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언 또래상담자

친구들아, 상처 난 마음은 우리랑 달래보지 않을래?

지역내일 2013-10-03 (수정 2013-10-03 오후 2:02:41)

청소년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예민한 시기. 갈등과 방황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폭력이나 왕따 등 심각한 문제뿐 아니라 소소한 갈등에도 극렬한 성장통은 수반되기 마련이다.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고민이 다가왔을 때, 누가 따뜻한 손을 건네줄 수 있을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또래’들일 터.
‘솔리언(solve(해결하다)+ian(사람을 뜻하는 접미어))’과 ‘또래’를 합친 ‘솔리언 또래상담자’가 또래의 고민 해결에 나섰다. 이들은 수원시내 각 초중고에서 활동 중이며, 수원시 청소년상담센터에서도 동아리로 모임을 갖고 있다. 연무중학교와 수원시 청소년상담센터의 솔리언 또래 상담동아리 회원들의 멋진 활약상, 지금 따라가 본다.

■연무중학교 솔리언 또래 상담자
_ 친구 고민 상담하면서 내 마음의 키도 훌쩍 커

연무중학교를 찾던 날, 지난 1학기 동안 솔리언 또래 상담자 교육을 수료한 13명의 학생들의 가슴에는 자랑스러운 상담자 배지가 달렸다. 상담자 수첩도 함께 주어져 본격적으로 마음이 아픈 친구들을 달래 줄 채비를 갖췄다.
이들은 지난 교육에서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대화하는 자세를 배웠다. ‘어떤 이야기인지 잘 듣고, 기분을 이해한다. 역지사지(공감)하고,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어기역차’와 ‘잠하둘셋’, 즉 ‘잠깐! 얘기 중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땐 이야기를 멈추고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여유를 갖는다’는 대화 방법을 익혔다.
하지만 교육이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는 회원들이다. 심리 쪽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다는 허세정(중3)양과 정신과 의사가 장래희망이라는 조현철(중3)군.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친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흥분을 잘하던 자신의 성격을 고쳐볼 수 있었다. 윤정준(중1)군도 친구들에게 막 대하던 자신의 모습에 반성했다고.
친구의 고민 상담은 마음의 키를 키우고, 기쁨을 주었다. 임대규(중3)군은 친구의 기분을 잘 살피며 끝까지 얘기를 듣게 된 얘기를 들려 줬다. 신지수(중3)양은 “은근히 따돌림을 받는 같은 반 남학생이 있었다. 짝이 된 후 얘기를 듣고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다”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박세연(중2)양도 비슷했다. “많이 우울해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은따’ 친구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데 보탬이 됐다.”
솔리언 또래 상담자들은 2학기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힘든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변재용(중1)군은 상처 입은 친구를 잘 어루만져주고 심하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예진(중1)양도 진심으로 고민을 공감하며 친구들을 돕겠단다.
교육을 맡고 있는 노영미 상담교사는 “솔리언 또래 상담자들이 실제 학급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고민을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고, 또래의 충고나 조언을 더 중요하게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실 내의 모든 일을 선생님이 알 수 없는 현실에서 또래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게 된다. “사실 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에서 방관자가 된다. 또래 상담자들이 피해학생의 편에 서 주면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노 교사는 솔리언 또래 상담자 교육을 통해서 동아리 회원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지고 자신감에 가득 차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란다.

■수원시 또래 상담 동아리
_진심을 담은 공감과 이해는 또래 고민 해결의 기본

교내 또래 상담가로서 열의와 관심이 높고, 솔리언 또래 상담교육 기본과정 이상을 수료한 관내 중*고교 학생들은 수원시 청소년상담센터의 또래 상담동아리에서도 활동 중이다. 이들은 함께 모여 또래상담사로서 활동 역할(상담 과정과 기법), 리더십향상, 프로그램사례지도 및 영화를 통한 공감의 이해 심리 극체험 등을 교육받고 있다. 이를 통해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래 관계형성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간다.
영화 ‘월플라워’를 보고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극중 인물에게 또래 상담자로서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토론의 대상이 됐다. 저마다 고민에 진지하게 다가서려는 동아리 회원들의 열기가 전해져 왔다.
솔리언 또래 상담자가 된 후 고민 상담은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 됐다. 김재령(광고교2)양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좋아 중3때부터 상담자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사회복지사가 돼 아동상담센터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다는 최진희(수원여고3)양. 친구들이 학교폭력이나, 성적문제, 부모님과의 갈등 등으로 상담을 많이 해 온다고. 많은 친구들이 성적, 대인관계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어 놓아 이진욱(수일고2)군은 스스로를 ‘마성의 상담자’라 칭하기도 했다. 김예진(태장고1)양의 한 마디는 모든 솔리언 또래상담자들의 마음을 대변할 듯. “상담해준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변화가 올 때 내 일처럼 기쁘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한 또래들에겐 진심을 담아 고민을 공감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 조현아(숙지고2)양과 신준섭(화홍고2)군은 자신들의 방황이 상담에 많은 도움이 됐음을 털어놨다. 조양은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중퇴를 했다. 당시에 학교로부터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검정고시로 고교에 진학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 친구들이 학교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신군도 마찬가지. “중학교 때 비행도 저지르며 방황을 많이 했는데 아무도 손을 잡아 주지 않은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또래 상담 동아리 활동하면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학교생활을 후회하지 않도록 상담해 주고 싶다.”
동아리 회원들은 학교에서 솔리언 또래 상담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소망한다. 상담교사가 있긴 하지만 어른들에게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말 못할 고민들을 쉽고 편안하게 터놓을 수 있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도 또래의 상담은 중요하다는 의견. 이혜지(매탄고2)양은 “여학생들은 소그룹 사이에서 왕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또래 상담자들이 상처 난 마음을 달래주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미니인터뷰 - 신준섭(화홍고2)

제2회 수원시 고등학교 또래상담 동아리 캠페인을 기획 중인 신준섭 군. 지난 6월 수원 3개 고교와 연합해 처음 캠페인을 열었지만 또래 상담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웠다. 체계적인 기획안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시켜 10월26일 오후1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제2회 캠페인을 개최한다. 수원시 7개 고교와 청소년상담센터 또래상담동아리가 참가한다.
“학생들은 저마다 많은 고민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또래상담 동아리가 있지만 홍보나 활성화가 안 돼 적절한 고민해결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 또래 상담 동아리를 소개하고, 상담이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신군은 캠페인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캠페인에는 참가 고등학교가 준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상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홍보나 활동 체험, 심리테스트 등이 진행된다. 심각한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 청소년과 기성세대와의 세대차를 극복해보는 게임과 놀이도 준비됐다. 신군이 기장으로 있는 화홍고에서는 청소년의 역사인식을 고취하기 위한 퀴즈와 런닝맨 게임도 진행된다. 간단한 상담을 진행해 서로 이해하는 시간도 가져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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