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잡지 사이다 발행인- 최서영 더 페이퍼 대표

신나는 우리 동네 골목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지역내일 2013-09-26 (수정 2013-09-26 오후 3:53:15)

지금이야 구불구불 골목길은 애써 찾지 않으면 보기 힘들지만, 한 때는 많은 이의 삶의 터전이었다. 두런두런 사람들 얘기나 컹컹 짖는 강아지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지던 그 때에 대한 그리움은 진정한 사람살이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닐까? 이런 마음을 나누기 위해 동분서주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가 있다. 수원의 골목골목을 파고드는 골목잡지 ‘사이다’를 발행하는 더 페이퍼 최서영 대표를 만나던 날, 소소한 삶의 얘기는 끊길 줄 몰랐다.


‘사이다’, 팔달산 자락의 사람·자연·문화에 관한 얘기를 담아내다
팔달산 자락의 사람, 자연, 문화에 대한 얘기를 담아내는 계간 잡지 ‘사이다’가 수원 시민들에게 다가왔다. 이름에서 언뜻 톡 쏘는 청량음료가 연상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람 ‘사이’에 주목하는 별난 잡지. 2012년 봄호로 시작을 알렸으니 벌써 7호(2013년 가을)가 준비 중이다.
“골목 안 지역 이야기를 담는 일은 중앙의 언론이 하기란 어렵다. 인구 110만을 넘긴 수원에서 지역의 얘기를 담는 잡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이다 발간의 배경을 밝힌 최서영 대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만 결코 쉽지 만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최 대표가 더 페이터(편집디자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 기꺼이 재능 나눔을 하고 자발적 참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무가지라 지속적이기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됐다.
무가지라고 그 면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역민들이 만들어가는 잡지이기에 글 한 줄, 사진 한 장, 그림 한 점,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전통과 문화가 숨 쉬는 골목의 진면목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는 수원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높여준다. 1회에 5000부 정도를 발행하는 사이다는 수원시청과 주민센터, 도서관 등을 비롯해 수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경상도, 전라도 등 타지에서도 그에 매료돼 우편으로 받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발품으로 찾아낸 골목 안 사람들의 수다는 언제나 즐거워
사이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다. 그리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지만 진한 사람 향기는 코끝을 찡하게 한다. 남수동, 신풍동, 교동 등 골목에 남겨진 오래되고 낡은 것, 작은 것들에 대한 끌림도 반갑다. 마음으로 다가서고 구석구석 수없이 발품을 팔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한 동네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사, 동네 전반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스무 번 이상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사라져 가는 옛 문화를 찾는 과정은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내보이는 것은 큰 보람이다.”
지난 여름호의 아흔 넘은 할머니 조산원의 얘기도 그러했다. 낡은 건물의 쪽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월은 사람에까지 내려 앉아 있었다. 40여년이 넘게 주변의 모든 아이를 받아낸 할머니는 사이다로 인해 다시금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의 꽁꽁 숨겨놨던 사연은 자식들에게 눈물바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동네에는 또 어떤 얘기가 숨어있나 고대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란다.
한 계절을 인고한 잡지가 세상에 나오면 그 옛날 흥겨웠던 마을 굿판처럼 공연이 펼쳐진다. 이름도 거리낌 없이 잘 논다는 ‘우린 동네에서 노는 사이다!’. 지역주민과 직장인, 문화예술인 누구나 참여해 하나로 어우러진다. 천박한 문화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아직 이런 여운을 남기는 문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의 하나라는 최 대표다.


새로이 마련된 공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하길
지난 8월 신풍동 한옥을 개조한 새로운 둥지로 이사하며 최서영 대표는 도약을 기대했다. 더 페이퍼의 작업실이자 사이다의 산실(産室)이며, 한쪽에는 작가들의 개인작업 공간도 주어졌다. 주민들과 교류할 있는 모임도 갖고, 공부도 하는 커뮤니티 공간도 들여 놨다.
사이다는 현재 팔달산 주변을 주된 소재로 삼지만 앞으로는 참된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예정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여러 방법으로 소통을 이뤄낼 방안도 기획중이다. 당장 10월에는 가을호 발간 후의 작은 공연, 신문기자를 초빙해 자기의 재능 발굴해 보는 ‘콘테츠제작교실 심심’을 열 계획에 있다. 사이다를 사랑하는 독자모임도 꾸려보고 싶고 독자들을 객원기자로 꾸준히 참여시키고 싶다.
93년 남편의 직장 때문에 수원에 정착했다는 최서영 대표. 사이다 발간으로 수원 곳곳을 누비면서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살면서 늘 떠나지 않았던 화두, 삶의 외로움. 골목안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것을 떨쳐낼 수 있었다. “여성들은 뭔가 다른 삶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외로움에 빠지곤 한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다보면 극복의 길이 열린다.” 최 대표는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사이다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찾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말을 덧붙인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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