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아이들 “입시 스트레스, 걱정 없어요!”
가정에서의 저녁 8시는 저녁 먹고 하루를 정리하며 쉴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오후 8시는 여전히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시간이다. 교실마다 환하게 불이 켜있는 구성고등학교 금요일 밤 8시, 과학실로 하나둘 씩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
이상하게도 담당 교사(지구과학과 노기숙 교사)는 맨 뒷자리에 앉는다. 부원들이 다 모이자 회의가 시작된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자율적인 회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노 교사는 맨 뒤에 앉아 학생들이 가는 방향을 잡아주기만 한다.
용인 구성고등학교 천문 동아리 깐따삐야는 이렇듯 학생 주체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2010년 9월에 생긴 동아리로 지금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저 ‘별 보는 것’이 즐거워 모인 학생들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깐따삐야란 이름에는 학생들의 재기발랄함이 묻어있다. “아기공룡 둘리가 우주여행을 갈 때 외우는 주문”이라며 학생들이 지었단다.
공동묘지에서 새벽 5시까지 관측하기도
이 동아리의 중심은 물론 학생들이다. 처음에는 12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3명으로 구성원이 늘었다. 학생들은 별이 좋아서, 하늘이 좋아서 하나둘 씩 모이게 되었지만 이렇게 발전하기까지는 노 교사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상시에는 한 달에 2번씩 정기 회의를 하고 관측을 한다. 하지만 막상 대회준비에 돌입하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이라도 학생들을 인솔하고 관측을 나가야 하기에 힘든 상황도 많다. 게다가 천체 관측이라는 것이 주변에 전혀 불빛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장소를 찾아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양평, 안양까지도 멀다않고 다니는 길은 이제 익숙하다.
모든 것이 밤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은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많았다. 한 학생은 “지금까지 살면서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고백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시 “하길 잘했다”라는 훈훈한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올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기지부 주최 학생 천체관측대회 금상 수상으로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 천체 망원경으로 하늘에 보이는 별과 항성, 성단, 성운을 찾아야 하는데, 4명을 한 팀으로 구성해 돌아가면서 20분 동안 36의 별을 찾아야 하는 미션이었다. 그 중 깐따삐야는 34개를 찾았다. 이 밖에 천체사진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교외 활동에다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 에피소드도 많다. 게다가 낙엽 뒹구는 것만 봐도 깔깔 웃음이 나오는 고등학생 아닌가. 특히 관측소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이어지는 배꼽 빠지는 수다는 입시 스트레스를 잊게 만들어줬다. 한번은 너무 웃다가 고속도로 출구를 지나쳐 천안까지 간 적도 있다.
이들의 관측 장소 중 하나는 야탑동 근처의 한 공동묘지인데, 유성우를 보려고 밤 12시에 모여 관측하고 촬영을 하느라 무서운 줄도 모르고 새벽 5시까지 지낸 적도 있었다고 하니 별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가히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신분이 학생이지라 공부해야 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고민이지 않을까 궁금했다.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성(2학년) 학생은 “천문 동아리에 들고 나서 학교 다니는 재미가 생겼어요. 그 동안 존재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발표도 잘하게 되고, 과학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직접 해보니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요. 한 마디로 저만의 강점이 생겼죠”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차장을 맡고 있는 김세윤(2학년) 학생도 마찬가지다. “1학년 때에는 소심했는데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학교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존재감 없던 학생, 자신감 생겨 학교생활도 즐거워
이 동아리는 재능 나눔도 적극 실천한다. 매해 5월에는 주민을 위한 천체 관측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야탑에 위치한 상희공원의 그린콘서트가 있을 때, 태양 흑점 관찰 과학 부스를 운영하여 천문 관측을 쉽게 접하지 못한 시민과 아이들에게 그 매력을 전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티켓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이러한 경험들은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죠.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게 너무 예뻐요.” 노 교사는 그 동안 아이들의 발전 궤도를 직접 눈으로 지켜 본 주인공이기에 자신 있게 말한다.
이 동아리의 모든 학생들이 다 천문학을 전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천문학도를 꿈꾸는 홍창현(2학년)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교에 와보니 천문 동아리가 있어서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한다. 천문 동아리의 좋은 점을 묻자 “일단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참 좋아요. 그리고 제가 이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애들한테 설명해 줄 수 있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 저의 뚜렷한 특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죠”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지원, 교사의 열정, 아이들의 꿈이 하나로
수많은 동아리 가운데 가장 만들기 어려운 동아리 중 하나가 천문 동아리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기자재에 대한 지원과 인솔 교사의 열정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성고등학교도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갖추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의 발전이 박수 받을 만하다. 깐따삐야가 비공식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결성 이듬해부터 이루어진 학교의 파격적인 지원이 가능했던 점도 학생들의 꿈과 열정을 제대로 바라봐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과 별을 사랑하는 구성고 천문 동아리에서 위대한 천문학자가 배출되기를 기대해 보며 깐따삐야가 구성고의 대표동아리로 성장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세라 리포터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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