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예비 중1조차도 공부의 목표가 대학 입학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내신에다가 미래의 수능과 논술까지 모두가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라는 시기 문제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라는 방법의 문제를 놓고들 고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논술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대입 논술을 대비하기 위서서가 아니라 논술은 모든 공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글을 읽고 분석하며, 그걸 자신의 사고력으로 재구성하고 자기의 언어로 표현하다보면 저절로 공부의 기초 체력과 근육이 다져지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출발이며 기본 바탕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일찍부터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또한 많이 읽고 많이 써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만큼 효과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나 “아니요.”라고 답해야 할 때가 많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대학 입시 논술의 유형에 맞춰 논술 준비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예비 고3의 경우 대부분 대학의 기출문제로 논술 수업을 시작한다. 대학 논술 문제의 경우 우선 제시문 내용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교과서 지문이나 신문 기사가 출제되기도 하지만, 그때도 짧은 내용이라서 글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글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제대로 아리도 못하는 내용으로 글을 쓰다보니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그렇다면 논술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예비 고3 : 쉬운 글로 논술의 기초체력을 다진다
예비 고3이라면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무려 50주이다. 1주에 한 편씩만 써도 50개나 된다. 보통 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학생은 10여편, 그렇지 못한 학생은 20여편의 글을 써보면 글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글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쓸 때라는 게 전제된다.
따라서 예비 고3이 지금 논술 공부를 시작한다면 먼저 교과서나 신문 사설과 같이 쉬운 내용의 글을 분석하고 재구성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때도 가능하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게 좋다. 굳이 정치, 경제 분야를 고르는 것보다는 스포츠, 연예처럼 쉽고 흥미있는 내용으로 출발하자. 스포츠, 연예 분야도 그 속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시대적 이슈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글쓰기에 자신이 생긴 다음에 지원 대학의 논술 문제로 나가야 한다.
▶ 중고생 : 다양한 글, 완결된 형식의 글을 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중고생이라면 대입 논술 유형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논술 준비를 해야 한다. 대입 논술의 경우 대부분 글의 제목이 없고, 서론 결론 없이 본론만 요구한다. 하지만 그건 대학측에서 채점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논술 실력을 키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논술 실력을 키우는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논술은 우리의 사고를 글로 옮긴 것이다. 사고에 기(起) 없이 어찌 승(承)이, 전(轉)이, 결(結)이 있을 수 있겠는가. 반드시 자신이 쓸 글의 제목을 붙여보고, 서론 본론 결론, 또는 기승전결이라는 글의 완결된 구성에 맞춰 써봐야 한다. 그래야만이 논술 실력이 는다.
다음은 논술문만 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주장과 근거로만 이루어진 논설문은 없다. 논설문에는 설명문의 요소는 물론 문학적 요소도 포함돼 있다. 비유와 함축이라는 문학적 표현이 들어있는, 그래서 더욱 훌륭한 논설문도 많다. 따라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써 봐야만이 후에 보다 뛰어난 논설문을 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규격에 얽매인 논술문만 쓴 학생보다 독서 후 자유롭게 독후감을 썼던 학생이 1년 후에는 훨씬 뛰어난 논술 실력을 보이곤 한다.
▶ 시사?독서 논술로 사고를 넓고 깊게
예비 고3이 아닌 학생에게는 시사 논술과 독서 논술을 권하고 싶다. 시사 이슈를 접근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게 된다. 예컨대 얼마 전 일어났던 대구 열차 사고를 보자. 이 사고에 대해 신문마다 각기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정부와 코레일의 밥그릇 싸움, 코레일 경영진의 탐욕,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 사건의 원인을 제시한다. 이처럼 시사 이슈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다 보면 저절로 시야가 넓어지게 된다.
하지만 신문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지만, 여기에는 깊이 있는 사고가 없다. 그래서 독서가 필요하다. 넓어진 사고에 독서로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문제에 대해 신문은 환자의 품위 있는 죽음, 보호자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 막연하게 생명 경시 등만을 논한다. 그런데 황순원의 단편 [너와 나만의 시간]에서는 ‘얼마나 품위 있느냐’ 아니라 생존 의지, 생명 의지 그 자체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한다.
▶ 문학 비문학 독해력을 키우자
시사든 독서든 논술은 물론 모든 공부의 성과는 독해력에 달려 있다. 올바른 독해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독해의 길, 독해의 기술이 있다. 길이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고, 기술이 있다면 누구나 익힐 수 있다. 다음은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읽는 기술, 즉 독해력 향상을 위한 기초다. 이걸 따라 반복 연습해본다면 독해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사설 칼럼을 읽는 방법
1.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또는 무엇에 대해 썼느냐 : 화제)
2.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또는 왜 썼느냐 : 글을 쓴 의도, 목적)
3. 문제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은 무엇이냐
4. 그가 내놓은 해결 방안은 무엇이냐 (또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5.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
6. 다른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뿌리국어논술
원장 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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