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내신인가?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있다. 크게 늘고 있는 재수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재수가 선택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필수라는 의미이다. 올해 수능 제도가 크게 바뀌면서 재수생이 크게 줄어들 것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고 바뀐 제도가 2년차로 접어드는 내년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수생이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재수가 실제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각화된 입시제도에 의해 재학생들은 하나에 집중하기 대단히 어려워 졌다. 내신 수능은 물론이고 입학사정관 제도가 요구하는 많은 경력까지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반면 재수생들은 오로지 수능에만 집중한다. 평균적으로 재수를 통해 학생들은 10점 이상 성적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정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듯 이제 재수는 정말로 필수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재수를 통해 10점 이상의 성적을 올리더라도 대학의 문은 여전히 좁다. 매년 대학들은 정시 인원을 축소하고 수시 인원을 확대하고 있고 매년 재수생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시의 문은 여전히 좁은 것이다. 반면 내신 성적을 관리하여 수시로 입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2. 왜 수능인가?
그럼에도 많은 재학생들은 수능에 목을 맨다. 왜 그럴까? 어느 교사가 1학년을 대상으로 희망 대학을 조사했다고 한다. 한 학급 35명 중 연고대 이상을 희망한 학생이 34명. 나머지 한 학생은 공군사관학교를 희망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학급에서 연고대 이상 진학이 가능한 학생이 한, 두 명에 불과할 것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희망과 현실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희망과 현실의 차이는 첫 번째 내신 성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은 이미 만들어져 버린 내신이 아니라 먼 미래의 가능성인 수능을 통해 희망을 이루려 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이후 내신을 포기하고 늦어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이후 내신을 포기해 버린다. 20만에 가까운 재수생들과 매년 줄어드는 정시 인원을 아직 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원들이 이런 학생들을 부추긴다. 시험 하나 하나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내신에 비해 3년 뒤 먼 미래를 목표로 하는 수능은 그 책임이 적다. 거기다 넓은 지역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유명 학원가는 학교 하나 하나의 특성에 맞추어 내신을 관리해 주기 어렵기 때문에 수능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내신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빠르면 1학년 1학기 늦어도 2한년 1학기 기말고사 이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신을 포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1학년 20% 2학년 30% 3학년 50% 정도로 내신을 반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2학년 1학기만 지나도 자신의 내신이 대부분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의 성적은 70% 이상 미완성 상태이다. 학생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이 정도 성적밖에는 만들지 못했는데 앞으로 크게 달라지겠는가라고. 하지만 그럼 수능성적이라고 갑작스레 크게 올라갈까? 3학년 이전의 모의고사 성적은 20만 재수생이 참여하지 않은 성적이다. 성적을 유지한다 하여도 등급은 크게 내려갈 것이 분명한 시험이다. 반면 내신은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만큼 오히려 실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시험이다. 지금까지 얻은 성적이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하여도 아직 아주 기회는 충분하다.
어느 재수생이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 내신 성적이 마치 노비 문서 같다는 것이다. 수능은 늦게라도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재학생 시절 이미 만들어져 버린 내신 성적은 바꿀 길이 없더라는 것이다. 수능은 언제라도 기회가 있다. 하지만 내신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된다. 아직 기회는 있다. 마지막 시험까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정유훈
현 300학원 국어대표강사
前 글벗 언어전문학원 대표강사
前 종로 M학원 언어영역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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