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9월과 10월에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별 논술 고사는 예년의 논술 고사에 비해 전체적으로 쉬워졌다. 그동안 지문 해석을 놓고 전전긍긍해야 했던 문제가, 분석의 깊이와 논리성, 참신함을 더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다소 바뀌었다. 하지만 쉬워졌다고 해도 대학별 논술고사는 수험생이 감당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수시1차 논술고사를 통해 드러난 올해 수능의 전반적 경향은 ‘교과서 내 지문 출제’, ‘복수 답안 가능성의 증가’, ‘글 완성도의 중요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올해의 경향 보여준 동국대, 건국대, 연세대
이미 치러진 동국대의 경우 스스로 해석하지 않고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만 해석을 할 경우 논제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출제됐고, 건대는 문제의 난이도가 현격히 낮아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논리성과 분석의 다양함, 글의 완결성이 고득점을 받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의 경우엔 기존의 유형을 벗어나 스스로 논제를 설정하고 비교적 창의적인 논리 전개를 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해석만 잘 하면 변별력을 가졌던 이전에 비해 요행을 바랄 수도 없게 됐다. 논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학생은 연세대 논술이 매우 어려웠다고 느꼈지만, 이는 내공을 기르지 않고 유형만 학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작년이 이례적으로 쉬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지금까지 연대 논술에 비해서는 다소 쉬워진 것이다.
교과서 내 지문 출제의 함정
지금까지 논술 문제로 출제된 거의 모든 문제도 사실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 개념은 교과서 안에 있었다. 다만 그 개념을 보여주는 지문을 고전이나 교과서 밖에서 찾아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은 낯선 지문을 보고 그 개념을 찾아내야 하는 독해력이 필요했었다. 그 독해력을 평가하는 것 또한 논술 시험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교과서 안에 나오는 지문을 논술고사의 지문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교과서 내의 지문이긴 하지만 논술 시험에서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지문을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 날 접한 문제의 요구사항과 다른 지문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분석을 할 수 있어야만 수준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게다가 교과서에서 발췌한 지문이라 하더라도 평소 내신과 수능 공부에서는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내용이 부각되기 때문에 낯설음만 줄었지, 논술 대비를 소홀히 한 학생이라면 문제가 요구하는 논제의 난이도는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깐깐한 요구사항 줄고, 깊이 있는 분석 요구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이전에 비해 덜 까다로워졌다. 이전의 문제들은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유도하는 식이었다면 올해 1차 시험에서 나온 문제들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해석을 권하고 있다. 체감 난이도가 내려갔지만 오히려 대학에서 제시하는 가이드 없이 사고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제에서 까다롭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은 ‘그렇게 사고하면 논제를 파악하고 분석이 가능하다’라는 말이었는데, 이제 그런 가이드가 사라지면 학생은 제각각 자신이 설정한 가이드를 갖고 논제를 해석하고 사고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예년에 비해 대학이 여러 방향의 복수의 답안을 인정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인 논리 전개를 유도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복수의 답안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논제와 동떨어지거나 논리성이 취약한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써 내는 답안까지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
다소 쉬워진 독해, 글의 완결성이 중요
독해가 쉽지 않고, 요구사항이 복잡할 때는 대학이 유도한 사고과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차 논술시험에서 나온 경향만 보면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론부터 결론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며 예상되는 반론까지 논리적으로 차단하면서 전개되도록 하는 완벽한 논리성이, 엇비슷한 학생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가질 것이다.
이 모든 경향은 고려대와 서강대 등은 몇 해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형으로, 논술을 쉽게 출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내년에는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문수 문과원장
이지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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