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상상을 하면 행복해진다. 생각은 보이지 않지만 물리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상상은 어린이를 위한 독서교실을 만드는 일이다. 올 12월 초부터 ''어린이 철학교실''이라고 이름 붙인 독서교실을 세상에 열고, 운영할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 철학교실의 운영매뉴얼의 첫 번째 특성은, 독서교육에 열정을 가진 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오늘 두 번째 특성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제안들을 할 작정이다. 여기에 대해 의견을 가진 이들이 조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 분들이 어린이들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독서를 하고 그만큼 행복해지길 원하는 분들이고, 어떤 교육기관에서든지 그걸 실천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좋겠다.
훌륭한 독서 선생님은 독서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선생님이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받아 가르치는 것과 내 감성의 온기와 이성의 모색이 스며든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크게 다르다. 좋은 뜻과 노력이 모여지면 더 큰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생각은 앞질러 가지만 이만큼만 언급하기로 하자.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예술 분야와 과학 분야의 독서비중이 약 50%를 차지한다. 예전보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러 기관에서 제시하는 어린이 독서교육 목록은 시대 변화에 많이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예술의 시대요, 과학의 시대다. 예술과 과학 분야의 독서비중을 현격히 늘려야 한다. 여기에 뜻 있는 분들이 조언을 주길 바란다. 그런 분들에게는 나도 내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
예술가적 감수성은 창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창조하려는 사람은 생동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의문덩어리면서 배울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한 예술적 마인드는 어려서부터 길러주어야 한다. 독서시간에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안목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안목이란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간 심미안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예술작품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찌고이네르바이젠이 사라사테의 곡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 있는 진술이 되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의 감수성을 흔들었다면 찌고이네르바이젠은 우리 아이의 음악이 된다. 이 사실은 의미가 크다. 세상에는 그것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의 숫자만큼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예술독서는 제 2의 창조 행위다. 우리의 어린이들이 이런 안목을 갖고 수많은 예술작품의 창조자로 성장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하다.
칼 세이건,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커, 스티븐 제이 굴드, 히친스. 이 사람들의 이름이 낯선가. 그렇다면 세익스피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헤르만 헤세, 어네스트 헤밍웨이. 이들은 어떤가. 전자는 과학저술가들이다. 만약 이들의 이름이 낯설다면, 그 사람은 시대에 뒤처져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어린이들에게는 과학저술가의 이름이 문학가들의 이름만큼 친숙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쓴 저작들을 읽어야 한다. 문제는 저들의 저작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버전으로 재탄생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열심히 하겠지만, 여기에도 뜻있는 분들의 공동 작업이 요구된다.
내가 어린이 철학교실에서 과학 분야 독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과학이 사회발전과 인간의 상상력을 추동하고 있다는 주지의 사실 말고도 더 있다. 그것은 훌륭한 과학저술가들이 보여주는 본받을만한 학문의 자세와 글쓰기의 새로운 전범 때문이다. 과학저술가들은 오래 전부터 인문학을 짝사랑해 왔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세는 겸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는 서로 다른 학문을 가로지르고 연계하려는 ''통섭''의 정신에 뒷받침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자세는 열정이다.
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과학 저술가들의 글을 읽으며 두 가지를 배웠으면 한다. 하나는 폭넓고 깊은 과학지식을 습득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저술가들이 보여주는 겸허와 열정의 자세다.
교육 문의 486-9965, 010-5438-5677
류달상 국어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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