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싱어송라이터 이쏭

“‘문화예술 창작가’ 그게 바로 제 직업이에요”

젊은 예술가 ‘이쏭’이 전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

지역내일 2013-10-29

최근 고용노동부가 취업을 위한 8대 스펙을 공개했다. 2002년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이었던 ‘취업 5대 스펙’에다 봉사, 인턴, 수상경력까지 더해져 취업을 위해 반드시 쌓아야하는 스펙이 8가지로 늘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취업을 위해 로봇이 되길 권하는 사회다. 로봇처럼 열심히 노력해 취업에 성공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이 질문에 당당히 ‘아니요’라는 답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 8대 스펙을 쌓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스물여덟 싱어송라이터 ‘이쏭’. 그녀와의 작은 인연을 소개한다.

이쏭

첫 만남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작은 도서관이었다. 그녀가 도서관 책축제에서 한양대학교 우쿨렐레 동아리 ‘띵까띵까’와 함께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부르던 순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외모와 탄산수 같이 시원한 목소리는 ‘참 특이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선부동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는 그녀를 태워 주겠노라고 할 때까지 대학생일거라 짐작했다. 짧은 머리에 화장도 하지 않은 얼굴 보이시한 생김새는 마치 귀여운 남학생 같았다.
그러나 차 안에서 스물여덟 아가씨고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낸 가수라며 자신이 직접 제작한 명함을 내민다. 카세트 테이프 모양 명함에 깨알처럼 적힌 그녀의 이름은 ‘이쏭’.
내친김에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음원 사이트에서 찾아 들려준다.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앨범 ‘술취한 가을’에 수록된 두 곡. ‘지나가 버린 사람들’과 ‘지금 업은 니가’라는 곡이다.
인상적이었던 좀 전의 그 거친듯 매력적인 목소리가 귀에 쏙 박히는 노래다. 이 특이한 아가씨 아니 이 독특한 매력의 가수는 왜 작은 도서관에서 노래하고 있었던 걸까? 짧은 대화로는 그 해답을 찾을 길이 없어 인터뷰를 청했다.

두 번째 만남

그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의 노래를 들려줬다.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 ‘목소리가 매력적이다’와 ‘한영애 스타일이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독특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중앙동 한 카페에서 두 번째 만남. 만나자 마자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사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데 제가 음악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음악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예쁘고 노래를 잘하지도 못하고 보시다시피 예쁜 얼굴도 아니쟎아요. 그런데도 노래는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 노래하게 됐죠. ‘예쁘게 꾸미지 말자 그냥 내 목소리로 노래하자’는 마음으로 부르는 거에요”
그녀가 그토록 노래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면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각자의 경험속에서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가졌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소통을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노래로 그런 감정을 느꼈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앨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은 다른 일을 하면서 모은다.
“앨범을 만들 때 필요한 돈은 직접 벌죠. 대학 졸업하고 독립했어요. 영상회사도 다니고 그림실력을 살려 나무에 하나뿐인 소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팔기도 하죠. 그들은 제 음반 제작 후원자가 되는 거니까 의미있는 일이죠”라며 활짝 웃는다.
중 고등학교때부터 여자 축구선수로 활약하며 여자축구계 기대주였던 그녀. 전국 소년체전을 휩쓸던 학교팀 동료들은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고등학교 2학년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후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필리핀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행복을 깨닫게 해 줬다.
“부모님이 뭐든 우리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키우셨죠. 축구나 유학, 연극영화과 선택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쳐 본 적 없어요. 하지만 나의 선택에 책임만큼은 꼭 지게 만드셨다”
지금도 그녀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독립영화 배우로 출연하고, 미술작품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한양대 우쿨렐레 동아리와 공연도 한다. “제 직업이요? 문화예술 창작가? 그런 이름 없나요? 싱어송라이터가 내가 원하는 삶이지만 이 직업으로 돈이 안 되더라도 돈은 다른 일로 벌면 되죠. 돈을 벌기 위해 꿈을 포기한다던지 타협을 하고 싶지 않아요. 노래를 만들고 봉사도 하고 지금이 행복해요”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그녀가 노래를 만드는 과정도 독특하다. 떠오르는 멜로디를 헨드폰에 녹음을 하거나 우쿨렐레로 코드를 따서 작곡한다. 그렇게 작곡한 노래를 모아 현재 2집을 준비 중이다. 1집 노래를 귀담아 들은 선배가수의 도움으로 녹음실도 마련되는 등 1집보다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그녀의 신곡을 들을 수 있을 거란다.
“CD로 만들어서 기획사 문도 두드려 보려구요. 그런데 크게 기대는 안 해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성공보다 행복한 삶이 먼저에요. 다음 노래도 기대해 주세요”라는 이쏭씨. 그녀와의 다음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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