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의 시대’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온 천지에 배울 곳이 널렸고 배울 것이 넘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 주민센터나 복지관, 도서관, 박물관 등지에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보통 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학습동아리 같은 소모임이 결성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모임이 계속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철새처럼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무의미한 배움을 반복한다.
특히, 주부들 대상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요즘 3040 주부들은 배운 것이 많은 만큼 알고 있는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나아가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한 능력자도 많다.
문제는 그럼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쓰임이 없다면 소용도 없다.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해서 얻은 지식과 자격증을 장롱 속 무용지물이 아닌 지역과 이웃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할 방법은 없는 걸까? 나아가 그로 인해 개인적인 역량은 물론 경제적인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부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보물찾기’
주부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보물찾기’는 부천시에서 교육문화 분야로 인증 받은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대표를 비롯해 9명의 직원 모두 30~40대 주부들이다. 독서교육과 역사교육, 체험학습 등의 교육사업과 인형극, 그림자극 등의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물찾기는 평생학습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부천 고강복지회관의 동화읽기 모임인 ‘작은 소리’ 회원들과 인형극 모임인 ‘계수나무’ 회원들이 뜻을 모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그게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08년 고강복지회관 사회적 일자리로 출발해 2010년 경기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2011년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평생학습 동아리로서 10년 넘게 지속된 탄탄한 모임이었지만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장 큰 숙제
보물찾기는 사회적 기업이지만 100% 공익형이 아닌 탓에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상숙 대표는 “꾸준히 독서지도와 역사지도, 인형극, 체험학습 같은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9명의 직원들 인건비는 물론 사업 운영비와 사무실 유지비까지 매달 고정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정해져 있는데 수익은 들쭉날쭉하다 보니 경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방과 후 수업 같은 교육 분야에 자본 규모가 큰 대기업이 뛰어들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또한 주부들 모임 특유의 유대감은 평생학습 동아리로 활동할 때는 큰 장점으로 활용됐지만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나니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서로 친하고 끈끈한 건 좋은데 이게 지나치면 업무상 결단이 필요한데도 계속 머뭇거리게 되는 거죠. 또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조직생활에도 취약하고 경영 마인드도 부족하고요.”
특히,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업무는 나눴지만 직급의 구분이 모호하다보니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차라리 전문 경영인이 있었으면 의사결정과정이 편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민주적이고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로 일을 하다 보니 의견이 대립될 때마다 일에 제동이 걸리는 거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한데 동아리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쉽지 않았죠.”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끝장토론이다. 의견이 충돌할 땐 전체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토해내는 형식이다. 토론은 때론 자정을 넘길 만큼 길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의견이 좁혀지게 된다.
“효율성 면에서 보자면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죠. 다행히 해를 거듭할수록 합의에 이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어요.”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보물찾기
지난 10월 30일 성곡동 주민센터 3층 대강당에서는 지역 내 어르신과 함께 하는 그림자극 ‘우리 동네 영(影, YOUNG)맨 발표공연’이 열렸다. 부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오정노인복지관과 보물찾기가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 공연이다.
보물찾기 직원들은 주부들로 뭉친 사회적 기업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프로젝트 내내 섬세함과 배려심을 무기로 어르신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보물찾기만의 원칙을 고수한다. ‘당장 돈 되는 일보다 지역과 공동체를 살리는 일을 더 우선 하겠다’는 다짐이다. 실제로 프로그램마다 지역아동센터 같은 소외계층을 우선 참여하도록 배려한다.
한편 보물찾기는 평생학습 동아리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선두주자로서 후발 단체들을 위해 모델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이 없어 무조건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만 했어요. 그만큼 낭비요소도 많았죠. 우리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후발 단체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동아리 시절 사고방식을 버리고 사회적 기업 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요해요. 또 기간을 여유롭게 두고 꼼꼼히 준비한 후에 신중하게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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