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민 떠난 곳서 기념수 2세 무럭무럭

전북산림환경연구소 ''천연기념물 후계목 동산''

지역내일 2013-11-11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대아수목원. 1970년대 초반 화전민이 떠나면서 오지나 다름없던 곳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전북도 공식 수목원이다.
수목원 한켠 3000㎡ 규모의 동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의 2세목 421그루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전북산림환경연구소는 이곳을 ''천연기념물 후계목 동산''이라 부른다. 도내에서 서식하는 나무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목의 2세들이 자라는 곳이다. 
전북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모두 24개체. 저마다 사연과 역사를 담고 있는 나무들이다. 청와대 본관에 걸렸던 그림의 배경이 된 ''김제 왕버들''(봉남면 왕버들. 천연기념물 296호) 장수군청사 의암송(397호), 이성계가 심었다는 진안 마이산 은수사 청실배나무(386호), 상사화(부안 위도) 미선나무 군락지(부안 변산) 등이다.
전북도가 전국에서 처음 후계목 동산을 조성한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이다. ''전주 삼천동 곰솔 독극물 사건''이 계기가 됐다. 전주지역 개발붐이 한창이던 2001년 천연기념물 제355호인 삼천곰솔에 누군가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독극물을 넣는 일이 발생했다. 보통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을 내륙에 심어 250년 이상 자란 나무가 말라가기 시작해 3분의 1만 생명을 이어갔다. 범인을 잡진 못했지만 후계목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산림환경연구소 연구사들이 2003년부터 천연기념물 고령나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10여년에 걸쳐 도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보호수의 유전형질을 보전하기 위해 접목 등을 통해 어미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2세목을 키웠다. 연구소의 이러한 노력은 금방 빛을 발했다. 지난 2007년 익산 망성면 신작리 곰솔(수령 400년. 188호)이 번개에 맞아 고사되자 연구소측은 미리 키워둔 후계목을 어미나무가 있던 자리에서 심어 명맥을 잇기도 했다. 
2009년 대아수목원에 후계목 전용 동산이 생기면서 나무의 대를 잇는 사업은 전국 지자체의 단골 견학장이 됐다. 전북을 시작으로 상당수 지자체가 천연기념물 2세목 육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적 가치 뿐만 아니라 생태체험장으로도 제격이란 평가다. 전북산림환경연구소 박준모(44) 연구사는 "개발이나 자연재해는 물론  급격한 기후변화 식물자원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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