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함형빈 동북고 3학년

기업가 꿈 향해 직진하는 ‘공부벌레’

지역내일 2013-08-20

함형빈군이 늘 가지고 다니는 손바닥크기만한 미니수첩에는 공부 스케줄, 과목별 추가 공부가 필요한 단원,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마음을 다잡는 경구가 빼곡히 적혀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에 마음이 동할 법도 한데 그는 아직까지 중2 때 산 고물 휴대폰을 고수하고 있다. 또래 남학생들이 열광하는 컴퓨터 게임에도 별 관심이 없다.

함형빈


‘책이 불 탄다’ 할 만큼 독하게 공부
 이처럼 공부 방해 요인을 스스로 차단,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는 자타공인 ‘공부벌레’다. 고1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거머쥔 그는 졸업도 1등으로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고 결국 고3 문이과 통틀어 내신 1등을 차지했다.
 지독하게 노력한 덕분이다. “2학년 중간고사 때 영어시험을 망쳤어요. 만회하려면 기말시험을 무조건 100점 맞아야 했죠. 교과서와 부교재에 형광펜 죽죽 그어가며 달달 외우고 또 외웠어요. 주변에서 농담 삼아 ‘책이 불타고 있다’고 할 만큼요. 결과는 100점이었죠.”
 자신 있거나 좋아하는 과목, 취약 과목 가리지 않고 부족하다 싶으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늘 발목을 잡았던 수학도 집요한 노력 덕분에 극복했다. “문제집 풀며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문제 유형들도 달달 외웠죠. 부족한 부분은 인강 찾아 듣고 필요할 때 학원도 다녔죠. 들쭉날쭉했던 수학 점수가 장족의 발전을 했어요.”
 지난 3년간 자기 자신과 한판 승부를 벌이며 터득한 공부법을 신이 나서 줄줄 이야기 하는 그에게 ‘공부가 재미있냐?’며 우문을 던져보았다.
 “사실 중학교 때가지만 해도 공부가 무척 힘이 들었어요. 늘 책은 펴놓고 있는데 성적은 기대만큼 나오질 않았죠. 돌이켜 보면 뚜렷한 목표가 없었고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지 못했던 탓이죠. 그래도 우직하게 책상 앞을 지켰더니 조금씩 극복이 되더군요. 지금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내 방식대로 위로하고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 먼저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려요.”라며 싱긋 웃는다. 그러면서 “100세 시대라는데 내 인생에서 3년쯤 공부에 미쳐보는 것도 크게 밑질 것 없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빌 게이츠, 무함마드 유누스 보며 ‘내 길’ 발견
 꿈을 묻자 ‘기업가’라는 즉답이 나온다. “초등 5학년 무렵 읽은 빌 게이츠 만화 위인전이 늘 잔상에 남았어요. 다가올 ‘컴퓨터의 시대’를  꿰뚫어 본 미래 통찰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막연히 CEO를 꿈꿨죠.”
 그러다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위한 은행으로 유명한 ‘그라민은행’을 설립하고 빈민 구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쓴 책을 만나면서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눈 뜨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약자들의 일자리 창출에만 치중하고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죠. 반면 외국의 경우는 창의적 사회적 기업 모델들이 계속 나오고 있죠. 이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싶어요. 경영학을 전공하려는 이유도 우선 돈을 버는 기법들을 배우고 싶거든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이윤이 중요하니까요.”
 일찌감치 ‘기업가’란 장래 목표를 세운 덕에 고교시절 내내 공부든, 동아리활동이든 직선코스를 달렸다. 경제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경제의 기초 지식을 쌓고 우리나라 금융 심장부인 증권거래소, 한국은행을 견학하며 실물경제 현장을  경험했다.
 “동아리 회원끼리 성내초등학생을 위해 경제 교육을 진행한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K팝과 문화산업을 테마로 두 달 남짓 준비했는데 공부가 많이 됐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자료 준비하는 법부터 협업의 중요성을 두루 배웠지요.”


‘목표가 뚜렷해야 공부에 지치지 않더라’
 인근의 보성고, 영동일고 경제동아리 학생들끼리 모여 경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2박3일간 서울대에서 진행된 리더십컨퍼런스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과 도전과제를 던져주었다.
 “초중고 모두 둔촌동 일대에서만 다녔고 외국여행 경험도 별로 없는 터라 사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어요. 그런데 경제?경영에 관심 많은 전국 각지에서 온 내 또래 학생들과 FTA 같은 경제 현상을 토론하며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교수님께 피드백까지 받으며 지적 자극이 많이 됐어요. 저절로 ‘꼭 여기서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더군요.”
 수시 지원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함 군에게는 분명한 좌표를 품은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중학교 때까지만 난 지독히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러다 고교 첫 시험에서 1등을 한 덕분에 신입생 대표로 선서 자격이 주어졌어요. 가슴이 벌렁거리고 목소리도 떨려 연습할 때 애를 먹었었는데 점점 오기가 생기더군요. 암튼 우여곡절 끝에 600명 앞에서 선서를 무사히 마쳤고 그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붙더니 성격이 바뀌었어요.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암시와 ‘기업가의 꿈’ 덕분이죠. 후배들에게도 내 경험담 들려주며 공부를 해야만 하는 뚜렷한 인생 목표부터 정하라고 해요.”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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