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고등학교 행복나누미 소문을 들은 건 올해 초. 미래지식성장포럼이 주관하는 제4회 전국 청소년 자원봉사 우수단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고 그 상금 전액을 어르신들을 위하 후원금으로 기부했다는 기특한 소식이었다. 학기가 다시 시작되고 이런 저런 일로 취재가 미뤄지다 지난 3일 월피동 효경요양원에서 경안고 행복나누미들을 만났다.
봉사점수보다 따뜻한 정
효경요양원은 매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발 마사지 샵으로 변신한다. 귀여운 다람쥐처럼 방마다 찾아다니며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이들은 경안고등학교 행복나누미 회원들이다.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향긋한 아로마향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흐뭇한 미소가 남아서 방안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 매일 일상처럼 일어난다. 행복나누미 회원들은 모두 40여명. 7~8명씩 조를 이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효경요양원 찾기 때문이다.
효경요양원 이덕남 원장은 “경안고등학교 아이들은 손 갈 곳이 하나도 없어요. 보통 청소년들이 봉사활동 하러 오면 할 일을 하나씩 다 가르쳐야 해서 오히려 번거로운데 행복나누미들은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척척하기 때문에 너무 예쁘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학기 중인 아닌 더운 여름 방학에도 발 마사지를 해드리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온 학생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이 원장은 “학교에서 시켜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 했다면 궂이 올 필요도 없었을 텐데 ‘할아버지가 기다리실 것 같아서 왔다’며 말없이 발 마사지를 해 드리고 간 학생들을 보면서 봉사점수 때문에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침대에 누운 할머니의 발을 정성스레 만지는 하나라(경안고 1학년)양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발을 마사지 해 주다보면 우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안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자주 만났는데 요즘엔 자주 못 봬서 보고 싶다”며 감춰두었던 감정을 표현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발 마사지를 하는 동안 어르신들도 자신의 손자 손녀를 기억한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이 가끔 친손자 이름을 부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순간은 귀여움 받는 친 손자 손녀가 되어 행복을 나눈다.
행복 나누는 봉사동아리 참여율 높아
경안고등학교가 2010년에 꾸린 봉사동아리 ‘행복나누미’는 매년 동아리 회원을 모집할 때마다 인원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다. 행복나누미 엄보용 지도교사는 “일 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빼야 하는 봉사동아리인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자들 중 봉사의지가 강한 아이들을 선발한다”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행복나누미로 선발되었다 하더라도 바로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없다.
처음 가입한 행복나누미 회원은 먼저 발 마사지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발마사지는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다. 효경요양원에서도 매년 한 차례 교육이 진행된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볼 때 주의할 점이라든지 노인요양장기보험에 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한 후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행복나누미 대표 신재삼 학생은 “봉사활동이 힘들 것 같지만 행복나누미 활동은 참 편안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올 때마다 반겨주시고 아껴주시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기쁜 마음으로 오게 된다”고 말한다. 행복나누미 활동의 매력은 어르신들이 주는 따스한 정이라는 것.
매 주 어르신들의 발을 마사지하다 보면 어느새 정이 들고 그 정이 그리워 자주 발걸음을 한다는 말 속에서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끈끈한 유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발마사지를 받은 송명식 할머니는 “늙은이 발이 더럽고 만지기 싫을 텐데 싫은 내색도 없이 매일 와서 닦아주고 주물러 줘서 발 마사지 받은 날은 잠도 잘 오고 기분도 훨씬 좋아진다”며 행복나누미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행복나누미 회원들의 꿈은 다양하다. 사회복지계열로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진학에 도움을 받기 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기위해 동아리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이 많다.
마사지를 끝내고 야간 자율학습을 위해 학교도 돌아가는 아이들. 짧은 휴식시간을 봉사로 에너지를 쏟았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손에 배인 아로마 향기를 맡으며 어르신들과 나눴던 따스한 시선을 기억할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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