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정읍 구절초 축제

솔숲 구절초와 함께 떠나는 꿈속 가을여행!

지금 느낌 그대로, 그때 그 시절 노래들과 함께하는 구절초 축제현장

지역내일 2013-10-20 (수정 2013-10-20 오후 6:06:00)

분위기도 모르는 가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던 날, 쉼없이 오고 가는 이들에게 자신의 자태와 향기로 화답하는 이가 있으니 당신의 이름은 바로 구절초.
근간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자체의 축제들을 놓고 사람들은 세금낭비다 하여 꼬집긴 하지만 아낙에겐 가슴 설레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정읍의 구절초 축제만한 게 없다.
솔숲 사이로 구절초 향기 솔솔 풍기는 정읍 구절초축제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오감으로 만나는 힐링체험장, 정읍 구절초 축제
전주역에서 한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정읍의 구절초 축제현장(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벌써 올해로 여덟 번째로 맞는 축제이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친구와 우산을 준비하고 찾았는데 예상외로 날씨 아랑곳하지 않고 찾은 관광객이 많다.
테마공원이 보이는 길 언저리에 들어서니 눈에 헛것이 보인다. 하얀 흰눈이 한바탕 쏟아진듯 푸른 솔숲 아래가 하얗게 물들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눈의 호사와 함께 구절초가 풍기는 가을향기가 진동을 한다. 
올해 정읍 구절초 축제는 10월 5일~13일까지 청정 계곡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솔숲을 배경으로 한 산내의 구절초꽃 동산에서 열렸다. 축제기간동안 구절초 코스모스 메밀꽃과 지역 향토자원을 테마로 각종 이벤트와 체험, 지역 농특산물 판매행사도 펼쳐졌다.
구절초는 본래 음력 9월 9일날 꽃과 줄기를 함께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한약재로 이용한데서 구절초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또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이 오면 아홉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라 불러졌다고도 하고, 줄기에 아홉 마디의 능(모서리)이 있으므로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구절초의 뛰어난 약효는 경험하지 못한 리포터지만 오늘 받은 오감만족은 힐링 그 자체다.



가을날을 걷다! 꿈속을 거닐다! 구절초 산책길
날씨 탓에 한적한 축제장을 예상했건만 주차할 공간을 둘레둘레 찾아야 할 정도로 인파가 많다. 주차장에 내리니 예전과 달리 한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있으니 바로 ‘행복여행 정읍’ 이라고 적힌 유색벼 논벼그림 풍경이다.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 노랗게 고개를 숙인 벼에 누군가가 마음을 담았다. 공원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더 명품일 것 같아 ‘저기 꼭 가봐야지!’라고 마음에 새기고 구절초를 만나러 발걸음을 옮겨본다.
도착과 동시에 허기진 배를 먼저 채운다. 날씨를 무시할 수 없다. 비 때문인지 지글지글 팬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파전한장이 간절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느 축제장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지역민들이 정성껏 만들어내는 손길이 따뜻하다.
그리고 만나는 구절초 이야기들. 구절초 산책길을 들어서니 꽃길 시화전과 가을풍경 사진전이 펼쳐지고 꽃밭 야간조명이 빛이 없는 대낮에도 반짝반짝 혼신을 다한다.
특히 축제 현장에서 사연과 신청곡을 신청하면 전문 DJ의 진행으로 신청곡이 생방송 되는‘구절초 사랑의 방송국’이 퍽 인상적이다. 아무리 최신곡을 신청해도 모든 곡을 7080노래로 대체하는 DJ의 능력은 가히 놀랍다.
꽃만 있는 곳인 줄 알았더니 산책길을 걷는 내내 음악도 함께한다. 마치 숲속의 작은 음악회에 온 듯하다. 그러다 어디선가 “와!” 하는 함성이 들린다. 말이 필요없다. 힘차게 자기몸을 부딪쳐 청량한 소리를 내뿜는 구절폭포 위 공원정상 전망대에 도착한 것이다.



가을 우산 속, 정은 새록새록 더 깊어지고
길어가는 가을. 풀벌레 소리 아득히 들려올 때이지만 아파트에 살다보니 자연의 소리와는 차단되어 있기 마련. 하지만 구절초 꽃동산에 서 있노라니 어린시절 만났던 그때 그 가을이 떠오른다.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급히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서일까. 꽃잎 하나를 그대로 책갈피에 끼워 달아나는 가을을 붙잡고 싶지만 만지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꽃잎에 손을 댈 수가 없다. 
멈췄다 내렸다 하는 가을 비 사이로 우산들이 하나 둘 늘었다 줄었다 한다. 관광객들은 비 따위엔 관심도 없고 가을을 즐기기기에 여념이 없다.
“오늘 날씨가 받쳐주진 않지만 비오는 구절초 동산도 운치 있네요. 학교 동창들과 함께 왔는데 남편과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나란히 한 우산을 받치고 걷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얘들아! 너희들 내 곁을 좀 떠나다오!”라며 한 관광객이 아직도 여고시절 그 풋풋함을 과시한다.
가을이면 내장산 단풍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읍, 이젠 구절초가 내장산과 더불어 정읍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꽃과 비는 사람을 더 감성적으로 만드나 보다. 오늘 그들이 뿜어낸 비명에 가까운 감탄소리는 하루종일 귀를 즐겁게 했다. 용기 있는 자라면 열정적인 가을여행을 만끽해보자.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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