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낭만이 함께하는 음악카페 ‘더 클래식’

클래식 선율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오페라 아카데미’ ‘교과서 클래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세계 이끌어

지역내일 2013-09-30 (수정 2013-09-30 오전 10:13:07)

추석을 갓 넘긴 도시는 고요했다. 거리는 북적이던 닷새 연휴의 피로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거리 끝에서 클래식 선율이 휴식을 선사함과 동시에 계절을 알리고 있었다. 실내를 가득 메운 선율은 귀에 꽂히고 가슴을 적시고, 어느덧 온몸을 울렸다.
두정동에 자리한 음악카페 ‘더 클래식’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천안 아산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통 음악카페를 표방한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익숙하지만은 않은 클래식 선율. 아이돌이 내지르는 정신 산란한 노래, 또는 쉽게 컴퓨터 기계음으로 출력되는 음악에 익숙해진 탓이다. 실제 처음 찾는 사람들은 설핏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십여 분만 지내면 느낀다. 클래식 선율이 얼마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지….



퇴촌의 음악카페 천안에서 다시 태어나다 = 

음악카페 ‘더 클래식’은 원래 경기도 퇴촌의 자연과 함께했다. 1999년 김근식(54) 대표와 부인 이정희(52)씨가 문을 열었다.
부부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작은 아이가 사고로 잠시 학교를 쉬어야 할 때 피아노 교육을 위해 전원을 찾았다. 그 좋은 공간을 가족만 누리는 것이 아쉬웠다. 마침 워낙 부부가 음악에 남다른 애정이 있어 갖고 있는 음반이 상당했다. 그를 재산으로 음악카페를 시작했다.
퇴촌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클래식 선율은 오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작은 연주회도 올리고 DVD로 실황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조금 더 클래식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설도 곁들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더 클래식’은 퇴촌의 명소가 되어 있었다.
“워낙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니 전공이나 하는 일은 음악과 동떨어져 있더군요. 언젠가는 꼭 음악과 함께하리라 생각만 하고 있었죠.”
김근식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음악카페를 운영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알리고, 그를 위해 나 역시 공부를 하게 되니 정말 행복했다”며 퇴촌에서의 시간을 회상했다. 그 사이 더 깊어진 김 대표의 클래식에 대한 사랑과 지식은 2008년 「오페라가 왜?」 라는 서적 속에 남아 있다. 


* 음악카페 ‘더 클래식’ 실내. 클래식 음반은 물론 실황도 감상할 수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음악카페 운영자 둘 다 나의 천직이죠” = 

놀라운 사실은 김근식 대표의 이력이다. 김 대표는 1988년부터 20년 넘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해 왔다.
“대부분 국회의원 보좌관과 음악카페 대표를 쉽사리 연결시키지 못하죠. 하지만 저에게는 둘 모두 소중합니다.”
김 대표는 지금 사정상 잠시 활동을 쉬고 있지만 언제라도 다시 복귀해 여의도에 오갈 것을 대비한다. 고향이 아니고, 친인척은 물론 아무 연고도 없는 천안에 자리를 잡은 것은 그를 위해서다. 덕분에 천안은 근사한 문화공간을 하나 얻게 된 셈이다.
김근식 대표는 ‘더 클래식’을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한다. 독서모임을 하는 이들에게는 공간을, 공연경험이 필요한 연주자에게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람들에게 클래식의 묘미를 선사한다. 


* 음반을 고르는 김근식 대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여는 ‘수요음악감상’과 토요일 오후 7시의 ‘토요스페셜’은 이미 매니아가 형성되어 있다. 월요일 오후 7시에는 ‘오페라아카데미’를 연다. 특히 10월부터는 화 목 금 오후 2시 한낮의 음악실을 새로 시작한다. 저녁시간대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방학기간에는 청소년들을 위해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 감상’을 편성, 운영한다.
천안에 문을 연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음악카페 ‘더 클래식’. 다양한 차나 음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로지 음악만으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크게 홍보하거나 이윤을 내려고 하지 않기에 운영이 벅차다. 하지만 어느 날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 수줍은 듯 클래식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어느새 100여명에 달하는 ‘더 클래식’ 회원들이 있어 클래식 선율을 멈출 수가 없다.
“점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걸 믿습니다. 제법 강연이나 경연 심사 의뢰도 들어오고요. 그렇게 ‘더 클래식’이 지역에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제가 사랑하는 음악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윽한 클래식 선율과 함께 가을이 내려앉았다. 깊어졌다.   

위치 및 문의 : 천안시 두정동 657-2 세진빌딩 4층. 551-5003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 음악카페 ‘더 클래식’ 프로그램

●한낮의 음악실 - 매주 화 목 금 오후 2시 운영. 편안하게 클래식을 만날 수 있는 자리. 10월 1일(화)에는 ‘1984 베를린필 송년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다.
●수요음악감상 -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운영. 한 주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들을 선별해 진행한다.
●토요스페셜 -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운영. ‘메모리얼콘서트’ ‘해설이 있는 음악감상’ ‘클래식 오디세이’ ‘추억의 음반’ 등 주마다 다른 주제로 운영한다. 10월 5일(토)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 팔순 콘서트’를 더클래식아카데미 김근식 원장의 해설로 감상할 수 있다.
●오페라 아카데미 -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운영. 9월부터 12월까지 베르디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의 유명 오페라를 대형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하우스콘서트와 함께 방학 기간에는 초중고 아이들을 위한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 감상’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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