완성하기 어렵지 않지만 지금은 북한지역의 암석을 채취할 수 없기 때문에 지도의 완성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나 교수는 “한반도 암석지도에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며 “홍산지질과학박물관은 이제 10%만 이루어진 상태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돌을 보고 감탄하지만 돌에 스며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3] 직각석과 암모나이트가 함께 있는 암석. 둥근 것이 암모나이트, 긴모양이 직각석이다.
무료입장! 단, 목요일&토요일만 개방
지역민들의 방문과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환영하지만 학예사가 상주하는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목요일과 토요일만 개방하고 있다. 방문객에게 설명하는 것을 비롯해 박물관 전시물을 2~3년 주기로 바꿔 전시하고 박물관 주변을 관리하는 것까지 나 교수가 직접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르게 바쁘다. 그룹으로 묶어서 미리 예약을 하면 나 교수가 직접 들려주는 몇 억년에 걸친 지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홍산지질과학박물관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문의전화 905-2731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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