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교 걷기 좋은 산
가을, 산도 좋고 둘레길도 좋다!
10월, 하늘과 바람을 친구삼아 산에 오르기 좋은 때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몸을 자연 속에 맡기고 마음까지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산이 아닐까. 힘든 산행이 아니어도 좋다. 오솔길 산책하듯 걷는 둘레길도 좋다. 푹신한 흙길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소리에 가슴이 설렌다면 어느 산이든 좋다. 아이들 손잡고 집을 나서보자. 우연히 억새를 만난다면 횡재라 생각하자.
김영희 김부경 이수정 리포터 lagoon02@naeil.com
산허리 둘러둘러 걷는 길 ‘봉래산’
봉래산 둘레길에서 바라본 북항대교
힘겹게 올라야하는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산허리 둘러 걷는 둘레길은 어떨까. 청명한 숲길을 지나 어느새 배들이 점점이 떠있는 바다와 만나고 아름다운 부산항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영도 봉래산 둘레길은 산과 바다, 도심의 전경을 두루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해발 395m의 봉래산은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 6.5km에 걸쳐 조성돼 있는 둘레길은 그다지 힘든 구간없이 2시간 30분 정도면 가뿐하게 완주할 수 있다. 주로 목장원~임도삼거리~복천사~산제당~유림아파트 뒤~자연생태학습장~고신대~목장원 코스를 선택한다.
‘편백나무 치유의 숲길’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길손들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시샘 많은 영도할매(삼신할매), 은혜 갚은 9척 장사 등 전설을 따라 걷는 복천사~산제당~체육공원~정상(할매바위)~장사바위~자연생태학습장의 스토리텔링 코스도 등산객들에게 인기다.
이기대 해안길로 유명한 ‘장자산’
장자산 약수터에서 바라보는 풍경
용호동에 있는 장자산은 해발 225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이라 부르기도 머쓱한 높이의 이 산이 유명한 이유는 가히 절경이라 말할 수 있는 이기대 해안길을 품고 있는 산이기 때문. 용호동 섭자리나 오륙도 선착장을 들머리로 하는 3시간 코스의 해안 산책로는 평일 낮에도 파도 소리와 함께 산길을 걸으려는 인파들로 북적인다. 한적한 산길을 걷고 싶다면 해안 산책로보다는 일반 산행 코스를 권한다.
장자산의 들머리는 보통 용호동환경시설공단 입구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오랜 산행을 원한다면 동명불원 근처를 들머리로 해서 봉오리산을 거쳐 장자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산행에 자신 없는 사람은 큰고개 쉼터에 차를 주차시킨 뒤 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 옆 팔각정에서부터 장자산 정상인 장산봉까지는 600m. 장자산 정상에 다다르면 운동 기구도 보인다. 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기대 주차장 옆 ‘백련암’에 들러보자. 아담한 규모의 말사지만 풍경만큼은 최고다.
청도 운문사 사리암 품은 ‘호거산’
청도 운문사 사리암 품은 호거산
고즈넉한 사찰도 둘러보고 등산 겸 암자에도 오를 수 있는 호거산은 청도 운문사를 품은 산으로 가지산, 운문산으로 이어진다. 운문사는 호거산 기슭에 위치한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로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한 절이기도 하다. 진입로의 높다란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왼편 넓은 밭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일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운문사를 지나 사리암으로 향하는 산길로 접어들면 계곡을 따라 형성된 ‘에코트레일’이라는 트래킹코스가 있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약 4km의 가벼운 트래킹을 원한다면 차는 운문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리암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사리암까지는 왕복 2km, 약 30~40분이 소요된다. 좀 더 편하게 사리암을 오르고 싶다면 사리암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사리암까지는 왕복 2km, 약 30~40분이 소요된다.
사리암은 운문사 경지 내 작은 암자로 ‘홀로 깨친 이’라는 나반존자의 기도도량으로 입시철이 되면 영험한 기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맞으면 절밥도 먹어보자. 산행 후 먹는 자연식은 수라상 또한 부럽지 않다.
장안사에 가을 단풍 절경까지 ‘불광산’
장안사에 가을 단풍 절경까지 불광산
숲이 울창해 나무그늘 아래 산책하기 좋은 불광산. 가을 단풍이 절경이다.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에 위치한 장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장안사에 들러본 후 대숲길을 산책하는 것은 기본. 그 다음 난이도별 등산 코스에서 내게 맞는 길을 선택해 보자. 잘못하면 난이도 높은 길을 갈 수 있으니 주의.
장안사에서 백련암을 거쳐 불광산 정상까지는 1시간, 왕복 2시간이다. 거기서 대운산을 거쳐 삼각산까지는 5.6km로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프로 등산객이라면 장안사에서 헬기장, 삼각산, 석은덤, 함박산을 거쳐 정관신도시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삼각산 정상에서는 동해가 내려다보이고 석은덤 조망이 탁월하다. 가파른 비탈길이 있어 초보 등산객이나 아이들은 힘들다. 하지만 전망이 좋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코스.
어린 아이가 있다면 장안사 옆 대숲길만으로도 인상적이다. 가벼운 등산이 가능한 가족단위는 불광산 정상까지 도전해 보자. 길은 비교적 넓게 잘 다듬어져 있다. 왕복 2시간이니 초보 등산객에게 그만이다. 특히 단풍이 아름다워 가을 등반으로 빼놓을 수 없다.
회동수원지 절경 내려다뵈는 ‘아홉산’
회동수원지 절경 내려다뵈는 아홉산
아홉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 개의 봉우리를 넘나들며 산행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353m높이의 아담한 산이지만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들머리에서 봉우리에 이르는 산길은 꽤 가파르다. 일단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면 능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아홉 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는다.
울창한 숲 사이로 산길을 오르는 재미도 좋지만 등산의 묘미는 아름다운 주변 경관이다. 아홉산을 찾는 가장 큰 이유도 회동수원지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산이기에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산행이 그렇듯 아홉산 역시 들머리는 잡기 나름이지만 보통은 회동수원지 근처 동대교나 철마면 소재 식당인 ‘밤나무집’ 앞마당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대교 코스인 경우, 동대교를 건너 등반하기 시작해 임도를 지나 오솔길을 택하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에 접어들게 되는데 20분 정도 쉬지 않고 올라가면 하영봉(260m)에 다다른다. 회동수원지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이제까지의 수고는 말끔히 보상받는다. 하영봉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걷게 되는데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날머리는 철마면에 있는 식당인 ‘밤나무집’이다.
Tip. 억새 즐길 수 있는 산
가벼운 등산에 억새는 덤 ‘장산’
가벼운 등산에 억새는 덤 장산
여자들이 등산하기 좋은 산인 장산은 등산 왕초보라도 1시간 30분이면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적당히 땀 내며 등산하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 해운대구에 위치한 장산은 해운대 신도시 내에 있는 대천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공원을 지나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체육공원이 나온다. 돌길이지만 비교적 잘 관리되어 오르기 쉽다. 가족 단위 등산객이 많아 어린 아이들도 눈에 꽤 띈다. 주말에도 그리 혼잡하지 않아 조용히 등반할 수 있고 평일에는 아줌마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많이 오른다.
약 40분쯤 부지런히 오르다 보면 골짜기 가득 바위가 흘러내리다 쌓인 곳이 있다. 한번 쉬어 가기 좋다. 땀이 채 식기 전에 길을 재촉하다 보면 주말에만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를 만난다. 거기서 좁은 길로 900m만 가면 바로 억새밭이다. 10월 중순부터 억새가 한창이다.
거기서 다시 8부능선을 따라 15분쯤 가면 정상이다. 광안대교를 비롯한 해안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억새밭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면 이 좋은 풍경을 모른다. 내려오는 길에 국수집 막걸리와 파전이 인기다.
억새평원에서 탄성이 절로~ 화왕산
화왕산성 남문에서 바라본 억새밭
억새평원과 진달래, 철쭉 군락지로 널리 알려진 창녕 화왕산은 가을이면 특히 정상부에 5만 5천여 평의 억새밭이 펼쳐져 탄성을 자아낸다. 화왕산 산행은 크게 자하곡매표소 출발점과 옥천매표소 출발점 두 코스가 있다.
자하곡매표소 코스는 주차장~화왕산장~전망대~암릉~배바위~남문~동문~정상~서문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옥천매표소 코스는 주차장~임도~동문~남문~배바위~서문~정상~서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화왕산성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코스는 자하곡 코스로 대부분의 산행인들은 이 코스를 택한다.
일행은 옥천매표소 코스를 선택, 쉬엄쉬엄 한 시간 쯤 오르니 화왕산성이 보인다. 산성 남문 위에 올라서니 너른 억새밭이 하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하늘하늘한 억새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여기서 산성길을 따라 배바위를 지나면 서문, 그 다음이 정상이다. 동문 밖으로 이어진 길은 드라마 허준 세트장을 구경할 수 있다. 허준이 나병환자들을 돌보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허준 세트장을 지나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파전과 막걸리를 파는 산장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매표소에서 출발해 다시 매표소로 돌아오는 시간은 약 3~4시간.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 27일까지
가지산을 중심으로 간월산, 신불산, 재약산 등 해발 1000m 이상 7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를 뽐내는 영남알프스 또한 억새군락이 환상적이다. 드넓게 펼쳐진 신불평원과 사자평원, 간월재, 고헌산 정상에 억새군락(총 711만㎡)은 전국 최대다.
특히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가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산악마라톤대회, 등산대회, 하늘억새길 트레킹 등 다채로운 행사로 전개된다. 무대는 하늘억새길이 지나는 간월재와 등억온천지구다. 억새 절정 시기는 단풍보다 대개 1주일정도 빠르다. 시기만 잘 맞추면 억새와 단풍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억새는 11월 말 늦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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