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렸을 적에 무얼 하고 놀았어?”
7살 된 딸아이가 갑자기 물어본 질문으로 인해 처음으로 만든 그림책 <어깨동무 내 동무>가 출간 하게 되었다.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와 그 공간과 친구들, 그리고 그때의 내 생각들을 기억 해 내고 또, 아직 남아 있는 서울의 골목을 찾아가면서 자료를 만들어 갔다. 그런데 그때의 내 생각은 기억이 가물가물 전혀 떠오르지 않고 굳어버린 상상력은 땅에 굳게 박힌 돌처럼 굴러가지 않았다. 그때 만약, 어릴 적 썼던 일기나 그림이 있었더라면....내가 자라 오면서 나의 기록물이 추억으로 만의 의미가 아닌 나의 생각 기록물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장독위에 널려있는 생선들과 동네 고양이를 보며 상상한 이야기, 다락방에서 내려다 본 마당을 보며 상상한 이야기. 아이들은 소소한 풍경이나, 흔한 사물을 보며 많은 상상을 한다. 상상이 곧 생각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 하는 것이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저승의 신 히데스를 감동시킨 오르페우스의 신화에서 나온 거문고자리를 떠올려보자. 보통 오르페우스가 켜던 거문고 그림으로 여기지만 이 별자리는 그림이 아니라 삼각형과 사각형의 별 6개에 불과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 6개로 거문고를 연상하며 땅으로 나온 순간 뒤를 돌아보아 망부석이 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애틋한 사랑을 하늘에 그렸다. 하늘에 떠있는 반짝이는 점 6개로 슬픈 줄거리를 연상했다는 것은 아주 작은 단서로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에 뒤지지 않는 드라마틱한 상상력이다. 이처럼 우리도 아이들에게 하나를 보면 열을 생각 하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억지로 썼던 일기, 받아쓰기, 독후감 쓰기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내 생각 표현에도 두려움이 많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며 상상하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칭찬 해주길 기다린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도 그저 말일뿐, 하나뿐인 자신의 이야기는 어린 날의 상상의 한 조각으로 버려지고 잊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기로, 글 그림으로, 남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의 교육이 필요한데 우리어른들도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산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아이에게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강요하고 있다. 누가 ,무엇이 우리 어른을 이렇게 몰아가는 걸까? 어찌되었건 남의 탓으로 돌리고 한탄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진정으로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 보자.
남성훈 부원장
그림책 작가
바퀴달린그림책 노원센터
문의 02-936-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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