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 시화전에서 상 타다

‘청주사회교육센터 일하는사람들 성인한글학교’서 한글공부 …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장려상 수상

지역내일 2013-09-29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문해주간 선포식과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이 지난 9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시화전에는 전국에서 5992명이 참여, 106개 작품이 우수 작품으로 뽑혔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동안 한글을 몰라 겪었던 설움과 원망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은 이야기, 뒤늦게 찾은 배움의 기회를 얻은 기쁨을 시로 표현했다.
청주지역에서도 ‘청주사회교육센터 일하는사람들 성인한글학교’의 박이순(77) 씨와 안정열(66)씨가 ‘행복한 시화전’과 ‘채송화’라는 작품으로 참여, 각각 장려상을 수상했다. 늦은 한글공부지만 누구보다 한글공부에 푹 빠져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행복한 시화전’ 박이순 씨 
“글을 배운 덕분에 너무 행복해요~”


“오늘 괜히 학교에 왔나 보다/ 와서 보니 선생님께서/ 시화전을 한다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신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글을 배운 덕분이니 행복하다.”
늦깎이 학생, 박이순 할머니의 ''행복한 시화전''이란 작품 속 글이다. 내용도 미소를 머금게 하지만 삐뚤빼뚤 쓴 손 글씨가 귀엽기까지 하다.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인터뷰까지 해~ 난 잘 몰라!”
‘난 몰라’를 계속 되뇌이는 박이순 할머니. 그는 어린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이제야 한글을 알게 된 것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먹고살기 바빠 공부한다는 생각도 못했어. 이제 한글을 알고 세상을 보니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 그야말로 사는 보람이 느껴져” 한글공부를 하고 상도 수상하게 된 소감을 박이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남부럽지 않게 슬하의 4남매도 잘 키우고 젊은 시절 많은 활동도 했지만 사실은 그동안 한글을 잘 모른다는 것이 마음속의 걸림돌이고 짐이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한글에 대해 자신감이 생겨 “너무 행복하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한글을 배운지 어느덧 2년이 다 돼가는 박이순 할머니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는사람들 학교에 나와 공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채송화’의 안정열 씨
 “나는 행복한 사람!”


“밤새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당가의 채송화가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 작고 예쁜 채송화가 웃는 모습이 예뻐서 나도 살짝 웃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 

1년 6개월째 한글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안정열 할머니는 청주사회교육센터 일하는사람들 성인한글학교의 모범생이다. 몸이 아파 결석을 할 때도 가끔은 있지만 웬만해선 결석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한 달에 한번 주는 개근상도 여러 번 탔다. 화, 수, 목요일 일주일에 세 번, 매일 2시간씩 한글공부에 최선을 다해 이제는 한글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젊었을 때는 자식들 키우느라고 바쁘게 살았는데 자식들도 다 크고 보니 한글을 모르고 세상을 사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딸의 도움을 얻어 교육기관을 찾게 됐다”며 “배운 것을 자꾸 잊어버려 힘들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안정열 할머니는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웬만한 글자는 읽고 쓰니 너무 행복하다”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글을 배우고 상도 타게 돼 기쁘다”며 안 할머니는 “상을 준 것이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크게 웃었다.

일하는사람들 성인한글학교의 민혜영 씨는 “안정열 할머니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열심히 공부하신다”며 “부끄럽거나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이 찾아와 기쁨과 행복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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