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시 논술을 치르고 온 학생에게 무슨 과에 지원했냐고 물으니 행정학과라고 답한다. 이 학생을 2년 동안 지켜보는 동안, 한 번도 행정학과에 가고 싶단 얘길 들은 적이 없던 터라 의아한 생각이 들어 “행정학과? 갑자기 왜? 나중에 무슨 일 하고 싶은데?” 물었다. 녀석은 수줍은 표정으로 말한다. “저, 공무원 되고 싶어요. 선생님. 짧게 일하고 길게 놀고 싶어서요.” 요즘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꾸는 직업인 공무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만 녀석은 아주 성실하고, 문과 과목의 학습감각도 뛰어나기 때문에 향후 공무원 시험 합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짧게 일하고, 퇴근해서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는 녀석의 대답. 얼마나 솔직한 말인가? 사실 요즘 학생들 중에는 이 학생처럼 꿈과 목표가 뚜렷한 경우는 드물다. 수시와 정시 원서작성을 하면서 지원학과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목표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필자는 답답한 마음보다는 학생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수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데 할애하면서도 우리 학생들은 왜 꿈조차 갖지 못한 것일까? 어쩌면 학생들에게 꿈과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과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던 어른들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은 ‘Career Start Week’ 라는 제도가 있어 한 주간 학생들이 기업체에서 진로와 관련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정부와 기업, 학교가 손잡고 ‘Job shadow’라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1990년대부터 시행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직업세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진로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을지는 의문이다.
꿈이 없는 아이를 지켜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건 부모님들께서도 마찬가지 일 것. 그러나 자녀에게 ‘넌 왜 꿈도 없냐고.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다그치지는 말자. 아이 역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답답할 것이다. 학과와 진로, 직업에 대한 정보는 ‘진학진로정보센터’, ‘커리어넷’,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청소년워크넷’에서 얻을 수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성적에 대한 얘기는 잠시 접어주고, 자녀와 함께 ‘미래의 꿈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재경
도서출판 THE공감 대표
공감입시학원 국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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