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유아기교육, 조언이 필요해요

엄마와 함께 하는 책읽기

지역내일 2013-09-30 (수정 2013-10-04 오전 9:49:39)

4세부터 6세까지 통상 생애최초학교인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마음이 바쁘다. 영어 미술 독서토론 발레 수영 태권도 피아노까지 가르쳐야 할 것은 많고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내일신문은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하고 적정한 교육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해 ‘유아기교육, 조언이 필요해요’를 연재한다.
1. 엄마와 함께 하는 책읽기   2. 영어교육, 어떻게 할까요?  3. 우리 아이 사회성 기르기




유아교육, 시기나 고정관념보다 내 아이 파악에 집중해야
- 빨리 읽고 쓰기에 집착 버리면 엄마와 마음 나누는 책 읽기 가능




지은이는 올해 6세 유치원생이다. 요즘 지은이 엄마 김정아(가명·천안시 불당동)씨는 한글 공부 때문에 고민이다.
“지은이 친구들이 한글 떼기는 기본이고 어느새 유아독서토론모임을 하고 있더군요. 지은이만 쳐지는 것 같아 본격적으로 한글수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지은이는 유치원을 마치면 요일별로 미술과 발레, 창의력수학교실에 가고 있다. 여기에 한글 수업을 추가해 프로그램을 짜자니 김씨는 머리가 아프다.




읽기 흥미 발달 시기 매우 달라 빨리 읽고 쓰는 것 중요하지 않아 =




교육계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는 ‘옆집아줌마’라는 말이 있다. 엄마들이 대체적으로 ‘옆집아줌마’에게서 정보를 얻고 ‘옆집아줌마’와 발맞추어 경쟁적으로 아이들 사교육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은 유치원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은 한글 떼기다.
호서대 유아교육과 한유미 교수는 “한글은 특성상 아이들이 빨리 읽을 수 있다. 최근 5, 6세의 아이들은 대부분 한글을 읽는다”며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지능과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고 덧붙였다. 빨리 읽는 아이가 지능이 높은 것이 아니고 머리 좋은 아이들이 빨리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얘기다. 한 교수는 “한글을 빨리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은 글만 보기 때문에 상상력이나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글을 읽는 아이들에게 글자 없는 그림책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한글교육은 엄마의 급한 마음이나 시기에 집착해 시작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흥미를 보일 때 접하게 해주어야 한다. 읽기에 대한 흥미가 발달하는 시기는 아이들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8세 정연이 엄마 김초영(38·아산시 탕정면)씨는 “정연이가 어떻게 한글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유치원에 붙어있는 친구들 이름 스티커로 글자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레 익힌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정연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두어 달 한글 교재로 공부한 것이 한글교육의 전부고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김초영씨는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한글을 접하고 익히는데 엄마들 마음이 급해 무리하게 가르치는 것 같다”며 “돌 지난 아이에게 카드로 한글을 가르치며 힘겨워하는 엄마도 많은데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 ‘비오는 날’이라는 책을 읽은 민하(6 아산시 탕정읍)양은 우산을 다 펴 놓고서 
   비 오는 날 유치원 가던 얘기, 창문에 부딪히던 빗소리, 지렁이 본 얘기를 하며 한참을 놀았다. 
   독후활동 책놀이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활동이라면 무엇이나 가능하다. 책놀이를 통해 
   아이의 이야기는 넓어지고 깊어진다.

엄마와 함께 책읽기 통해 아이와 마음 나눌 수 있어 =




아이가 글을 읽게 되면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한다. 삼성샛별유치원 황혜현 원장은 “아이에게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라며 “아이가 글을 읽게 되더라도 꼭 책을 읽어주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접하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유아기는 맛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경험과 오감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며 “그림을 보고 책의 내용을 유추하거나 부모의 음성으로 동화를 듣는 것은 아주 좋은 학습이다”고 유아기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민수정(37·아산시 배방읍)씨는 5세 9세 두 딸의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준다. 민씨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고작 책 두 권씩 네 권 읽어주는 것이 전부지만, 피곤한 날은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유미 교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예를 들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엄마는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아침이 밝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엄마가 동화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엄마의 일이 되면 서로 힘들다”며 “아이와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프뢰벨 자연관찰 ''비누방울''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이 비누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책을 읽고 함께 모여 비누방울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즐거운 놀이이자 늘 새로운 기대다. <사진제공 YMCA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의 모임>

아이의 성장을 즐기며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들 =




‘YMCA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의 모임(이하 그림책 모임)’은 매주 목요일 성정동 YMCA에서 모인다. 유아기 아이를 키우는 주부 열두어 명이 모여 주제별 작가별로 책을 선정해 그림책을 읽고 공부한다. 5년째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우경이(38·천안시 청당동) 회장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책을 통해 아이와 소통한다. 함께 눈물을 흘리고 좋아하는 작가를 공유하면서 아이와 깊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림책 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독후활동으로 책놀이까지 연계해 아이와 함께 하는 방법을 정보로 나눈다. 회원들은 도서관이나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우경이 회장은 “관심을 가진 엄마들이 모임에 오지만 실망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마음이 급해서다. 금방 눈에 보이는 결과물만 찾는 것이 아쉽다”며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쏟다 보면 아이들과 소통의 창이 반드시 열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 회장은 엄마가 드라마를 끊고 인터넷을 끊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엄마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유행하는 전집을 읽어야 할 지 품이 들더라도 단행본을 고집할 지, 또는 도서관 책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지 책을 구매해 소장하는 것이 좋은 지, 연령별 권장도서목록은 무엇인지 등이다. 한유미 교수는 “시기별 교육이나 고정관념으로 답을 찾기 보다는 내 아이에 맞춰야 한다”며 “빠르고 급한 교육으로 단기적 효과에 안심하기 보다는 성장 과정 자체를 즐기며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YMCA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의 모임 011-9838-9090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 YMCA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의 모임 우경이 회장이 권하는 재미난 가을책




*설빔(남자아이 멋진 옷/배현주 글.그림/사계절)
     (여자아이 고운옷 /배현주 글.그림/사계절)
 - 우리나라 옷인 한복을 제대로 알고 예쁘게 입기 위해
*솔이의 추석 이야기 /이억배 글.그림/ 길벗어린이
 - 옛날 추석 풍경을 따듯하게 이야기 하는 책
*할머니 어디가요? 밤 주우러간다!/조혜란/보리
- 추수의 계절 가을에 하나하나 설명을 잘 해주는 이 책들은 엄마들에게도 좋다.
*오늘은 우리집 김장 하는날/채인선.글/방정화.그림
- 아이와 함께 책으로 김장하기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권윤덕/창비
*씨름/김장성 글/이승현 그림/사계절
*다 콩이야/도토리 기획.정지윤 그림/보리
*흰 쥐 이야기/장철문.글/비룡소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장수명.글/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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