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미국 여행
알로하 하와이, 헬로우 L.A.
18년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학생 때의 가뿐함과 달리 이번에는 딸과 여동생, 조카 포함 5명이 움직였다.
누군가 말했다. 한국은 살기 편한 나라고 미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공감 가는 표현이다. 미국은 대자연과 최첨단 시설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과 함께 환상적인 테마파크, 멋진 공연, 웅장한 박물관 등 일일이 꼽기도 버거울 만큼 다채로운 구경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여행가들 중 미국을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이들이 많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지상 낙원 하와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방학 때 미국을 가려면 항공권부터 일찍 예약해야 한다. 표값을 아끼기 위해 일본과 하와이 경유를 선택했다. 직항과 비교해 6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부산의 경우 인천 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때문에 일본을 경유해도 별 차이가 없다. 입국할 때는 국제선 이용이므로 김해공항에서 짐을 바로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는 하와이에서 3박 4일, L.A.로 넘어가 개별 일정 후 4박 5일 서부 투어 합류,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머지 개별 일정으로 잡았는데 미국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편의대로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노클링의 명소인 하와이 하나우마 베이
여행은 하와이의 오하우섬에서 시작했다. 와이키키 해변은 근사했고 하늘은 날아갈 듯 맑고, 깨끗하고, 눈부시게 푸르렀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과 함께 즐기는 여유 충만한 휴식. 자유 일정 때에는 말굽 모양으로 구부러진 백사장과 산호초, 투명한 바다와 스노클링으로 이름난 ‘하나우마 베이’를 찾았다. 제대로 힐링이 되는 느낌. 살랑거리는 바람, 따사로운 햇살 아래 달콤한 자유. 낙원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하와이에서 3일은 너무도 짧았다.
흥미 만점 미서부 투어
그랜드캐년
캘리포니아가 자랑하는 관광 상품 중 하나는 ‘날씨’다. 연중 맑고 쾌적한 날들을 선보인다. 여름에도 습도가 낮아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없다. L.A.에서 첫 일정은 어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레고랜드’. 다음 날은 L.A.에 위치한 ‘게티 박물관’에 들렀다. 석유 재벌이었던 장 폴 게티가 세운 박물관으로 소장품들도 훌륭한데다가 L.A.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아름다운 조경과 멋들어진 건축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무료 입장. 게다가 고흐의 ‘아이리스’까지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감동, 또 감동이었다.
아이들이 열광한 곳은 역시 ‘디즈니랜드’. L.A.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파크’와 ‘어드밴쳐’ 두 곳으로 나눠져 있는데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주로 볼거리와 놀이기구 둘 다 즐길 수 있는 ‘파크’를 선택한다. 하루만에 두 곳을 보기란 불가능이다. 평일이었으나 방학과 휴가 기간이라 끊임없이 줄을 서야했다. FP(패스트 패스)를 이용하면 그나마 편하다.
한국인들이 이용하는 서부투어는 외국인이 혀를 내두를 만큼 힘든 코스다. 가이드들 역시 극기 체험이라고 말할 정도다. 새벽 4~6시에 기상해 하루 일정을 소화한다. 그래도 힘든 만큼 멋진 명소들을 짧은 시간 안에 둘러볼 수 있어 인기다.
화려한 라스베가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는 ‘쇼’다. 딸과 함께 태양의 서커스단이 만든 Le R?ve(꿈속에서)를 감상했다. 180불의 입장료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압도적이고 환상적인 무대였다. 공연 중에 몰카는 금지. 눈과 마음으로 관람하고 기억 속에 담아가란다.
아이들이 가장 기대한 곳은 의외로 테마파크가 아닌 ‘그랜드캐년’. 20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협곡을 바라보면서 이 경이로운 풍경을 수식할 마땅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 선정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 중 1위가 그랜드캐년, 3위는 디즈니랜드, 7위가 라스베가스다. 10위 안에 무려 3곳이나 미국 서부에 있다. 23위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26위가 하와이, 36위로 샌프란시스코를 추천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일부분 둘러봤다. 천혜의 자연 경관은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웠지만 아름다운 유산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노력 또한 훌륭하다.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낭만 가득 샌프란시스코
롬바르드 꽃길
다시 찾은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설렜다. 케이블카와 굽이치는 도로, 360도로 꺾어져 내려오는 롬바르드 꽃길,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부두들, 안개가 옅게 드리워진 금문교까지.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라 칭하기에 손색없다. 도시 전체를 감상하기 위해 크루즈선을 탔다. 도시 전경과 알카트레즈섬, 금문교를 보다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었다.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금문교는 실로 놀라운 다리다. 지진이 강타했을 때도 베이브릿지는 무너졌으나 금문교는 끄떡없었다고.
개별 일정 때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꽃길과 피셔맨스 워프, 피어 39를 찾았다. 늘 그렇듯 관광객들은 넘쳐났다. 39번 부두에서는 바다사자들의 일광욕 모습을 눈에 담았다. 평화로운 한 때, 행복했다. 길지 않을까 싶었던 15일도 금방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여행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못내 아쉬웠다. 또 찾으리라 기약없는 다짐을 하며 일상으로 컴백. 남은 건 사진과 빛나는 추억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미국 여행 tip
·미국 방문 시 전자여권만 가능하다. 90일 이내 단기 여행자는 전자여행허가서(ESTA)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비자나 입국 거부된 과거가 있냐는 질문에 거짓을 입력하면 입국 거부당할 수도 있으니 사실만 기입할 것.
·항공 수화물 규정은 항공사 별로 다르니 확인이 필요하다.
·여름에도 긴 소매와 긴 바지는 꼭 챙길 것.
·미국은 110볼트를 사용한다. 만능어댑터(일명 돼지코)는 필수 지참.
·데이터 요금제를 채택한 심 카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미국은 와이파이가 흔하게 되는 곳이 아니다. 통화 불능 지역도 있다. 자유 일정이 있다면 필수.
·큰 백화점들은 보통 여행객들에 한해 10% 할인 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한다. 서비스 센터에서 바로 발급되니 확인해보자.
·팁 문화는 반드시 익히고 갈 것. 의무적으로 팁을 지불해야 하는 분위기다. 예전에도 팁 계산을 제대로 못해 식당 직원으로부터 충고를 듣고 일정 금액을 더 냈었다.
·어디를 가든지 보통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각오하자. 사람은 많고 일처리는 더디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누구와 부딪혔을 때 반드시 ‘미안하다’고 할 것.
·신발을 신고 생활하기 때문에 미국 호텔에는 슬리퍼가 없다.
·대중교통 이용은 불편한데다가 비싸다. 운전이 힘들다면 패키지여행이 현명하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