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역 중학생 대상으로 수학콘테스트 열어요”
누구나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은 쌓고 외우는 것이 아닌 활용하는 것. 따라서 교사의 역할도 무엇을 알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까지 그 역할이 바뀌어가고 있다.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의 도매상이 아닌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는 교사들이 있다. 분당지역 최초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콘테스트를 개최한 송림고등학교 정승기 이용진 선생님이다.
4인 1조 Team Battle 방식의 수학전략 게임
송림고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승기 교사와 이용진 교사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수학콘테스트는 오는 10월 15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LOM(League Of Math : 이하 LOM)이다. 성남시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콘테스트는 열기로 한 것인데, 대회방식이 기존의 방식과는달라 더욱 흥미를 끈다.
“수학 하면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빨리 푸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한 방식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유를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또 기존의 경시대회는 지면에 빼곡히 적어가는 시험형식을 통해 개인별 성취 수준에 따라 줄 세우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늘 생각했어요.”
정승기 교사의 설명이다. 그래서 LOM은 수학을 통한 협동과 배려심을 기를 수 있도록 4인 1조의 팀을 구성해 대전 형식으로 기획했다. 간단한 필기시험으로 예선전을 치르고 8팀을 선발해 토너먼트로 최종 우승을 겨루는 방식.
“8강부터 시작되는 LOM 수학대전은 대전 시작 2시간 전에 제시되는 8문항을 4명의 팀이 협력해 해결해야 합니다. 풀이를 서로 공유한 후 상대팀과 공격과 수비를 거듭하여 승패를 가르는 일종의 전략게임인 셈이죠.”
교내동아리에서 얻은 성과, 더 많은 학생과 공유하고파
지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교에서 시행하는 경시대회가 없지는 않았지만 팀을 구성해 토의와 토론, 그리고 서로 공격하고 수비하는 대전 방식의 수학 경시대회는 송림고의 LOM이 처음이라고 이용진 교사는 말한다.
“상대팀이 공격한 문제를 풀기 위해 발표자가 출격하고, 발표자의 풀이를 분석하여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대전자가 출격합니다. 작은 오류라고 찾기 위한 질문을 쏟아내는 대전자와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방어하며 완벽한 풀이를 제시하는 발표자 사이의 치열한 전투이자 두뇌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학콘테스트를 개최해 보고자 한 것은 즉흥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교내 수학 관련 동아리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면서 터득한 흥미로운 학습방식을 좀 더 많은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미도 스토리도 없는 수학이 학생들에게는 어렵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문제풀이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어요. 동아리 활동 시간 만이라고 수학이 얼마나 흥미 있고 실용적인 학문인지를 알게 해주자고요. 그렇게 수학대전이라는 활동을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수학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고 하던가요? 이후 학생들의 수학 성적도 쑥쑥 올랐답니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학공부
내신이든 수능이든 각종 시험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이는 좋은 성적을 받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루하고 어려운 학문의 대명사인 수학에 흥미와 재미를 더 하면 수학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두 교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LOM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하나의 해법인 것.
“천천히 깊이있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학공부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유독 수학적인 개념과 원리를 활용한 논문들을 많이 쓰는 것도 그 덕분이에요. 수학을 재미있게 배우면 우리 실생활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게 되고, 학생들이 발표한 수많은 논문들은 바로 그 고민의 흔적들이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교사의 설명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인재상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수학공부가 공식을 암기하고 이를 대입해서 답을 이끌어 내는 것에 점수를 주었다면 최근에는 답이라는 결과못지 않게 답에 이르는 과정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한 문제를 깊이 있게 푸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정 교사는 강조한다.
학생이 즐거워하는 공부를 해야 선생님도 행복하다
“21세기 교육은 창의성, 인성, 전문성을 다 담아내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자칫 수학은 이러한 요소들과는 거리가 먼 과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서로 도우며 고민하며 협동심과 배려심을 기르고, 수학을 깊이있게 공부하며 전문성을 강화하죠. 더 큰 것은 그 속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으며 학생들이 행복해한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학생이 즐거워하지 않으면 가르치는 선생님도 행복할 수 없다고 두 교사는 입을 모은다. 재미와 즐거움이 없이는 어느 것에도 몰두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 교사. 학생들에게 배우는 즐거움을 빼앗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무조건적인 선행학습이라고 지적한다.
“분당처럼 교육열이 비교적 높은 지역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너무 많이, 너무 빨리 공부해서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현재 고등학교 수학은 범위를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범위에서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어요. 두려운 마음에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새로운 유형의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떤 개념을 어떻게 활용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동반한 ‘앎’이 진정한 교육이다. 적어도 학생들이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실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정 교사와 이 교사는 생각한다. 두 사람이 ‘과정을 감동적으로’라는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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