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찔레꽃 열매를 새가 와서 먹어요. 새가 멀리 날아다니다가 똥을 싸면 찔레꽃 씨앗이 여기저기 떨어지게 되요” 5살쯤 돼 보이는 유치원 아이 10여명이 귀를 쫑긋 세우고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 이제 우리가 새가 돼 날아다녀 볼까요?” 생태해설사의 설명이 끝나기 바쁘게 아이들은 손날개짓을 하며 광덕산환경교육센터 마당을 뛰어 다닌다. 아니 날아다닌다. 이날, 아이들은 새와 나무가 살아가는 여러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숲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며 한참을 즐겁게 놀았다. 자연 안에서 여유롭고 자유롭게 사는 법 배우는 ‘숲나들이’ = 현재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는 매주 수요일 ‘숲나들이’ 생태해설사 모임이 진행중이다. ‘숲나들이’는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서 실시하는 ‘생태해설사 양성교육’을 수료한 회원들의 모임이다. 생태해설사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숲나들이’에 소속되어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6개월 정도 자원봉사를 하면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숲나들이’ 회원들은 환경센터로 찾아오는 유치원아이들, 요청하는 유치원, 방과후 수업 등 다양한 숲체험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전문숙(51·아산시 배방읍)씨는 10년째 숲나들이에 참석하고 있다. 전문숙씨는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고 추억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박경화(48·천안시 두정동)씨는 “이곳이 나를 부른다”며 “자연이 좋고 풀과 꽃들이 궁금하고 재밌어서 모임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홍은하(42·천안시 풍세면) 총무는 “아이가 자라고 여유시간이 나면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며 “자연 안에서 여유롭고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며 즐거워했다.청일점인 유만근(61·천안시)씨는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무나 풀에 관심이 생겨 생태해설사 교육을 받게 되었다. 유만근씨는 “퇴직 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과 공부를 하며 다양한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며 “식물, 역사, 철학 등 종합적인 인생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놀이와 배움이 한자리에서 일어나는 숲, 산, 그리고 자연 = 광덕산환경교육센터는 작고 아담하다. 광덕산의 풍광을 느낄 수 있고, 아기자기한 구경거리도 만날 수 있다. 오전에는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숲산책, 생태해설, 기후변화해설, 환경인형극 등이 진행되고, 주말과 오후에는 초등, 중등, 성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광덕산에는 계곡물가에 궁궁이, 묏미나리, 기름나물, 물봉선이 한창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꽃향유, 개여뀌도 만나볼 수 있다. 붉나무, 개옻나무, 당단풍 등의 붉은 단풍과 칡, 생강나무 등의 노란 단풍이 단장을 하고 있다. 누리장나무, 괴불나무, 가막살, 층층나무, 으름, 다래 등의 열매도 찾아볼 수 있어 산을 오르는 기쁨을 더해 준다. 가을 산행에는 독이 오른 뱀을 조심해야 하는데 지팡이를 두드리거나 발을 굴러 쿵쿵 소리를 내면, 뱀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문의 광덕산환경교육센터 572-2572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 유만근 생태해설사가 전하는 가을 숲 관전 포인트
*숲나들이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좌측부터 최혜연, 이유선, 권진영, 김경희 박윤정, 유만근, 박신자, 정귀연, 성은기, 이가영, 송미향
앞줄 좌측부터 이혜정, 전문숙, 김종미 회장, 홍은하, 박경화, 장금희
*광덕산환경교육센터 내부 - 흙으로 만든 새
광덕산환경교육센터 내부 - 소리 나는 목공예품
숲나들이 김종미(45·천안시 백석동) 회장은 “숲생태는 단기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면 궁금해지고 궁금한 점을 풀다 보면 재미를 느끼게 된다”며 “아이들때문에 숲생태에 관심을 가진 엄마가 생태해설사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대부분 ‘생태해설사’하면 많은 종류의 나무나 풀의 이름을 알고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는데 오히려 숲 해설은 숲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며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숲을 체험하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요즘 아이들은 참 바빠요. 그래서 예민해지기도 하지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자연을 경험하는 활동을 하면 건강한 기운이 생겨나요. 아이들은 좀 놀아야 하지 않나요? 숲에서 실컷 놀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 주세요. 편안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얻게 돼요.”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오르는 등산도 좋겠지만 아이 손을 잡고 가만가만 숲을 거닐며 숲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는 숲 산책도 근사할 것 같은, 가을이다.
*광덕산환경교육센터 ‘생태해설사 양성교육은 내년 5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다.
-단풍색 감상하기 : 붉나무, 복자기, 단풍, 개옻나무, 담쟁이 등
-열매 살펴보기
색깔 : 괴불, 배풍등, 가막살, 청미래, 천남성, 산딸, 층층나무
모양 : 참나무 6형제, 으름, 잣나무, 굴피나무, 낙엽송
-오감 자극하기
시각: 눈과 귀를 열어 숲을 받아들이기
청각: 바람, 낙엽, 물, 새, 벌레 소리 귀기울이기
후각: 솔, 흙, 풀내음, 각종 열매향기, 바람내음 느껴보기
촉각: 가을 햇살, 바람, 숲의 느낌 만져보기
미각: 숲 산책하면 입에 침이 돌고 맛, 향기도 느껴진다.
* 유의할 점
- 정복하는 등산이 아니라, 산에 안기는 입산의 자세로 가기
- 숲(나무, 풀, 곤충, 물, 흙, 하늘 등)과 교감을 즐기기
- 산에 흔적 남기지 않기
- 적절한 체력 안배(자기 체력의 70%만 사용하기)
- 뱀, 벌, 부상에 주의하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