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 ‘역(逆)간척’ 추진 배경은
“철저한 해양관리, 충남 새로운 비전 출발점”
역간척 사업추진, 정치력 시험무대…“육지중심 개발정책 재검토해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천수만 일대 간척지에 바닷물을 유통시키는 ‘역(逆)간척’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관련부처와 지자체, 시민단체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체장의 권한을 넘어선 ‘광폭행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안 지사의 ‘역간척’ 사업 구상은 지난 8일 충남도청 공무원 20여명과 천수만 일대를 탐방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발언에 대해 도청 공무원들은 “즉석에서 나온 게 아니라, 오랫동안 고민하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 발언의 핵심은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이 심화되는 곳에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지난 8일 오전 9시 40분. 서산 A지구 간월호 철새탐조대에서 방조제와 배수갑문을 둘러본 후 배를 타고 오천항 일대 탐방을 시작했다. 간월호를 뒤덮은 녹조는 물 색깔을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두터웠다. 수질이 6~7급수라는 농촌공사 직원 설명에 안 지사 얼굴이 굳었다.
간월호와 홍성·보령 방조제, ‘시한폭탄’=
1979년 현대건설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서산AB지구를 매립하면서 수면면적 28.76㎢의 간월호수가 생겼다. 최근 간월호 수질악화가 가속화되자 농촌공사는 퇴적 오니층을 준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수서생물 서식지와 철새터전을 파괴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수만 해당지자체와 전문가들도 준설 후 지속적인 수질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지금 간월호 썩은 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이다. 간척지 3분의1에 해당하는 면적이 담수호인데, 농지면적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준설만으로는 간월호 수질이 좋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시화호처럼 간월호에 해수를 유통시키고 간척농지 중간에 작은 저수지와 오염방지시설, 갈대를 비롯한 오염완충지대를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지난 8일 천수만 탐방에 나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관련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환황해권 시대를 맞은 ‘서해안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천수만 탐방에 나선 안 지사는 환황해권시대를 맞아 서해안 비전을 제시했다.
역간척 사업구상의 핵심은 천수만 안쪽 홍보지구 내 진행중인 홍성호와 보령호다. 안 지사는 “해양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하며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홍보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 현장에서 “과거에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간척을 했지만, 이제 해양을 오염시키는 간척사업으로 판단되는 한 두 곳은 ‘역간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홍성?보령방조제를 염두에 뒀다. 이어 “연말까지 제출하도록 한 해양수산국 보고서와 전문가, 주민의 의견을 검토해 내년에 사업을 시작할지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홍보지구 사업’으로 불리는 홍성방조제와 보령방조제는 1991년 시작해 오는 2016년까지 26년간 4833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홍보지구 사업은 보령시 오천면 등 5개 면과 홍성군 광천읍 등 9개 읍·면의 갯벌(8100㏊ 규모)을 막아 방조제와 양수장, 배수갑문 등을 만든다.
하지만 두 곳에 방조제를 완공한지 12년이 지났지만 농업용수 공급은 요원한 상태다. 상류지역인 홍성과 보령 양돈단지에서 흘러들어오는 분뇨와 악취로 하류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방조제 배수갑문을 항상 열어놓고 해수유통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보령시에 따르면 양돈농가는 67곳 17만여 마리의 분뇨는 하루 848톤에 이른다. 홍성군 양돈규모도 25만여 마리도 방조제 공사 당시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따라서 천수만 안쪽 홍보지구 하류로 엄청난 양의 돼지 분뇨가 흘러들어 갯벌을 오염시키고 있다.
호수 상류지역에 대규모 축산폐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예산문제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홍성군 관계자는 “홍성호 상류지역에 축산분뇨공동자원화시설을 공모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갯벌의 가치 다시 조명해야 =
역간척 발언이 나오자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한국농어촌공사다. 이한경 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은 “역간척이라니…. 진행중인 사업인데 되돌릴 수 없다. 논에 물을 넣어야 되는데 이 방법 말고는 농업용수를 확보할 대체 용수원이 현재로선 없다”며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보지구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량이 부족한 시절 간척사업을 통해 식량자급에 기여했지만, 이제 간척사업에 대한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 생태계 파괴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갯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와 부가가치 상승도 간척사업을 외면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농지가 효율성이 있는지, 나아가 갯벌파괴로 인한 손실이 무엇인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역간척 사업 발언이 알려지자 해양수산부는 내심 반기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유통을 통해 갯벌을 살리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러 부처와 기관이 관련돼 있어 협의를 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1997년~2005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20%가 매립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지사는 “간척사업이 주는 실익을 따져볼 때 새로운 해양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갯벌과 농지의 가치를 분석하고 해양환경보전과 농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융합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산업·경제적 관점과 해양관광, 항만의 관점에서 실·국별로 어업면허부터 방조제까지 각종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호성 이기춘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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