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마을공동체 사업
“마을을 주목하라!”
시민단체 주도로 활성화…청주시 지원 및 마을 간 네트워크는 아쉬워
청주지역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란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으로 △문화사업 △마을기업 만들기 △작은도서관 건립 △마을축제 및 행사 개최 △취약계층 돌보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및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성회복’과 ‘이웃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청주지역 마을공동체 사업은 흥덕구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성화·개신·죽림동, 수곡동, 산남동, 사직동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구 지역에서는 용암동과 금천동 등 (임대)아파트 대표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작은도서관 건립, 주민교육사업 진행
시민단체 ‘함께사는우리’는 2009년 출범해 가경동과 성화·개신·죽림동의 5개 국민임대단지에서 주민 교육, 문화,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10명의 상근자가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민공동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
성화동 및 가경동 지역 4곳에 작은도서관을 개관, 도서관 업무와 교육 프로그램(컴퓨터, 재봉틀, 뜨개질, 서예 등)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 ‘들꽃’, 반찬가게 ‘찬찬찬’, 교육문화센터 ‘가로수마을’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평(3.3㎡) 남짓한 ‘손바닥 도서관’과 야외도서관 개관(11월 말)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함께사는우리 박만순 대표는 “주민들 스스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행사를 통해 마을공동체 운동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며 “그 매개체는 바로 작은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사직 1동에서 카페 ‘이따’와 작은도서관 ‘모르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공룡’도 이색적인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공부해서 용되자’라는 뜻의 공룡은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에서 교육을 하던 활동가들의 모임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카페와 도서관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상미디어 교육은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상당구 금천동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도 지난 4월 ‘해품터 직지도서관’을 개관하고 놀이터 시설 교체, 아파트 내 CCTV 설치, 청소년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평화로운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개신주공 1단지 입주자대표회도 아파트 내에 ‘글마루 도서관’을 개관,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랑방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마을 아이들은 우리가 돌본다”
흥덕구 수곡 2동 ‘수곡동 건강한 마을만들기 수호천사 주민네트워크(이하 수호천사)’는 지역 내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통해 마을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수호천사는 현재 100여명의 수곡동 주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 돌봄 △알콜 정신건강 지키기 △노인 자살예방 △장애인돌보기 등 총 4개 분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30여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취약계층 세대 및 독거노인 세대를 직접 방문하고 있으며 주민들 스스로 매달 50~60만원의 기금을 모아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수호천사의 심동명 씨는 “마을공동체를 위해 수곡동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앞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곡1동 ‘꿈나래공부방’도 모범적인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수곡1동 지역 주민들은 비어있는 산남치안센터를 활용해 결손가정 아이들과 글을 모르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무료 공부방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것. 현재 30여명의 노인과 15명의 초등학생들이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대상으로 교과목 학습과 악기연주,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선례 꿈나래공부방 교장은 “2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꾸준히 도와주고 있다”며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마을 공동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장은 “꿈나래 건물이 국가소유 건물이라 자산관리공사에서 12월 쯤 매각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 공부방 장소가 없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단법인 ‘두꺼비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산남동지역의 두꺼비 마을, 사직 2동 양달말, 전하울 산촌생태마을도 모범적인 마을공동체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지역간 네트워크 필요…‘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만들어져야
각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시민단체 활동가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사업 운영을 위한 예산과 꾸준하면서도 자발적인 주민참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인선 (사)충북사회적경제센터 협동사회팀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사업은 일회성이 강하다”며 “예를 들어 관리비 인상 등 특정 문제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하다가도 일이 일단 매듭지어지면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모임자체가 흐지부지되고 활동이 멈춰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주민들이 주축이 된 자발적인 모임이 있을 때 마을공동체 사업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태섭 행복학회 원장도 “주민의 요구에 의해, 주민이 만든 공동체가 의미있고 지속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시의원인 이용상 의원은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등이 만들어져 주민과 청주시의 원활한 지원과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어야 하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주민참여 예산제’를 통해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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