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산야초 직거래장터 열리는 곳

내가 아는 잡초, 알고 보면 건강 먹거리

좋은 것 나누고 소통하는 친환경 생산물 장터

지역내일 2013-10-18

지난 15일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로커보어’를 자청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곳 로커보어들은 산야초 연구회 회원들로, 매월 셋째 주 화요일이면 자신이 키운 산야초와 축산물을 사고파는 장터를 연다.
단순히 로컬푸드를 먹자는 취지를 넘어 친환경을 지향하는 산야초 장터 회원들. 리포터가 그들의 장날을 취재했다.


능동적인 교류의 장, 산야초장터 =


산야초장터는 산야초연구회 회원들이 주축이 돼 운영한다. 김진석(55) 산야초연구회 회장은 “평월 장이 열리면 100명 이상 이곳을 방문한다”며 “요즘 한창 벼 베기 수확 철이라서 못 온 사람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장터는 분주했다. 한쪽 주방에선 산야초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교육장에선 효소와 전통주 제조법을 배운 회원들이 자신이 담근 효소와 식초, 술이 든 항아리를 정성스레 살폈다. 또한 직거래장터답게 회원들이 가져온 먹거리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장터에 나오는 먹거리는 때마다 다르다. 쇠비름 한련초 방풍 잔대 수리취 토종민들레 토당귀 부지깽이 유정란 등 수없이 많다. 이날은 송학산 풀 먹인 흑돼지, 청미래덩굴을 넣어 띄운 된장, 구절초, 연잎차, 4년 묵은 더덕, 그리고 각종 전통주 등이 나왔다.
특히 ‘송학산 풀 먹인 흑돼지’는 청치(덜 여문 볍씨에서 나온 현미), 쌀겨, 산야초, 볏짚 등을 먹여 공장사육식이 아닌 가축으로 키운 축산물이다. 생산자 김주상(51)씨는 일반 대규모 축사에서 성장촉진제를 사용해 6개월 키워 출하하는 돼지를 자연 방식으로 10개월 이상 키워 판매한다. 그는 “내가 키운 흑돼지는 그릇에 묻은 기름기가 쉽게 걷히는 특징이 있다”며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항생제, 성장촉진제, 옥수수가 들어있는 배합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염증을 완화하고 몸속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김진석 회장의 청미래덩굴 된장도 인기가 높았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파는 농·축산물은 친환경을 지향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며 “구매는 누구나 할 수 있으나 판매는 회원들만 가능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들판에선 풀, 식탁에선 약이 되는 산야초 =


* 장터가 마무리 될 즈음, 남은 회원들이 함께 모여 점심을 먹었다. 회원들은 장터가 열릴 때마다 서로가 만든 산야초 음식과 직접 담근 전통주를 즐기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진석 회장도 처음엔 농사꾼이었다. 그런데 하염없이 자라는 잡초를 보고 ‘풀을 미워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다. “들판에 지천으로 나있는 풀도 알고 보면 조상들이 훌륭한 먹거리로, 효능 좋은 약재로 이용했잖아요. 풀이 돈이 되면 제초제를 뿌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밭에서 작물도 키우고 잡초도 키웠어요.”
이렇게 시작한 산야초 사랑은 분당에서 산야초 식당을 경영했으나 실패한 쓰라린 경험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처음엔 이렇게 건강에 좋은 먹거리가 있을까 싶었다. 식당을 열었지만 산야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시작해 무척 힘들었다. 사람들이 산야초 가치를 모르더라”고 회고했다.
그 후에도 그는 산야초에 빠진 사랑을 거두지 않고 이곳에서 산야초를 연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지속하며 산야초 관련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장터도 열고 있다. 이제는 운영진과 더불어 매년 산야초 전시회도 개최한다. 지난 4월 전시회에서도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풀이 약효가 있고 먹을 수 있음에 놀랐다. 4년차인 산야초 연구회는 벌써 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또한 산야초장터는 산야초 말고도 효소와 전통주에 관심 많은 회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 회원이면서 충남전통주연구회 회장인 박정련(65)씨가 전통주 방식으로 만든 쌀포도주를 내오며 “중국 나랏님에게 진상하면 중국 승려의 장이 된다고 할 만큼 귀한 술이다. 60종의 효모가 살아있어 미묘한 향이 나는 전통주”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통주 담그는 방식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데 국가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아 일본처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건강 먹거리는 소비자가 주도해야” =


한 회원은 “산야초로 만든 효소는 우리 몸에 상당히 이로운 작용을 한다. 그런데 최근 모 종편에서 ‘설탕덩어리’라는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예를 들지 않고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방송했다며 산야초단체에서 항의했었다”며 “실제로 효소를 먹고 몸이 좋아지거나 병을 고친 사례는 많다. 그건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 요즘은 대체의학으로 가고 있고 대체의학으로 생명을 살린 사람이 많지 않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진석 회장은 “산야초 장터를 시작한 이유도 우리가 건강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서로 나누고, 통제하기 어려운 먹거리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식 대규모 농?축산업이 전염병 한 방에 휩쓸려가지 않냐”며 “친환경 로컬푸드가 활성화되어 각기 다른 토양과 여건을 가진 소량 다품종이 생산되면 건강한 먹거리 지속 생산은 가능하리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그러나 “건강한 먹거리 증대는 소비자가 생산자를 주도할 부분이다. 소비자가 싼 먹거리만 찾지 않고 진정한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다면 당연히 생산자는 소비자 욕구를 맞추려고 노력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산야초장터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로커보어란 local(지역)과 vore(먹다 라틴어)를 합친 말로, ‘지역 먹거리 주의자’를 지칭하며 사는 곳과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사육한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일본의 지산지소(地山地消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와 비슷하며 이러한 소비 운동도 ‘로커보어’라고 일컫는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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