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농아인 올림픽 유도 2관왕 안산시청 홍은미 선수

“올림픽 3연패 꼭 이루고 싶어요”

지역내일 2013-09-04 (수정 2013-09-04 오후 2:32:46)

‘소리없는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 농아인 올림픽대회에서 안산시청 여자 유도부 소속 홍은미선수가 대회 2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4년 전 타이베이 대회 이어 대회 2연패를 차지하는 기록을 달성한 것. 그러나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 안산에서도 홍은미 선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농아인 국가대표이면서 실업팀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인 홍은미 선수를 만나 그녀만의 유도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은미

100kg 선수 업어치기로 꺾고 금메달
지난 28일 안산시청 유도부 훈련실. 올림픽 이후 꿀 맛 같은 휴식을 취한 홍은미 선수의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훈련을 시작한 그녀에게 지난 대회의 감동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어요. 특히 엄마 생각이 많이 났고 시청 유도부 감독님이랑 동료들, 올림픽에 출전하도록 도와 준 선수촌 코치님들도 생각났어요. 마치 영화장면처럼 많은 순간들이 생각났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쁘고 좋았어요”라며 서글서글한 미소를 피어 올리는 홍은미 선수.
특히 이번대회 무제한급 결승전은 그녀에게 평생 잊혀질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을 남겼다. 상대 선수는 100Kg의 우크라이나 크라프첸크 선수. 홍 선수와 몸무게 차이만 30kg이 넘게 났다.
“하필 결승전 전에 배탈이 나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경기 초반 상대 선수에게 점수를 주면서 좀 밀리다가 경기 끝날 즈음 기술을 걸었다. 100kg이 넘는 선수를 업어치기로 들어 넘기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아 이를 앙물고 넘어뜨렸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홍선수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이번 대회 70kg급 우승과 무제한급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사실 일반인들 틈에서 기량을 쌓아온 홍 선수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월등한 실력을 자량한다. 안산시청 유도부 이용호 감독은 “은미는 일반 선수들과 겨뤄도 2~3위를 꾸준히 차지할 만큼 기술이 좋은 친구다. 지난 대회에 이어 올해 대회를 봐도 농아인 올림픽대회에서는 적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7살 고열로 청력잃고 일반학교에서 공부
홍은미 선수는 일곱 살 무렵 심한 열병을 앓은 후 청력을 잃었다. 그러나 홍선수의 부모님은 딸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요. 엄마가 절 데리고 병원에도 많이 다니고 많이 우셨던 기억. 그래도 엄마는 저의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나 봐요. 저를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게 했는데 남자아이들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라는 홍은미 선수.
우연히 시작한 유도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유도학원에서 대회에 나가면 꼭 상을 받았어요. 나도 뭔가 잘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유도가 좋아졌다”는 홍은미 선수. 중학교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될 만큼 기량이 늘었다.
그녀의 장애는 유도를 할 때만큼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멀리서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말하는 사람의 입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훈련을 해 왔기 때문에 일반 선수들과 생활도 어렵지 않았던 것. 덕분에 유도 기량도 높아지고 실업팀에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홍은미2

올림픽 3연패 달성 후 새로운 꿈 도전
홍선수의 남은 꿈은 4년 후 열릴 농아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다. “부상없이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한다. 올 가을 실업팀유도대회를 성실히 준비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올해 나이 서른살. 은퇴 이후를 계획할 만도 한데 그녀의 삶에서 유도는 아직도 전부다. “아직 4년이나 남았으니 선수생활을 그만 두면 그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지금은 여행을 많이 못하니까 선수생활이 끝나면 당분간은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꾼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농아인올림픽대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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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4년마다 개최하는 농아인올림픽 대회는 올해 22회째를 맞이했다. 올해 농아인 올림픽 대회는 전 세계 90개국 5천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그 기량을 뽐냈다. 농아인 올림픽 대회는 IOC에서 국제 장애인 대회로 인정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들만 출전할 수 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8개 종목 중 10개 종목에 69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금메달 19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2개를 획득해 종합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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