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중심을 달리는 ‘중부내륙관광열차’
중부내륙순환열차가 오지마을 관광지도 바꿨다
100일 만에 10만명 이용, 관광수입 91억원 …제천, 중부내륙관광 거점도시로 자리매김
지난 5일. 수원역을 오전 7시 40분에 출발한 중부내륙순환열차 ‘O-train’이 제천역에 도착했다. 탑승객은 모두 205명으로 만석이었다. 승객이 내리자 한 숨 돌린 관광열차는 단양역을 향해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일명 다람쥐열차로 알려진 O-train은 모두 4칸으로 백두대간의 4계절을 형상화한 열차다. 전동차를 개조한 열차는 커플룸, 가족실, 1인 전망석, 유아놀이방을 설치한 새마을열차 수준급이다.
추억여행을 하고 싶어 열차를 탔다는 김흥식(57·인천시 서구)씨는 여름휴가를 중부내륙관광열차가 다니는 지역에서 보낼 생각이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그립다는 김 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여유가 있고 빼어난 경치에 속이 시원해졌다”며 “사진을 찍어 초등학교 카페에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발 855미터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에서 15분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사진기를 들고 서둘러 내렸다. 장맛비 영향을 받은 구름은 산허리를 둘렀고, 주변 산과 어우러진 추전역은 장관을 연출했다.
사진 : 정암터널
윤원규 기관사는 “열차여행을 하면서 경치만 보면 아쉽다”며 역과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였다. 선로가 심하게 휘어진 정선 민둥산 근처를 지나자 한국에서 기울기가 가장 심한 곳(기울기 30.3퍼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북역에 들어서자 동양 최대 규모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2004년 폐광)와 계엄 시절인 1980년 4월에 벌어진 ‘사북사태’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다. 태백역에서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윤 기관사는 “태백선 영동선 중앙선을 따라가다 보면 비경을 지나고, 수많은 역사와 아픔을 간직한 곳이 많다”며 “유적지와 묻힌 역사를 맛깔스럽게 설명하는 해설사가 있으면 관광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을 오전 10시에 출발한 순환열차는 단양-풍기-영주-봉화-춘양-분천-양원-승부-철암-태백-추전-고한-민둥산-영월을 거쳐 제천에는 오후 2시46분에 도착한다.
열차카페로 몰려간 일부 관광객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삶은 계란과 사이다는 왜 없냐”고 애교 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열차가 크고 작은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여 승무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주사업소 소속 전민경 승무원은 “승무원 고유 업무 때문에 관광객 질문에 모두 답변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지자체 소속 관광해설사들이 해설을 맡는 것도 좋은 서비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열차가 분천역에 도착하자 단체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렸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분천역-양원역-승부역-철암역 총 27.7km에는 편도 1시간 10분짜리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하루 3회 왕복 운행한다.
수원에서 3대가족이 함께 기차여행을 온 김정균(63)씨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온 가족이 함께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지나는 풍경이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인생도 자연과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기 위해 손자손녀 손을 잡고 분천역에서 내렸다.
◆인구 14만명 도시 제천, 관광객은 천만명
이날 서울에서 코레일 단체관광을 온 주부 신해순 씨 일행은 제천역 앞에 대기 중인 관광버스 ‘러브투어’에 탑승했다. 러브투어는 제천시가 단체관광객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무료 운행한다.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는 청풍호반 모노레일과 자드락길 등 제천10경을 향해 출발했다.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제천역을 빠져나온 관광객들은 자드락길을 걷기 위해 청풍호반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올 4월 12일~5월 21일까지 중부내륙관광열차 정차역 별 하차 인원 통계를 낸 결과 제천역이 9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기몰이로 연일 매진 행진을 하고 있는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타는 분천역 1800여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관광객들이 제천을 선호하는 이유는 제천시 관광 인프라와 관광정책에 해답이 있다. 제천시 정홍택 관광과장은 “시내 한복판만 빼고 주변이 온통 관광지입니다. 인구 14만 도시에 매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옵니다”고 말했다.
시는 2010년 9월 ‘한방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를 개최, 국내외 관광객 135만명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청풍호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노레일과 자드락길을 열면서 관광객들이 제천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드락길은 당시 행정안전부의 ‘친환경생활공간 조성사업’으로 선정됐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비행기 표가 없으면 내륙의 바다 제천 자드락길을 권한다”며 극찬했다. 청풍호반을 따라 조성된 자드락길의 비경 7개 구간 58㎞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최근 제천은 한방엑스포 이후 ‘약초’로 뜨는 지역이다. 보신용 약재로 알려진 ‘황기’는 80%가 제천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했던 감초 재배에 성공하면서 약초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특히 시에서 철저하게 관리해 업소를 지정하는 ‘약채락(藥菜樂)’은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방약초비빔밥인 약채락은 제천에서 생산된 황기, 당귀, 뽕잎, 오가피 등 10여 가지 우수 농산물을 사용한다. 이렇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차별화해 상품으로 개발한 제천시 관광수입은 년 2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정 과장은 “관광객들이 제천에 대해 신선한 호감을 갖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월악산과 단양 팔경으로 유명한 옥순봉이 제천시에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륙권발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백두대간 관광열차’가 운행 100일간 10만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주말에는 1개월 전에 미리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연간 이용객을 4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100일간 관광열차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91억에 달하고, 년 321억원의 중부지역 관광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제천=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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