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간만에 책이라도 빌릴까 싶어 집을 나섰지만,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녹록치 않다. 걸어서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이내로 찾아갈 수 있는 우리 동네 도서관은 없을까. 올해 초 그런 고민이 해결됐다. 주부 진 모씨가 애용하는 도서관은 인근의 학교도서관. 지역주민에게 활짝 개방돼 쉽고 편한 도서 대출은 물론 풍성한 문화프로그램의 혜택까지, 학교도서관에 가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밤10시까지 운영하는 매탄고 도서관, 직장인에게도 굿!
학교 입구부터 친절한 안내판을 따라가면 교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3층의 도서관, 책을 열람하는 어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도서관이라 일반 성인들이 이용할만한 도서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매탄고등학교 도서관 윤정인 사서가 운을 뗀다.
“평일엔 밤10시까지 개방해 직장인들도 늦은 시간에 책을 빌릴 수가 있죠. 희망도서 신청도 받고, 이용에 불편한 점, 프로그램 개설에 관한 의견도 적극 반영하고 있고요.” 현재 운영 중인 서예치료는 지난번 진행됐던 강좌 ‘캘리그라피’의 높은 만족도에 힘입은 두 번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가까운 학교도서관에서 정호승 시인 등 유명작가의 강의를 듣고,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서두르지 않으면 웬만한 강좌는 금세 마감이 된다. 프로그램 홍보는 학교 홈페이지, SNS를 통해 안내하거나, 특강 등 모집인원이 여유로운 프로그램은 아파트 게시판을 활용한다. 처음엔 강좌는커녕 학교도서관 개방사실조차 몰랐던 지역주민들 중에는 ‘왜 이걸 진작 몰랐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도서관을 개방하는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회원등록 등 참여도 면에서 잘 운영되는 편이지만, 앞으론 보다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게 발품을 더 팔아야 할 것 같다”며 윤정인 사서가 웃어보였다.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지역주민을 위한 학교도서관 개방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이 지원하는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은 올해 첫해를 맞았다. 공공도서관이 확대 증축되는 2017년까지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지역주민에게 학교도서관을 개방, 지역사회에 독서 및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신청학교 중 도서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학교 10곳을 선정, 야간사서 인건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오후8~10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기간은 학교별로 7~14일이다.
2009년 경기도 지정 학교지역문화센터 개설과 함께 학교도서관을 개방해왔던 일월초등학교는 지난해엔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 시범학교로 지정, 현재까지 지역주민의 활발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는 것이 도서관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다. 도서관 내 모둠학습실은 프로그램 운영이나 열람실로도 활용돼 학생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일월도서관 이지혜 사서는 들려줬다.
“학교도서관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매탄고 도서관 윤정인 사서는 등록회원 230여 명 중 재학생 학부모보다는 지역주민의 비중이 높다고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대출기간이 14일이다 보니 인기도서의 경우 재학생들의 이용혜택이 줄어드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 오전에는 학생들이 학교 자체 내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라 이런 점을 감안해 도서관을 이용해주셨음 한다”고 윤 사서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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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에 묻다~
지역개방 학교도서관 이용자 1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교 내 개방도서관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지리상 이점을 꼽았다. 도서관 이용 주요 목적은 도서 대출이 63%, 프로그램 참여 28% 등을 차지했다. 프로그램 이용자는 70%에 가까웠고, 프로그램 만족도는 81%로 높은 편이었다. 다음은 수원시청 문화교육국 교육청소년과 차영재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지역주민이 도서관 개방사업에 갖는 바람은 무엇인가.
도서 다양화 및 증설, 개방시간 연장요청 등이 많은 편이었다. 장기적인 사업으로 도서관이 개방되었으면 하는 의견도 많았다.
Q. 그렇다면 향후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은 어떻게 되나.
수원교육지원청과 예산대비 지역주민 이용실적, 효과성 등을 검토, 2014년에도 사업을 이어가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다.
Q. 학교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며, 기존에 참여했던 학교도 해당이 되나.
현재 교육지원청에서 참여학교로부터 한 달에 한번 대출권수나 이용실적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실적이 저조한 학교는 다른 학교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 선정 유무는 학교의 위치뿐만 아니라 학교장의 의지도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표)2013 학교도서관 지역개방사업 참여학교
학교명 이용시간 9~12월 프로그램 문의
고색초등학교 월~금 8:00~20:00 역사 독서교실, 보드게임과 031-291-4387
토요일 8:30~13:30 독서활동, 맛있는 책 읽기
광교초등학교 월~금 8:00~20:00 4~12월 독서논지도사, 031-217-7602
토요일 8:00~16:00 비전스쿨 운영 중
서호초등학교 월~금 8:30~20:30 독서토론, 교육연극, 북아트, 031-547-3006
토요일 9:00~13:00 독서논술 등 연중 운영
일월초등학교 월~금 8:00~20:00 북아트, 독서 특강, NIE 특강 031-298-4323
토요일 9:00~13:00
정자초등학교 월~금 8:00~20:00 스토리텔링, 도서관 체험, 031-248-6590
토요일 8:00~16:00 매월 사서선생님과 북토크
팔달초등학교 월~금 8:00~20:00 문학기행, 031-217-3970
토요일 8:00~16:00 토요일 책으로 만드는 세상
호매실초등학교 월~금 8:30~21:00 서정오 작가와의 만남, 031-292-4622
토요일 9:00~13:00 빛그림책 이야기
고색중학교 월~금 8:30~20:00 요일별로 그림책 읽어주기, 031-295-9476
토요일 9:00~13:00 독서 토론, 진로진학체험
고색고등학교 월~금 8:00~20:00 진로설계 강연회, 풍선아트, 031-8012-6887
토요일 9:00~13:00 인문학강좌, 요리경연대회
매탄고등학교 월~금 8:00~22:00 서예치료, 명사특강, 북아트 031-218-3077
토요일 8:00~13:00
*프로그램은 학교 사정상 변경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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