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환자들에게는 요즘 같은 환절기가 곤혹스럽다. 계절이 바뀌는 걸 예민한 코가 먼저 알아채 재채기가 연신 나오고 콧물이 흐르다 보니 휴지를 달고 살 수밖에 없다. 비염은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을 만큼 흔한 만성 질환이다.
“비염은 재채기, 콧물 등으로 일상 생활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프지는 않아요. 게다가 비염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코가 아닌 입으로 숨 쉬는 데 익숙하게 됩니다. 때문에 비염의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보다는 증상이 심할 때 땜질 식 처방만 받다가 만성 비염으로 발전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강동 코편한한의원 권대현 원장이 설명한다.
코 점막 직접 치료
경희대 한의과대학 침구학 박사로 봉침, 약침 등 침술 전문가인 권 원장이 비염 치료에 매달린 건 그의 둘째아들 때문. 비염을 심하게 앓았던 초등학생 아들은 또래 보다 키가 작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코를 자주 비비고 킁킁대며 주위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게 됐다.
아들의 비염 치료를 위해 권 원장은 연구에 몰입했다. 관련 서적과 연구 논문을 샅샅이 훑고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수많은 약재와 처방을 비교 검토하며 치료에 적용해 보았다. 덕분에 아들의 비염은 호전됐고 키도 부쩍 자랐다.
“비염은 콧구멍 안에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겁니다. 점막이 부어 코로 숨쉬기 곤란하고 가려우며 콧물도 자꾸 나죠. 염증의 원인은 잦은 감기, 알레르기, 과도한 알코올 섭취,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다양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점막수축제나 항히스타민제등과 같이 일시적으로 비염을 완화시키는 처방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약들은 일시적인 치료 효과 밖에 없어 재발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염증 치료와 함께 코의 점막 자체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영양을 주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습니다.” 권 원장이 비염 치료 원리를 설명한다.
특히 그는 코 점막의 기초 체력이 좋아질 때까지 1~2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부에 바쁜 청소년, 업무에 쫓기는 직장인 등 다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일단 비염 증상이 호전되면 코의 점막이 충분히 건강해지지 않았는데도 치료를 중단해 나중에 재발하는 환자를 자주 만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시경 카메라로 코 내부를 촬영해 치료 전 과정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코 점막 상태를 내시경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훨씬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재발율도 낮습니다.”라며 권 원장은 자신 있게 덧붙인다.
환자를 위한 ‘helper 한의사’
‘한의사는 환자를 도와주는 헬퍼(helper)고 최고의 의사는 환자 자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그는 환자 개개인에게 비염 치료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고 평상시의 식습관, 생활 태도를 세세하게 코치해 준다.
이처럼 비염 치료의 전문적인 노하우와 친절 마인드가 입소문 나면서 강동 코편한한의원 에는 비염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만성 비염을 앓아 콧속에 물혹까지 생겨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증상이 심했던 고1 남학생이 찾아왔어요. 침 치료와 함께 탕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꾸준히 바른 뒤부터 호전됐지요. 늘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던 그 학생은 ‘코로 숨 쉬는 상쾌함’을 처음 느껴본다며 좋아하더군요.” 권 원장이 환자의 사례를 들려준다.
특히 비염을 앓는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책상에 앉아 조금만 고개를 숙여도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게다가 콧물을 계속 훌쩍거리다 보면 코가 헐고 두통까지 생기며 밤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비염은 꾸준한 치료가 중요
이곳에서는 내시경 카메라로 코 점막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진한 후 개개인의 체질을 살펴 침 치료와 탕약, 점막 연고제를 처방하고 있다. 한약은 코의 염증을 완화해주는 유근피, 금은화, 형개 등의 약재를 넣어 치료효과를 높이고 무엇보다 향후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처방한다.
면봉으로 콧속에 바르는 연고는 점막을 보호해 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순수 한약재 추출물이라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가 높다.
침술 전문가인 만큼 권 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침 치료를 병행해 비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비염환자는 일상생활 중 세심하게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상시에는 생리 식염수를 미지근하게 데워 코 세척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스크림 같은 찬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몸이 차면 코의 점막이 붓기 때문에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비염환자에게 수영은 금물입니다. 수영장의 온도차가 큰데다 소독약이 코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