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교실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의젓해진 3학년들이 이제 공부의 맛을 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착각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두가 책상에 퍼져서 숙면중이다. 그나마 깨어있는 아이들은 눈이 쾡하다.
지친 표정으로 축 늘어져 있는 아이들은 두 가지 부류다. 첫 번째는 입시 준비 때문에 늦은 밤까지 사교육 시장을 떠돌거나 문제집을 붙잡고 씨름하는 아이들이다. 두 번째는 일찌감치 입시를 포기하고 늦은 밤까지 컴퓨터 게임에 매달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아이들이다. 이렇게 3학년 교실에는 두 부류의 아이들만 존재한다.
사실 학교 공부의 완성은 대학입시일 것이다. 물론 대학은 새로운 공부, 아니 학문의 출발이다. 어쩌면 진짜 공부(학문)를 시작하는 출발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초중등 교육을 거치면서 학생 학부모 모두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대학 입시를 종착점으로 열심히 달려간다.
그런데 천안은 대학진학 결과가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천안보다 도시 규모가 더 작은 군산 목포(군산과 목포는 천안과 같이 평준화를 해제했다가 다시 복귀한 지역이다)보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진학률이 더 낮은 편이다. 왜 그런가?
비평준화 지역인 천안에서 당장 발등의 불은 고입이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 3년 동안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리면서 정작 중요한 대학진학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시공부는 긴 시간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 적정한 체력안배와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중학교 3년 동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 정작 중요한 대학입시를 실패하는 것이다. 실제 중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에 속하던 학생이 막상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공부에 지친 나머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천안의 명문대 진학률이 낮은 또 하나의 이유는 몇몇 학교가 우수한 중학생들을 싹쓸이 하면서 천안에 있는 10여개 인문계 고교 간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천안은 인구 50만이 넘는 도시이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서 교교 평준화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지역은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다. 천안도 하루빨리 고교평준화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활기가 넘치는 중3교실을 되찾고, 긴 안목을 갖고 차분하게 마지막 관문(대학)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천안중학교
이영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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